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세상]중국 결혼이주여성 김진숙 씨

저는 중국에서 시집온 결혼 11년 차 두 아이의 엄마 김진숙(37·창원시)입니다. 저는 조선족입니다. 김해 김씨가 저의 본관입니다.

저는 2004년 한국 땅을 처음 밟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할아버지의 나라 한국이 무척 낯설었습니다.

한국에 시집와서 문화와 식습관이 많이 달라서 힘들었습니다. 지금은 중국 음식보다 한국 음식이 더 입에 맞을 정도이니 저의 제2의 고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저는 일남일녀 중 장녀입니다. 졸업하고 중국 청도의 한 회사에서 통역업무를 맡고 있었습니다. 일을 하다가 지쳐서 그만두고 집에서 쉬고 있을 때 저희 큰집에서 중매를 해주겠다며 한국으로 시집갈 마음이 없느냐고 물었습니다.

전 한국에 시집올 생각을 전혀 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처음에는 거절을 했었습니다. 큰아버지께서 한 번만 만나보라고 성화를 하셔서 지금 저의 남편과 선을 보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결혼으로 이어져 한국에 오게 되었습니다.

중국 결혼이주여성 김진숙 씨와 자녀.

결혼 후 처음 3년은 저의 시어머님과 같이 시골에서 살았습니다. 3년 후 어머님께서 이제는 너희가 분가해서 한번 살아야 하지 않느냐며 흔쾌히 분가를 허락해주셨습니다.

분가해서 정착한 곳이 바로 창원입니다. 주위에 시누이가 있어서 많은 도움을 얻고 살았습니다. 창원에 와서는 모든 것이 다 새롭고 즐거웠습니다. 먹고살아야 하기 때문에 전 3살 난 딸을 어린이집에 보내고 직장생활을 하게 되었는데 그 당시 제가 중국에서 왔다는 사실을 숨기고 일을 해왔습니다.

중국에서 한국으로 시집온 여자들은 잘 못살고 돌아간다는 말을 너무 많이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그런 곱지 않은 시선 때문에 제 정체를 밝히지 않았습니다.

이로 말미암아 마음고생도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모든 걸 숨기고 산다는 게 얼마나 힘겨운 일인지요. 말 한마디 행동 하나까지 모든 걸 조심스럽게 행동해야 한다는 게 저에게 또 하나의 스트레스였습니다.

둘째를 낳고 8개월쯤 지났을 때쯤 저의 집 우편함에서 우연히 창원시보를 보게 되었는데 창원다문화도서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신문을 보고 전화를 해보니 도서관이 저의 집과 아주 가까이 있었습니다. 아들을 업고 도서관에 방문했는데 마치 친정집에 온 기분이었습니다.

저에게 또 다른 세계가 보였습니다. 제가 보지 못한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을 보게 되고 알게 된 이곳에서 나의 또 다른 꿈을 펼쳐 가게 되었습니다.

너무 감사한 곳입니다. 전 하루가 멀다 하고 다문화도서관에 와서 선생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제 인생의 목표가 뭔지 제가 가진 특기는 뭔지 고민했습니다. 그래서 결국은 제가 숨겨오던 나의 정체성을 밝히기로 했습니다.

모든 걸 내려놓으니 마음이 그렇게 가벼울 줄이야…. 한국으로 시집와서 거의 7년간 중국어를 하지 않고 살던 제가 중국어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잘도 하던 중국어가 갑자기 하려니 입에 오르지 않는 것이 저에게는 충격이었습니다.

하지만 포기란 없는 법. 도서관에서 고향 친구들을 만나 그렇게도 숨겨왔던 중국어를 할 수 있어서 아주 좋았습니다.

가끔 중국친구들이 한국말을 잘할 수 없을 때 제가 통역을 해서 도울 수 있다는 것도 너무 뿌듯했습니다.

그래서 내가 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된 후로 한국어능력시험 6급을 따서 이중 언어강사 다문화 강사 이수 과정을 거쳐 초등학교에서 일 년간 근무하기도 했습니다. 그곳에서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한 기업에서 통역 업무를 하고 있고, 아동센터에서 중국어를 가르치면서 하루하루를 아주 즐겁게 보내고 있습니다.

세상은 내가 생각하지 못할 만큼 힘들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주위 사람들과 따뜻한 정을 나누며 살아간다는 게 너무나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에게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사랑스런 두 자녀가 있어서 행복하고 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어 행복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제 주위에 있는 따뜻한 사람들과 친정처럼 갈 곳이 있다는 것도 저에게는 큰 행복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감사의 마음을 잊지 않고 한국 땅에서 저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살아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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