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 봅시다]무심코 던진 과자 한 조각 생태·동물 건강에 악영향

추석 당일이던 지난달 27일 오후 창원 용지호수 매점 근처에 잉어와 비둘기가 모여들었다. 사람들이 던져주는 과자를 먹기 위해서다. 사람들이 과자를 던져주면 물속에 숨어있던 물고기가 꼬리지느러미를 흔들며 올라오고, 아이들은 "와, 신기하다"며 환호성을 지른다.

매점 입구 맞은편에는 '물고기에게 먹이를 투척하거나 공원 내 비둘기 등 조류에게 먹이 제공을 하지 맙시다'란 안내문이 붙어 있었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이런 풍경은 가족단위 나들이객이 많은 주말이나 연휴에 자주 목격된다.

아이는 동물에게 먹이를 주는 행위를 통해 사랑과 친화성을 배운다. 그러나 정해진 먹이가 아닌 과자를 줄 때 상황은 달라진다. 오히려 동물의 건강을 해치고 자생력을 떨어뜨린다.

20150930010134.jpeg
마산 돝섬으로 향하는 배안. 사람들이 과자를 갈매기에게 주고 있다. / 김민지 기자

옥수호 경남야생생물보호협회장은 "용지호수에 사는 전체 어류의 80%가 블루길, 큰입배스 등 생태교란 외래어종으로 해마다 잡아내고 있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매점이 생기고 사람들이 인위적인 먹이(과자)를 주면서 외래어종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면서 "굳이 먹이를 주지 않아도 물고기는 플랑크톤을 먹고 거위는 작은 물고기나 미꾸라지 등을 먹고 자생한다. 사람들이 과자를 던져주면 거기에 길들여진다"고 지적했다.

마산 돝섬으로 향하는 배 안에서도 버젓이 '양심 갈매기밥'이라며 새우맛 나는 과자를 1100원에 팔고 있다. 갈매기들은 사람들이 던진 과자를 하나라도 더 먹고자 출발지점부터 도착지점까지 배와 함께한다.

사람들은 그런 갈매기를 보며 웃고 있다.

20150930010137.jpeg
마산 돝섬으로 향하는 배안. 이곳에선 '양심 갈매기밥'아라는 이름으로 과자를 팔고 있었다./ 김민지 기자

심인섭 동물자유연대 부산지부 팀장은 "염분이 많은 과자를 섭취하면 개나 고양이는 간 손상 등 치명적이다. 동물원에서도 지정된 먹이 외에는 간식을 주지 말라는 경고문이 붙어 있지만 이를 무시하고 재미를 위해서 사람들이 간식거리를 던진다"면서 "동물들의 섭취 방식을 무시하고 사람들의 편의를 위해 과자 등을 주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인식 창녕군 우포자연학교 교장은 안전한 먹이주기를 제안했다.

이 교장은 "영국 등 나라는 생태계를 고려해 먹이를 함부로 주지 못하게 한다. 시민 의식이나 교육 등도 중요하다"면서 "동물 등에게 먹이를 주는 것도 아이를 위한 교육 중 하나다. 동물에게 먹이주기를 제한하기보다는 동물이 먹어도 가능한 먹이를 판매해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20150930010131.jpeg
창원 용지공원 내 매점이 올해 4월 문을 열었다. 이후 사람들이 물고기, 비둘기에게 과자를 먹이로 주면서 매점 인근에 물고기와 비둘기가 모여든다./ 김민지 기자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