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 동구밖 생태·역사 교실]
생태체험-김해 화포천 습지생태공원~봉하마을
역사체험-서포 김만중 유배살이 들으며 역사 속으로

생태체험-김해 화포천 습지생태공원~봉하마을

느티나무·어울림·샘동네·회원한솔·옹달샘 지역아동센터 아이들과 더불어 떠난 이번 9월 19일 생태체험은 김해로 향했다. 김해에는 화포천 습지가 있고 옆에는 노무현 대통령 생가가 있는 봉하마을이 있다. 화포천 습지는 하천이 흘러내리면서 만드는 습지가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노무현 관련 이야기도 스며 있다.

2014년 3월 일본에서 우리나라로 야생 황새가 날아온 적이 있었다. 황새가 일본과 한국에서 모두 멸종된 상태였는데, 일본서는 도요오카시가 민관 합동으로 50년 넘게 노력을 기울인 끝에 황새를 야생으로 복원해냈고, 그 1세대에게서 태어난 암컷 새끼가 우리나라를 처음 찾았던 것이다.

화포천과 일대 들판은 그 황새로부터 우리나라에서 가장 청정한 지역으로 공인받았다. 황새는 가장 큰 멸종 원인이 농약이었는데 일본 그 황새가 가장 오래 머무른 데가 화포천 일대와 봉하 들판이었다.

양버들나무가 높은 키를 뽐내고 냇가에는 왕버들과 수양버들이 자라는 화포천에는 이미 억새와 갈대가 피어나 있었고 줄이나 부들도 자라나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임기를 마치자 곧바로 고향으로 돌아왔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서울에 남지 않고 자기가 난 지역에다 삶터를 차린 최초 유일 대통령이 됐다. 이런 노무현이 가장 먼저 손댄 일이 화포천 살리기였고 봉하마을 친환경생태농업이었다.

일본에서 날아온 황새가 바로 이것을 알아봤다. 농약을 치지 않은 깨끗한 봉하 들판이 좋았던 것이고 화포천은 풍성한 먹이터였던 것이다. 이 황새는 나중에 봉하마을을 찾아온 암컷 황새라는 뜻을 담은 '봉순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한림면을 거쳐 영강사 앞 화포천 습지 들머리에서 내렸다. 야외체험학습장에서 봉순이를 버무려 화포천과 봉하마을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습지 도전 골든벨!'을 했다. 문제를 함께 풀고 설명을 들으면 절로 습지와 화포천에 대한 기본 상식이 쌓이도록 내용 구성을 했다.

물이 어느 정도까지 차 있어야지 습지라 하는지, 1년에 한 번만 젖어 있어도 습지라 할 수 있는지, 습지 보호를 위해 만들어진 국제협약이 무엇인지 등등을 재미있는 보기를 들어가며 풀어봤던 것이다. 철새들이 화포천 같은 습지를 찾아오는 까닭이 풍성한 먹을거리에 있다든지, 화포천을 찾는 겨울철새로는 오리·기러기 말고 고니와 독수리도 있다는 사실들을 재미있게 익히게 하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 묘역에서 바닥 판석에 적힌 글들을 살펴보는 선생님과 아이들.

이어서 이윽고 봉하마을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처음 500m 남짓은 냇물과 함께했고 나머지 1km가량은 나락이 누렇게 익어가는 들판을 왼편으로 끼고 걸었다. 아이들은 메꽃이랑 달맞이꽃·쑥부쟁이·구절초·여뀌 등을 마주하며 함박웃음을 머금었고 강아지풀·수크령 같은 것을 꺾어들고 서로 간지럽히기도 했다. 또 군데군데 튀어나오는 여치나 메뚜기와 곳곳에 그물을 쳐놓고 있는 거미 따위를 잡거나 살펴보면서 재미있어했다.

뜻밖에 마주친 도마뱀은 환호성을 지르게 만들었다. 여럿이 애쓴 끝에 도마뱀을 손에 넣은 아이들은 꼬리를 만져보고 머리를 쓰다듬고 몸통을 건드리며 놀더니 얼마 안 가 이내 풀밭에다 풀어주고는 가던 길을 내처 걸었다. "도마뱀이 신기했어요!" "한 번 만져봤는데 이상하게 따뜻했어요!"

봉하테마식당에서 점심으로 소고기국밥을 먹고는 봉하마을을 한 바퀴 둘러봤다. 노무현 대통령 생가에 들른 다음 고인돌처럼 평장을 한 무덤을 돌아봤다. 옛날에는 다 이런 식으로 가까이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를 갖고 집을 지었단다.

지붕은 들판에서 나는 볏짚으로 이었고 기둥은 뒷산에서 많이 자라는 나무로 세웠고 바람벽은 우리가 발 딛고 서 있는 흙으로 만들었단다. 무덤은 노무현 대통령이 평소 사람들이 두루 고르게 사는 세상을 희망한 그 뜻을 따라 이렇게 평평하게 만들었단다.

이어서 그늘에 모여 오늘 하루 소감을 간단하게 썼다. 나중에 읽어보니 무덤과 죽음을 두고 쓴 글이 뜻밖에 많았다.

그에 대해서는 특별하게 한 말이 없는데도 안타까워하고 슬퍼하는 내용이 많았다. 아무래도 아이들이 어른들보다 감수성이 덜 무뎌져 있는 모양이다. 습지 생태에 대해서도 알아보고 봉하마을도 한 바퀴 둘러본 가을 들머리 맑은 날이었다.

아이들이 노무현 대통령 생가 안채 마루에 앉아 있다.

역사체험-서포 김만중 유배살이 들으며 역사 속으로

자은·이동·샘바위·회원큰별·정·안영 지역아동센터 아이들과 함께하는 9월 역사 탐방은 19일에 남해로 떠났다. 남해유배문학관과 이순신영상관 그리고 이락사로 일정을 잡았다. 남해 관련 이야기를 할 때마다 꼭 꺼내는 질문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섬은 어디일까요?' '제주도!' 두 번째로 큰 섬은? '거제도!' 거기까지는 어렵지 않게 답이 나온다. 그러면 세 번째로 큰 섬은 어디일까요? 울릉도, 독도, 한산도, 진도 등등 '도'자가 붙은 지명은 다 끄집어내면서도 이상하게 '남해'라고 정답을 맞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심지어는 남해가 섬인 줄 모르는 친구들도 많다.

남해가 섬이라는 특징 때문에 만들어진 역사가 있는데 바로 유배다. 유배를 초등학생 눈높이에 맞춰 쉽게 설명하려면 형벌 이야기를 해도 좋을 듯 싶다. 사람은 죄를 지으면 벌을 받게 되는데 옛날에는 사형 다음으로 큰 벌이 가족과 고향을 떠나 먼 곳으로 보내지는 유배였다. 이런 설명에 요즘 교도소처럼 좁은 방에 가두지도 않고 육체 고통을 주지도 않고 단지 멀리 보내는 것이 무슨 벌이냐고 생각하는 친구들도 있다. 물론 육체적인 고통도 참기 힘들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거나 자기가 살던 데서 계속 살지 못하는, 마음의 외로움이나 삶터의 고립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이해하기에는 아직 세상을 잘 모르는 어린 아이들이기는 하다.

남해유배문학관 주리를 트는 형틀에서.

그래도 고마운 것은 세상이 어느 정도는 공평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편안하고 행복하면 좋기는 하지만, 외롭고 고통스러운 시간이라 해서 다 나쁜 것만은 아니다. 유배지에서 외롭고 힘든 생활을 견디면서 알게 된 삶의 진실들, 혹은 낯선 곳에서 배우고 터득한 것들이 그들에게는 새로운 선물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17년 유배 생활 동안 나온 다산 정약용의 수많은 저작들만 봐도 그 시간들이 엄청난 보물이었음을 알 수 있지 않는가! 남해에 유배를 왔던 서포 김만중도 <구운몽>과 <사씨남정기>라는 빼어난 문학작품을 남겼다.

남해로 가는 버스에서 이런 설명을 들은 친구들은 남해유배문학관에서 신나게 미션 수행을 했다. 죄를 지으면 어떤 벌을 받았는지 직접 체험도 했다. 유배지에서 그이들은 어떻게 삶을 꾸렸을까? 방법은 여럿이었다. 땅을 얻어 농사를 짓기도 하고, 글씨를 써 주거나, 서당을 열거나, 본가에서 지원을 받거나, 아니면 동냥질을 해서 연명하기도 했다. 중죄인에게는 울타리를 치고 집에서 나가지 못하게 하는 위리안치라는 벌이 더해지기도 했다. 아이들은 이런 이야기들을 무척 신기해하고 재미있어했다.

남해유배문학관에서 미션 수행을 하고 있는 모습.

점심을 먹고는 이순신영상관으로 옮겨갔다. 이순신 장군이 장렬하게 전사한 노량해전 동영상을 3D로 봤다. 아이들은 열광했다. 만약 3D가 아니라 일반 영화·만화였다면 감동은 덜했을 것이다.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전달되는 효과가 다름을 실감하게 하는 영상물이다. 친구들 입에서는 탄성이 흘러 나왔다. '아~ 오늘 느낀 점은 쓸 내용이 많을 것 같다'는 말들이 여기저기서 들렸다.

영상을 본 다음 간 데가 바로 옆에 있는 이락사다. 이락사는 이순신 장군(李)이 떨어진(落=죽음) 곳을 기억하고 혼령을 모시는 사당(祀)이라는 뜻이다. 관음포 바다에서 숨을 거둔 이순신 장군 시신이 육지로 처음 옮겨진 자리다. 방금 영상을 본 아이들이라 이락사가 좀 더 각별하게 눈에 담기는 모양이다. 이리저리 살피는 아이들의 눈길이 무심하지 않다.

오늘 소감글은 당연히 영상물에 대해서가 많겠구나 생각했는데 결과는 뜻밖이었다. 영상물도 좋았지만 남해유배문학관에서 알게 된 것이 많았고 보람도 있었다는 글들이 더 많았다. 아이들이 제일 귀찮아하고 재미없어 하는 두 가지가 바로 글쓰기와 역사다. 그런데 지금 이 역사탐방은 횟수를 거듭할수록 프로그램 말미에 소감을 글로 쓰는 친구들의 적극성과 실력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이 또한 역사탐방을 하는 보람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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