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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이렇게 결혼했어요]김소영·전상범 부부

'프로페셔널'한 모습에 끌린 둘…한결같은 남자에 밀당 '스르르'

이서후 기자 who@idomin.com 2015년 10월 05일 월요일

언론사에서 일하는 김소영(32·창원시) 씨. 지난 2013년 2월, 그는 평소처럼 취재를 하러 창원지역 모 기업을 찾았다.

"전기와 관련한 취재였어요. 홍보실에 미리 연락을 했죠. 갔더니 저를 도와줄 젊은 엔지니어 한 분이 기다리고 있더라고요. 그분은 저를 따라다니며 이것저것 모르는 것도 알려주고, 회사 임원 인터뷰를 할 때도 자신이 직접 내용을 정리하고 그랬어요."

특히 회사 내 커다란 변전실을 취재할 때 그 엔지니어가 어려운 기술 용어를 쓰며 사람들에게 지시를 하는 모습이 소영 씨에게 아주 인상적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 반했죠." 소영 씨가 남편 전상범(31) 씨를 처음 만난 날 이야기다.

김소영(오른쪽)·전상범 부부.

"나중에 알았는데 그날 남편도 저를 보고 반했다고 하더라고요. 둘 다 첫눈에 반한 거죠. 저는 어릴 때 수학을 못해서 계산 잘하고 기계도 잘 만지고 하는 엔지니어에 대한 환상 같은 게 있거든요. 당시 남편이 거대한 기계를 만지는 모습이 너무 멋있다고 느낀 거죠. 남편은 또 제가 자기 회사 높은 임원에게 야무지게 질문을 하는 모습에서 뭔가 당차고 프로페셔널하다고 느꼈대요."

당시는 몰랐지만 이미 서로에게 호감은 생긴 상황. 그렇게 취재가 끝나고 일주일이 지났다.

"저는 그 엔지니어랑 꼭 연결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사회적 체통이 있기 때문에(하하하), 그냥 마음만 그러고 있었죠. 그런데 어느 날 밤, 정말 기적처럼 그 사람에게서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가 왔어요. 'OOO입니다. 저녁 시간 가능한 때가 있으신지요. 지금 사적으로 문자를 보내는 겁니다.' 그때가 밤 11시였어요. 대박! 진짜 너무너무 좋았어요. 하지만 또 사회적 체통이 있으니까(하하하) 1시간 정도 뜸을 들이고 일부러 무심한 척 답을 했어요."

상범 씨가 처음 사적으로 보낸 문자 중 특히 소영 씨 마음에 든 것은 '지금 사적으로 문자를 보내는 겁니다'하는 부분이다.

"보통 남자들은 자기 마음에 있어도 여자가 뭔가 반응이 있어야 적극적으로 나오기 시작하거든요. 근데 대놓고 마음을 먼저 드러낼 줄 아는 용기에 호감이 갔어요. 상대방이 '호감 없어요'라고 하면 알았습니다, 하고 마음을 접더라도 어쨌든 용감하게 자기를 드러냈잖아요."

소영 씨는 마음을 숨기고 이렇게 답을 보냈다. '시간이야 있는데 무슨 일로 그러시죠? 이왕 사주시는 거 비싼 걸로 사주시죠.' 조금은 '튕기는' 모양새였다. 당시 상범 씨는 이 문자에 '이 여자 나한테 별 관심이 없구나'하고 상심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날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둘은 같이 저녁을 먹기로 약속했다. 일주일 만에 사적인 자리에서 다시 만난 두 사람. 이날 첫 데이트에서 상범 씨는 소영 씨에 대한 선입관을 깼다고 한다.

"제가 문자를 좀 도도하게 보냈잖아요. 그래서 상범 씨는 저를 남자한테 얻어먹는 거 좋아하는 된장녀에다가, 되게 도도하고, 또 기자니까 사람을 깔보지 않을까, 그리고 자기 같은 일개 회사원과 어울리려고 하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었어요. 하지만 직접 만나고 보니 소박하고 털털하고 인간적인 모습이어서 마음에 들었대요."

그러고는 상범 씨가 바로 외국 출장을 갔다. 출장 가서도 둘은 계속 일상적인 문자를 주고받았다. 일주일쯤 지나 상범 씨가 귀국하기 전 소영 씨에게 받고 싶은 선물이 뭐냐고 물었다.

"저는 사실 비싼 화장품 같을 걸 받고 싶었지만, 착하고 소박하게 보이려고(하하하) 작은 열쇠고리나 머그컵을 사달라고 했어요. 상범 씨가 귀국하고 다음날인가 만났는데, 진짜로 소박한 머그컵을 사온 거예요! 실망하고 있는데 웬걸, 진짜 선물은 따로 있었어요. 요즘 여자들이 진짜 좋아하는 화장품이 있거든요. 그걸 사온 거예요. 거기서 제가 또 확 넘어갔죠."

이런 식으로 상범 씨는 소영 씨에게 항상 기대 이상의 것을 해주었다. 솔직히 소영 씨는 나름의 밀당을 한 거였지만 상범 씨는 한결같았다.

"보통 여자들이 밀당을 하면 남자들은 소심해지죠. 혹은 자존심 있는 남자들은 자기도 같이 밀당을 하려고 하잖아요. 상범 씨는 그런 거 전혀 없었어요. 그래서 아, 정말 솔직하게 나를 좋아하는구나 싶었어요. 이런 면은 지금도 제일 좋아하는 부분이에요."

만난 지 3주 만에 본격적으로 연애가 시작됐다. 둘 다 본가가 부산인데다 직장이 창원이어서 자주 함께할 수 있었다. 그렇게 만난 지 1년이 조금 지나 지난 2014년 5월 둘은 드디어 부부가 됐다.

"저희가 만난 게 운명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하지만 어쩌면, 제가 좋아하는 사람이 저를 좋아한다는 그 자체는 기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은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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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후 기자

    • 이서후 기자
  • 문화체육부에서 문학/영화/연극/출판 등을 맡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