자치단체 상대 주민투표, 자치단체 기구가 심의? 도 간부 포함된 심의회…유·무효 결정 의문 제기

경남도 주민투표청구심의회(이하 심의회) 기능과 권한에 문제가 제기됐다.

도가 운용하는 이 기구가 도 행정행위를 상대로 한 주민투표 심의에 공정할 수 있을지 의문이 던져졌다.

진주의료원 재개원 주민투표운동본부가 무효 처리된 진주의료원 재개원 서명 원본 공개를 7일 요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의회는 지난달 22일 전체 14만4387명의 주민투표 청구서명 심의에서 47%에 해당하는 6만7888명의 서명을 무효 처리하고, 청구요건에 맞게 서명을 다시 받아오라며 10일간 보정기간을 주었다.

보정 기한은 오는 12일 낮 12시로, 이를 넘기면 진주의료원 주민투표 청구는 각하된다.

무효 처리 사유는 주민등록상 거주지 불일치가 3만2410명으로 가장 많았고, 서명부 위·변조와 동일인 중복서명 등의 사유였다.

진주의료원 재개원 주민투표운동본부 강수동 대표 등이 7일 경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주의료원 재개원 서명 원본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이일균 기자

심의회는 무효 처리의 근거로 주민투표법 제12조 무효 서명의 종류를 들었다. '1.주민투표청구권자가 아닌 자의 서명 또는 7. 이 법의 위임에 의하여 그 지방자치단체의 조례가 정하는 방식과 절차에 위배되는 서명'이라는 것이다.

보정 방식에 대해 심의회는 행정자치부 유권해석 의뢰 결과를 제시하며 무효 처리된 서명을 당사자에게 다시 받게 했다.

행자부 국민신문고 7월 24일 자 답변 내용에는 "당초 제출된 주민투표 청구인 서명부에 등재되지 아니한 새로운 청구권자로부터 서명을 받는 방법으로 보정할 수는 없다"고 돼 있다.

이에 대해 진주의료원 주민투표운동본부는 7일 도청 기자회견에서 도가 무효 처리된 서명서 원본을 제시하고, 보정도 무효 처리된 기존 서명을 수정하는 방식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원도 삼척시 핵폐기장 설치 반대 주민투표의 경우, 무효 처리된 서명부 원본을 주민투표본부 측에 돌려주고 이를 수정해 다시 제출하는 방식이 채택됐다는 근거도 댔다.

주민등록상 주소와 불일치한다는 이유로 도가 무효 처리한 3만2410명 분 서명에 대해서도 "꼭 주민등록상 주소가 아니어도 된다"고 주장했다.

주민투표법 제12조 규정에는 주민등록상 거주지와 일치해야 한다고 강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도는 이에 대해 "심의회의 무효 처리는 법적 기준에 따른 것"이라며 운동본부 측 일체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다. 앞서 심의회 결정 내용과 다르지 않았다.

문제는 대부분 논란이 관련 법이나 조례에 규정되지 않은 것으로, 전적으로 심의회가 결정한 내용이라는 점이다.

경상남도 주민투표 조례상(표 참조)의 심의회 기능과 권한을 보면 도 행정을 상대로 한 주민투표를 심의할 경우 도에 유리하게 결정이 내려질 여지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관련해 진주의료원 주민투표운동본부 강수동 대표는 "주민투표라는 게 진주의료원 폐원처럼 자치단체 정책이 대상이 될 때가 많다. 이를 바로 잡으려고 하는 건데 주민투표 사무처리를 당사자인 도가 하는 건 맞지 않다. 주민소환 업무를 선거관리위원회에서 하듯이 주민투표도 선관위와 같은 객관적 기구에서 해야 공정성이 보장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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