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창원 개인택시 기사 전수식 씨의 이유있는 제안
카카오택시, 지역 콜 택시 시장도 장악할 것…대기업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지역에서 서비스 개발해야

요즘 카카오택시가 몰고 온 열풍이 상상 이상이다. 이미 전국 택시기사의 과반 이상이 가입했고,  4개월 만에 누적 이용객이 1천만 명을 돌파했단다.

지방은 그 파급력이 다소 굼뜰 텐데도, 이곳 역시 파장이 만만치 않다. 처음에는 지나가는 바람이려니 하고 무시했던 나도 전개되는 상황이 심상치 않아 개인택시를 시작하면서 카카오택시 기사앱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실제로, 내가 소속된 개인택시지부가 운영하는 콜택시의 호출보다 카카오택시 호출이 훨씬 많다. 그리고 카카오택시는 승객의 목적지를 보고 기사가 승인이나 거부를 선택할 수 있는 재량이 있어 선호한다. 동전의 양면처럼 승객의 입장에서는 가까운 목적지일 경우, 택시가 잡히지 않아 불편할 수도 있고, 인터넷에도 이에 따른 불평이 많이 언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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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택시 호출 중인 택시 내부 모습./김주완 기자

카카오택시와 지방의 택시콜을 동시에 운영하면서 이런저런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우선 다른 지역은 모르겠으나 창원지역은 9월 1일부터 지역에서 운영하는 택시콜의 수수료 1천 원을 무료로 전환했다. 택시이용객의 입장에서는 환영할 일이지만, 기사입장에선 월 3만 원 내외의 비용을 여전히 지불해야 한다.

언젠가 카카오택시가 완전 대중화되면, 지역콜 이용자는 급격히 줄어들게 되고, 자연히 기사들 사이에서 무용론이 나오면서 폐쇄의 수순을 밟지 않겠나 싶다.

짐작건대, 문제는 그 다음부터 발생할 것이다.

지금 카카오택시는 기사나 이용자 모두 무료로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대기업이 언제까지 비용을 지출하면서 계속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하물며, 택시호출에 관한 한 타의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대세가 되는 시점에서도 무료로 운영할까? 이런 분야는 문외한이라 판단을 유보한다.

다음으로 지역콜과 달리 카카오택시는 콜 승인 후 승객은 취소할 수 있지만 기사가 취소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택시콜을 잡은 후 내비게이션을 작동해보면, 승객의 출발지점이 예상거리보다 훨씬 먼 경우가 많다. 게다가 출퇴근 시간대에 정체가 심하면 도착에 어려움이 있어 취소를 요청해야 하지만 할 수 없는 것이다. 실제 민원과 마찰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또한, 카카오택시는 콜 승인 후 이동 중에 승객의 취소가 유난히 많은게 단점인데, 이것 역시 기사와 승객의 동상이몽이다. 출퇴근 시간대의 콜은 기사가 가려잡기 때문에 단거리 손님들이 택시잡기가 어렵다고 불평하듯, 한가한 낮 시간대에 거리가 좀 있어도 콜을 받고 출발하면 어김없이 취소콜이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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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택시 앱 실행모습./김주완 기자

특히, 터미널이나 역·대형마트 택시 정차장에서 한참 동안 순서를 기다리다 가는데 콜이 취소되면 그냥 힘이 쭉 빠진다. 곰곰 생각해보면, 카카오택시 이용자는 아직도 대부분이 젊은 사람들이어서 느긋하게 기다리지 못하고 매정하게 취소콜을 누르지 않나 싶다. 서로 상생과 배려의 정신이 있어야 할 것 같다.

자치단체가 나서 빼앗긴 시장을 되찾아야 한다

여기서 지역을 살리는 제안을 하고 싶다.

나는 IT나 기술 분야는 문외한이어서 어설픈 제안일지도 모르겠지만 아이디어 차원에서 말한다.

이곳 창원지역에도 여러 개의 콜택시가 운영되고 있는데, 규모의 경제를 위해 하나로 통합하고, 관련되는 앱 개발이나 부가서비스를 창원시 차원에서 전폭적으로 개발하고 지원하도록 해야 한다.

일례로, 춘천시에서는 공공형 스마트폰 콜택시 앱 개발과 부가서비스 등을 추진한단다. 지금의 카카오택시처럼 각종 정보와 부가서비스를 자치단체가 개발하고 지원하면 얼마든지 차별화된 지역고유의 택시서비스가 될 게 분명하다.

지역 콜택시를 통합해서 운영하든, 스마트폰 앱개발을 해서 지원하든, 어떤 방법이든지 영세한 택시업계 스스로가 자구책을 강구하기엔 어려움이 많다. 결국, 지방자치단체가 택시업계도 지원하면서 시민들의 편리함과 안심 귀가를 돕는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기를 촉구한다.

얼마 전, 어떤 자치단체에서 시내 중요지점에 예산을 투입해 와이파이망을 대폭 확대해서 시민의 통신비를 줄여주겠다고 하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정말 괜찮은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치란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라고 한다.

힘들고 어려운 사람에게 따뜻하게 손을 내밀어 주고, 대기업에 밀려나는 지방기업에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해주는 게 진정한 지방자치가 아닐까 싶다.

/전수식 전 마산시부시장·개인택시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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