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아름다웠다. 6일 오전 10시가 되자 국정감사장인 도정회의실에는 영화 <쉬리> OST로 유명한 'When I Dream'이 흘러나왔다.

캐롤 키드(Carol Kidd)의 아름다운 음색처럼이나 국감은 차분하고 조용하게 진행될 거 같았다. 한데 <쉬리> 결말은 비극적이다. 사랑도 남북 간 대결 앞에서 무용지물이듯, 국감에 앞서 나눈 환담이 무색하게 여당 도지사와 야당 국회의원은 서로 끝까지 물고 뜯었다.

현황 보고가 끝남과 동시에 임수경 의원이 손 들어 의사진행발언을 요구했다. 경남도 자료제출 건과 관련한 문제 제기였다. 홍 지사가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제7조 2항을 들어 국가위임사무와 국고보조사업에 해당하는 자료만 제출하도록 하고 자치사무에 대해서는 일절 자료를 제공하지 않은 것이 화근이었다. 한때 율사로서 국감에 앞서 적진 폐부를 깊숙이 찌른 날카로운 창이었다.

임수경, 진선미 의원의 공격에 홍 지사는 법률적 근거를 대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3선인 강창일 의원도 흥분에 못 이겨 고함만 칠 뿐 뾰족한 수를 내지 못했다. 새정치 의원들은 자료 제출 건으로 이미 초반부터 녹다운 됐다. 이후 김민기 의원이 홍 지사 국회의원 시절 국감장 발언을 예로 들며 기죽이기에 나섰으나 역부족이었다. 성완종 리스트로 일격을 날리려던 노웅래 의원도 너무도 당당한 홍 지사의 모습에 그만 할 말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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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지사 원맨쇼에 다름 아니었다. 도정 관련 질의는 근거 자료가 없으니 창이 무딜 수밖에 없었다. 야당 의원은 각종 사안 관련 표피적인 질문밖에 할 수 없었고, 홍 지사는 여유 있게 받아치며 상황을 즐기는 듯했다. 야당이 측은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는 반나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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