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비 지원 노력 한 번도 없어…정상적인 학교 운영 가로 막아

"홍준표 지사의 경남교육 흔들기가 도를 넘고 있다. 급식 의지가 전혀 없는 홍준표 지사와 모든 논의를 전면 중단합니다"

박종훈 교육감은 5일 오전 11시 본청 소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무상급식과 관련해 홍 지사와 경남도와의 모든 논의를 전면 중단한다고 밝혔다.

특히 홍 지사의 급식비 지원을 위한 노력은 단 한 번도 없었으며 박종훈 교육감의 감사 수용 결단에 대해 어떤 진정성도 보이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나아가 행정사무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시점에 경남도의 이중감사의 칼날로 학교의 정상적인 운영을 가로막고 있다고 비판하며 이는 정치적 목적으로 학교를 길들이고 교육을 흔드는 것이기에 이에 대한 거부를 포함한 모든 법률적 검토를 거쳐 대응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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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종훈 교육감./경남도민일보DB

<다음은 기자회견 전문>

홍준표 지사의 경남교육 흔들기가 도를 넘고 있습니다.

지난 9월 8일, 저는 "무상급식 원상회복을 위해서라면 교육감의 신념을 접고 감사를 수용하겠다. 우리 학생들과 학부모님의 현실적 아픔을 더 이상 외면하지 말고 도지사와 급식 문제를 일괄타결할 것을 제안"한 바 있습니다.

교육감으로서 감사를 수용하겠다는 발표는 단순한 입장 표명이 아니었습니다. 현재 학교급식에 비리가 만연해서도 아니며, 경남도의 감사가 합당한 근거를 가져서도 아닙니다. 지난해 일방적인 급식비 지원 중단을 선언한 이후, 어떤 양보나 변화도 없던 홍준표 지사가 도의회에서 보편적 급식도 관여하지 않겠다는 전향적 입장 변화를 보임에 따라 통 큰 합의를 통해 급식 문제를 일괄 타결해 보자는 절박하고도 간절한 호소이자 마지막 희망의 메시지였습니다.

진실과 진심은 통할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껍데기에 거는 희망이라는 주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마지막으로 희망을 걸어보았습니다.

그러나, 홍준표 지사는 학부모님의 눈물과 교육감의 호소를 무참히 짓밟아 버렸습니다.

감사를 받겠다는 교육감에게 돌아온 답은 급식비리 재발 방지책을 내놓으라는 새로운 주장이었습니다. 불통의 자세를 끝내 고집하였습니다.

저는 도저히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이번 감사 결정 소식을 접하고, 홍준표 지사는 급식비 지원을 비롯한 교육에 대한 진정성이 전혀 없음을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홍준표 지사는 감사 이전에 급식비 지원을 위한 노력을 먼저 보였어야 합니다.

현재 경남의 모든 학교는 도의회의 행정사무조사에 임하고 있습니다. 집중 조사대상 학교가 100개가 넘는다는 긴장감 또한 만만치 않습니다. 홍준표 지사는 이 상황에 또다시 150개 학교를 감사하겠다고 합니다.

수능 40일을 앞두고 있어 모든 고등학교는 초긴장 상태입니다. 100여 개 학교는 시험장으로 지정되어 방송 시설을 점검하고 시설을 보완하는 등 막중한 국가 사무를 수행하기 위해 휴일조차 반납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제 수능과 2학기 학사 일정 등으로 바쁜 이 시기에 253개 학교가 4년 치의 급식 감사를 동시에 받게 되는 셈입니다.

이는 사실상 경남의 모든 학교가 급식 감사에 대한 혼란과 부담을 감당해야 하는 파급력을 가지며, 이로 인해 학사일정은 마비 상태가 될 것입니다. 질 높고 안전한 급식행정은 돌아볼 여유조차 없는 상황입니다. 이에 더하여 경남의 교직원은 씻을 수 없는 자존감의 상처를 입게 될 것입니다.

홍준표 지사는 무상급식 해결을 위해 본인에게 주어진 과제가 무엇인지 망각하고 있습니다. 도민은 홍준표 지사에게 급식 비리를 파헤치라는 것이 아니라, 중단한 급식비 지원의 원상회복을 주문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감사'보다는 '급식비 지원을 회복'하겠다는 선언이 먼저 나와야 최소한의 상식과 도리에 맞는 일이지 않습니까?

이제 홍준표 지사의 무상급식비 지원 중단의 의도와 민낯은 모두 드러난 셈입니다.

학생들의 조화로운 성장을 위한 교육급식에 대한 신념도, 급식시스템의 합리적 관리를 통해 안전하고 건강한 급식을 추구해야 한다는 가치도 애초부터 없었습니다. 오직 자신의 정치적 욕심을 위해 교육을 흔들고, 급식을 불안하게 만들어 도민의 갈등을 조장해 온 것입니다.

홍준표 지사와 급식에 대한 논의는 전면 중단합니다.

불통의 벽을 쌓고 대화를 거부하는 도지사를 향해 끊임없이 대화를 시도하고 협상제의를 한 것은 오직 학생들과 학부모에게 절망감을 드릴 수 없다는 교육자적 양심에서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더 이상 홍준표 지사의 정치적 욕심에 경남교육이 피해를 보는 것을 교육감으로서 앉아서 바라보지 않겠습니다.

학교 급식을 정상화시키겠다는 데 대한 어떠한 의지도 없음이 확인된 이상 저는 홍준표 지사가 경남의 도지사로 있는 한 무상급식에 대한 논의를 더 이상 하지 않겠습니다.

지금부터 '급식 비상상황'에 대한 대책 수립에 집중하겠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홍준표 지사와 사회적 합의의 정신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 보려고 노력하였고 모든 교직원들은 이를 이해하고 말없이 견뎌주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전 교직원의 절망과 분노가 극에 달하고 있습니다.

학교가 어떻게 되든지, 학생이 어떻게 되든지 관심도 없는 홍준표 지사의 불통과 비정함에 다수의 교육가족은 '급식비 지원 거부'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홍준표 지사에게 더 이상 기대하지 않겠습니다.

의무교육 아래서의 학교급식은 국가가 책임을 지는 것이 맞고 이를 위해 지자체와 교육청이 부담을 나누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학부모의 부담으로 넘겨져서는 안 됩니다. 이제 우리 앞에는 학교급식법 개정을 위한 노력과,지금의 한시적 비상상황을 슬기롭게 견뎌야 하는 과제가 놓여 있습니다.

급식비를 지원 받기 위해 쏟았던 모든 노력을 이제는 도민의 지혜를 빌려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하겠습니다.

유통과정에서부터 급식이 이루어지는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꼼꼼하게 다시 점검하여 가장 효율적이며, 가장 안전한 급식 체계를 정비해 보겠습니다.

이 모든 과정과 성과를 도민과 논의하고 공유하여 경남형 교육급식을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길들여진 영혼은 자발적인 판단이나 신념을 모두 빼앗기게 됩니다.

피동적인 삶이 익숙해지는 것은 죽은 영혼입니다.

경남교육청은 모든 교육가족의 단결된 힘으로 급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하나 되어 힘껏 노력하겠습니다.

교육청과 교육가족의 새로운 결단과 앞으로의 노력에 도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지지와 격려를 당부 드립니다.

2015. 10. 5.

경상남도교육감 박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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