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이장님] 합천군 쌍책면 관수마을 김연수 이장

올해 합천군 쌍책면 관수마을에서는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황금빛 물결이 일렁였다. 그것은 다름 아닌 해바라기 밭.

유난히도 더운 올여름이었던지라 쨍쨍하게 내리쬐는 태양을 마주하며 서 있는 해바라기를 보는 주민들과 마을 방문객들은 그 아름다운 광경에 감탄을 자아낼 수밖에 없었다. 더 놀라운 점은 이곳 해바라기 밭이 원래는 폐비닐이 나뒹굴고 쓰레기가 쌓여 있던 버려진 공터였다는 점이다.

마을 골칫거리였던 공터를 일 년 사이에 해바라기 황금밭으로 만든 금손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관수마을 김연수(57) 이장이다.

4년 전 관수마을 경치에 반해 강원도 동해시에서 귀농한 그는 마을 이장을 맡은 지 1년도 채 되지 않지만 마을에 대한 애정과 주민들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마을 이장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행복 합천, 그린 희망마을 만들기 사업' 일환으로 관수마을을 '아름다운 마을'로 만들기로 한 그는 먼저 마을 주민들의 참여를 독려했다. 그 넓은 해바라기밭을 혼자 힘으로 일구는 것이 역부족이기도 하거니와 무엇보다 연세 높은 마을 어르신들께서 꽃을 심고 가꾸는 과정에서 소소한 즐거움과 보람을 느꼈으면 하는 바람에서였다.

마을 골칫거리였던 공터를 1년 사이에 해바라기 황금밭으로 만든 김연수 이장.

이렇게 온 마을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결과 관수마을의 랜드마크인 해바라기 밭이 탄생할 수 있었다.

또한 올해 수확할 해바라기 씨앗은 아름답고 정겨운 쌍책면 경관 조성에 보탬이 되고자 쌍책면에 기증할 계획이다. 관수마을뿐만 아니라 쌍책면 어느 곳에서나 해바라기 꽃을 볼 수 있게 한다는 취지에서다.

김 이장의 최대 장점인 추진력과 한번 시작한 일은 끝장을 보고 마는 강단은 마흔 살까지 육군 보병으로 근무한 경력에서 나온 것인가 싶기도 하다.

'안 되는 것도 되게 하라'는 신념으로 20여 년 국방수호에 헌신한 그는 영예롭게 육군 대위로 전역한 행동파이다. 하고자 하는 일을 생각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현실로 실현하는 그의 이러한 탁월한 능력을 지금은 쌍책면 관수마을에서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이후 기업 총무과에서 근무한 이력까지 더해져 이장으로서 제2의 삶을 시작한 것이다.

관수마을은 인구 45명이 사는 작은 마을이지만 뒤편으로 옥전고분이 있고 앞으로는 황강이 유유히 흐르는 배산임수 지역으로 황강변의 기름진 땅을 이용하여 당도가 탁월한 딸기와 수박을 많이 재배하며, 작지만 예부터 도원이 있었던 선비의 고장으로 주민의 단결이 아주 잘 되는 아름다운 농촌 마을이다.

하지만 김 이장은 요즘 고민이 많다. 현재 추진 중인 '그린 희망마을 만들기 사업'뿐만 아니라 '쌍효각'의 실효적인 활용방안을 구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부터 도원이 있었던 선비의 고장인 관수마을에는 두 형제의 '충'과 '효'가 새겨진 현판이 보존된 쌍효각이라는 충효문이 있다. 이곳을 '효' 실천 교육장으로 활용해 신구를 아우르는 문화장소로 재탄생시킬 계획이다.

김 이장은 "관수마을이 '아름다운 마을'이 되기를 바라는 만큼 관수마을 주민들의 행복을 기원한다"라며 "마을을 위해 하는 일들에 마을 주민들이 참여하고 또 그만큼의 결실을 이룰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렇게 하고 싶은 것도 많고 그만큼 열심히 그리고 성실히 발벗고 뛰는 김 이장의 행보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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