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녕 구산·학포마을 지방도로 한복 입은 산발한 남성 목격…경찰에 3∼4차례 신고 접수도

그날 밤 기이한 일이 순식간에 펼쳐졌다.

"머리가 쭈뼛쭈뼛 서더라고. 차를 세워달라는 듯 손을 흔드는데 도저히 멈출 수가 없었죠. 지나칠 때 차창 옆으로 고개를 돌릴 수가 없었어요."

최모(55·창원시 동읍) 씨는 추석 당일이었던 지난달 27일 아내와 함께 처가를 찾았다가 집으로 향했다. 아내가 운전했고 최 씨는 조수석에 있었다. 창녕군 부곡면∼창원시 동읍을 잇는 지방도 30호선을 탔다. 가로등 없이 깜깜했지만 익숙한 길이었다. 밤 11시 10분께, 남휘정선공주묘역을 지나 본포교로 향할 때였다. 저만치 앞서가던 차 한 대가 갓길에서 벗어나려는 듯 갑자기 휘청거렸다. 곧이어 갓길에 홀로 서 있는 사람 모습이 최 씨 부부 눈에 들어왔다.

"팔을 아주 절도있게 흔들고 있었어요. 옷고름 있는 한복을 입었는데 완전한 흰색은 아니고 베이지색 비슷했어요. 소매가 짧아서 팔이 반쯤 보였고요. 머리는 일주일은 안 감은 것처럼 산발이었습니다. 그런데 얼굴은 여자가 아니라 남자였어요. 체구가 왜소하지만 노인은 아니었습니다."

창녕군 부곡면∼창원시 동읍을 잇는 지방도 30호선. 그림은 현장 사진에 당시 상황을 그래픽으로 재현한 것.

등골 오싹해진 최 씨 부부는 차를 세우지 않고 지나쳤다. 조수석에 있던 최 씨는 스쳐 지날 때 차창 옆으로 고개 돌리지 못하고 앞만 바라봤다.

집으로 돌아온 부부는 차에 있는 블랙박스가 떠올랐다. 딸을 통해 영상을 확인했다. 믿지 못할 일이었다.

"딱 그 부분만 지워져 있었습니다. 밤 11시 10분 전후로 해서 몇 분간의 음성·영상 모두 없었습니다."

최 씨는 그냥 넘길 수 없어 부곡파출소에 이야기를 전했다. 전화받은 경찰관은 "아이고, 또 그 이야기네. 한 열흘 전에도 레커 기사가 그런 전화를 했다"고 전했다.

최 씨가 전한 내용을 알아보고자 부곡파출소에 문의했다. 한 경찰관은 "비슷한 신고가 3∼4차례 들어와서 현장을 조사했지만 별다른 걸 발견하지는 못했다"고 했다.

지난 3일 도로가 있는 창녕군 부곡면 구산·학포마을을 찾았다. 도로 바로 옆에 드문드문 자리한 무덤이 눈에 들어왔다. '사고 잦은 곳, 절대 감속' 안내판도 보였다.

구산마을 주민에게 관련 이야기를 던지자 "그런 일이 있었다면 마을에 다 소문났을 텐데…"라고 했다. 그러면서 "몇 년 전 교통사고로 두 명이 죽은 일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구산보건진료소 앞에서 만난 70대 할머니는 좀 더 구체적으로 전했다.

"옛날에는 도로 옆에 상여 태우는 집이 있었거든. 그 때문에 길 더럽다고 불로 태워야 한다고들 그랬지. 그리고 오래전 교통사고로 잇따라 변을 당하는 일이 있었어. 그 생각이 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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