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납품하는 곳 많지 않아 국내 완성차 업계 이익 기대…'판단 유보' 예의주시 의견도
폴크스바겐 디젤차 연비 조작 사태가 환경부의 국내 판매 폴크스바겐 디젤차량(7종) 전면 조사로 이어지는 등 파문이 확대되고 있다. 경남은 대규모·중소 규모 자동차부품업체 밀집지역이라서 관련 업체들은 이 파문이 어떻게 흘러갈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다행히 도내 자동차부품업체들 중 폴크스바겐으로 직접 납품하는 곳은 그리 많지 않아 대부분 업체는 장기적으로 주거래처인 현대·기아차, 지엠 등 미국계 자동차 업체가 반사이익을 얻어 매출 신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심 기대하는 분위기다.
창원공단과 옛 마산지역에 각각 공장이 있는 일본계 자동차부품 중견기업인 덴소코리아오토모티브㈜와 덴소코리아일렉트로닉스는 현대·기아차에 생산품 90%가량을 납품해 길게 보면 매출 신장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덴소코리아일렉트로닉스 관계자는 "폴크스바겐 사태로 소비자에게 독일 디젤차 신화가 깨진 것은 분명하다. 디젤차에 강한 폴크스바겐과 BMW 등 독일 완성차 업체 대응을 지켜봐야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현대·기아차가 다소간 이익을 보지 않겠느냐"며 "아직 조심스럽지만 우리도 그런 기대(매출 신장)가 없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자동차 부품 생산을 꾸준히 늘려 이륜차보다 자동차 부품 매출이 더 많은 대림자동차 자동차부품 사업부 관계자는 "주로 현대·기아차에 납품하고, 르노삼성에도 일부 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이번 사태로 폴크스바겐 매출 영향력이 줄 것이다. 당장 우리 회사 매출 신장을 거론하기는 어렵지만 내년이면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 향상은 분명히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국내와 국외, 특히 미국으로 판매처를 다각화한 창원공단의 한 자동차부품업체도 국내외에서 매출 신장을 기대했다. 이 업체 관계자는 "현대·기아차와 함께 미국 자동차 3사에 주로 납품한다. 현대·기아차와 지엠·포드 등 미국 완성차 업체가 일정한 반사이익을 누리지 않겠느냐. 우리 회사로서도 긍정적인 신호"라고 내다봤다.
여전히 조심스러운 반응도 있었다. 현대차그룹 계열사로 공작기계와 함께 변속기, C.V.joint(등속조인트), 엔진, 자동차 모듈 등 현대·기아차 핵심 부품을 생산하는 현대위아 관계자는 "신문에 나온 정도를 안다. 시장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어떤 신문은 (현대·기아차에) 유리, 어떤 신문은 불리하다며 전망이 엇갈린다. 내부적으로 사태 평가가 이뤄지지 않아 아직 얘기할 게 없다"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환경부가 폴크스바겐 디젤차량 전면 조사 뒤 올 연말께 모든 국내 판매 디젤차량 배기량을 전면 조사하겠다고 예고한 만큼 국내 완성차 업계에 긍·부정을 논하기는 이르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덴소코리아오토모티브㈜ 관계자는 "글로벌 업체인 폴크스바겐이 세계 시장에서 어떻게 잘 대응할지도 변수이지만 현대·기아차와 한국지엠 등 국내 완성차 업계도 긍·부정을 얘기하기는 섣부르다. 환경부 조사에서 만약 국내 업계 차량도 나쁜 결과가 나오면 이미지는 동반 추락할 것이다. 그 조사 결과를 지켜봐야 긍정적일지, 부정적일지 판단할 수 있겠다"고 평가했다.
폴크스바겐에 직접 부품을 납품하는 업체는 사태 추이를 더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창원공단에 있는 GMB코리아는 엔진 Belt System의 동력전달 용도로 쓰이는 TIB, 자동변속기에 조립되는 유압제어부품인 V/Spool, 자동차냉각시스템 적용 제품인 Water-Pump 등을 주로 생산하는 중견기업으로 국내에서는 현대·기아차와 현대파워텍㈜, 만도㈜ 등 부품모듈업체에 납품하고 있다. 또한 폴크스바겐·푸조 등에도 수출하고 있다.
이 업체 관계자는 "국내와 국외 매출이 반반이다. 이번 사태가 터진 엔진 계열이 아닌 스풀 밸브 등 변속기 부품을 많이 생산해 그나마 다행이다. 폴크스바겐에도 엔진이 아닌 스풀 밸브를 납품해 아직 큰 영향은 없다. 하지만 사태가 어떻게 흘러갈지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며 다소 우려 섞인 모습이었다. GMB코리아로 납품하는 2·3차 벤더 일부 업체들도 마찬가지로 사태를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예의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