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작고 작가들의 작품 기증을 통한 미술관 건립은 그간 여러 지자체에서 활발하게 진행돼 왔다.

경기도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강원도 양구군립박수근미술관, 작가가 지어서 기증한 마산시립문신미술관 등이 선례를 만들었고, 제주도도 물방울 화가 김창열(86) 화백의 작품 200점을 기증받아 도립김창열미술관을 개관할 예정이다. 그러나 난관에 부딪히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는데, 천경자(91) 화백의 경우 전남 고흥에 기증한 작품 66점의 관리가 소홀하다며 2012년 반환받았다. 그리고 안동시의 시립하종현미술관은 작가 작품 300여 점을 기증받아 100억 원의 사업비로 건립할 예정이었지만 지역예술인들의 반대에 부딪혀 있다. 앞서 대구의 이우환 관련 미술관은 대구미술계의 치열한 논란 끝에 무산됐고 결국 부산시립으로 유치됐다. 그리고 경주박대성미술관은 솔거미술관으로 이름을 바꿨고, 진주의 이성자미술관은 LH가 건립해서 시에 기부했지만 운영문제로 유족들과 갈등을 겪고 있다. 시립은 아니지만 통영의 전혁림미술관처럼 유족들이 운영하는 미술관도 늘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전시 공간 부재로 국민 향유접근성이 매우 미흡한 문화소외 지역이 늘어나고, 이 문제 해결책으로 유사 공간을 활용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유휴·노후시설을 활용해 지역재생을 도모하고, 감상·체험·참여·창작·교류가 가능한 복합공간을 조성해 지속가능한 문화거점을 마련한다는 작은 미술관 프로젝트로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국민체육공단의 후원을 받아 전국 6개를 조성하고 있는 것이다.

'작은 미술관'은 등록미술관이 없거나 미술문화 확산이 절실한 지역 내 주민 접근성이 높은 생활문화공간을 활용해 조성, 운영하는 사업으로 콘텐츠(전시와 부대 프로그램) 확보와 실행을 중심으로 지원한다. 특히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가 부담하기에는 미술관 건립 비용이 많이 들고, 운영 방법과 운영비 부담 등 걸림돌이 많기 때문에 유휴공간을 활용하는 방안이 대안이 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지역에는 지난 2011년 폐쇄 방치돼 있던 남해군 남면 소재 구 평산보건진료소가 (사)대안공간마루와 남해군이 협업해 2015년 작은미술관 조성 운영 공모사업에 선정됐다. 남해바래길작은미술관은 상처를 치료했던 공간이 마음을 치유하는 예술문화향유공간이 되면서 남해 바래길 1코스 다랭이지겟길의 출발점에 위치해 매년 2만 명에 육박하는 탐방객들에게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할 예정이다.

유휴공간을 문화예술공간으로 활용하는 사례는 도시의 미래 지향적인 가치와 지역주민의 문화향유의 향상을 위한 효과적인 방안으로 진행되고 있다. 서울의 '신당창작아케이드', 부산의 '미술의 거리', 대구의 '범어아트스트리트' 같은 곳도 모델로 제격이다. 우리 지역도 진해의 유택렬미술관, 진주의 박생광미술관, 창원의 김종영미술관들이 소박한 유휴공간에서 살아난다면 문화예술자원으로 기능하지 않을까? 상상해본다. /황무현 조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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