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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지역사회 문화 구심점 역할 해야죠"

[그 사람 그 후] 여태전 남해 상주중학교 교장

이서후 기자 who@idomin.com 2015년 09월 30일 수요일

지난 2010년 도내에서 처음으로 설립된 공립 대안학교 창원 태봉고등학교에 당시 산청 간디학교 여태전(54) 교감이 공모제 교장으로 부임했다. 개교 초기부터 학교는 좌충우돌 사고의 연속이었다. 이런 학교를 번듯한 대안학교로 정착시킨 건 대안교육에 대한 여 교장의 신념과 뚝심이었다. 하지만 여 교장은 지난 2013년 3월을 끝으로 태봉고를 떠나야 했다. 학부모들은 연임하기를 바랐지만 당시 경남도교육청은 생각이 달랐다. 태봉고를 떠난 여 교장은 난데없이 사립학교인 남해 상주중학교로 향했다.

그는 지난 1년간 폐쇄 위기에 처한 학교에서 활력을 이끌어 냈고 올해 초 대안교육 특성화중학교 전환을 끝냈다. 지난겨울 남해 상주중을 찾아 그를 만났을 때 여 교장은 상주초등학교, 상주중학교, 상주고등학교로 이어지는 자신의 큰 꿈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리고 추석 며칠 전 다시 상주중을 찾았을 때 그는 그 꿈의 일부를 이미 실현하고 있었다. 그의 꿈은 단순히 '대안학교를 만들고 대안교육을 한다' 정도가 아니었다. 그것은 비틀거리는 현대인에게 필요한 '대안적인 삶' 그 자체다. 이것이 바로 그가 만들고자 하는 '남해 금산 교육 마을'의 핵심이다. 그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간단하게 정리했다.

남해 상주중 여태전(오른쪽) 교장이 아이들과 야외수련회를 하며 함께 저녁을 준비하고 있다. /이서후 기자

◇그는 왜 남해 상주중학교로 향했나 = "지금 상주중 정주한 행정실장이 폐교 위기인 학교를 살려보겠다고 이리저리 애쓰다가 2010년 태봉고 개교 초기에 저를 찾아왔었어요. 좀 도와달라고. 그리고 학교에 한 번 찾아오라더라고요. 그래서 상주중은 가본 적이 있다 그랬더니 그래도 한 번 오셔서 아이들은 어떻게 하는지, 학교 환경은 어떤지 좀 봐달라고 하기에 갔지요. 가서 가만히 주변 살펴보니 정말로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이곳은 치유형 대안학교를 운영할 천혜의 자리다. 이런 자리에 있는 학교가 폐교되면 정말 아깝다. 그래서 이런저런 조언을 했죠. 절차도 가르쳐 주고. 그러면서 계속 아름다운 남해에 '교육마을' 하나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해 왔어요. 결국 태봉고 임기가 끝나자 바로 상주중학교로 오게 됐죠.

따지고 보면 귀농·귀촌을 한다는 결심으로 지난 2006년 산청 간디학교로 갔던 건데 갑자기 태봉고등학교가 생기는 바람에 3~4년 다시 힘겹게 살다가 이제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거라. 생각 같아서는 좀 쉬었으면 좋겠다고 생각도 했지요. 그래도 아, 이게 인연이구나, 하고 내가 여기에 터를 잡았어요. 이제 정말 내가 꿈꾸는 대로 남은 평생을 살 생각입니다."

◇작은 변화에서 큰 수확을 얻다 = "제가 상주중에 오고 나서 아침 시간표를 좀 바꿨어요. 한 주를 여는 시간을 독서, 산책, 글쓰기 이렇게만 해도 애들이 살아나요. 사실 일반학교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거죠. 우리는 대안학교가 아닌데도 이렇게 해 왔거든. 그리고 이런 시골 마을에 학교가 살아나면 마을 전체가 살아나요. 그러니까 학교가 지역사회 문화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거야. 지난 시절을 보면 작은 시골학교에서 운동회나 소풍날이 되면 어머니들이 단장을 하고 학교로 가잖아요. 그게 동네잔치가 되는 거죠. 물론 지금 상주중 자리에 호텔이나 리조트를 세우면 마을에 관광객이 더 찾지 않을까 하는 생각들도 있었어요. 제 생각에는 왜 모든 발상이 그렇게 자본주의적 발상으로 가느냐, 이 좋은 경치를 아이들이 누려서는 안 되는 이유가 뭐냐, 아이들에게 그런 걸 선물해 준다는 생각은 못하고 모든 걸 돈벌이 수단으로만 생각을 하느냐 싶은 거죠. 이런 천혜의 환경을 아이들에게 주자. 이것이 지금 교직원들과 제가 지키고자 하는 가치죠."

◇소박하지만 큰 꿈을 꾸다 = "제가 여기에서 농촌을 거창하게 살린다거나 다시 살아나는 시골 마을을 만든다, 뭐 이런 것이 아니고, 여기에 10년, 20년 살다 보면 좋은 사람 한 사람, 두 사람 인연 따라오고 그렇게 뭐가 안 생기겠나, 이런 꿈을 꾸고 있어요. 그래서 요즘에는 만나는 사람마다 '교육마을'이란 허황한 꿈 얘기를 많이 합니다. 여기 상주중학교도 학생 수가 400명이 넘을 때도 있었대요. 한 반에 60명씩 와글와글한 거라. (9월 현재 상주중 전교생은 65명이다.) 사실 우리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에는 학생이 많아서 오전반, 오후반 이렇게도 있었다고. 그래도 아이들이 요즘처럼 친구들을 못살게 굴거나 자살을 많이 하고 이런 일은 없었다는 말이지. 근데 우리가 물질적 풍요를 누리고, 삶이 파편화되고 관계가 깨지면서 이런 일이 생긴 거라. 제가 처음 산청 간디학교를 드나들기 시작했을 때 그곳에서는 자연이 아이를 키우고 있었어요.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스스로 생각하면서 사유가 깊어지더란 말이죠. 우리가 어릴 때도 그렇게 컸단 말이에요. 10리 길을 걸어서 학교에 가고 다시 걸어서 집에 오고 왕복 8㎞예요. 그 길에서 자연을 보고 비바람을 맞으면서 아이들의 생각이 길러지는 거예요. 그렇게 크는 것이 사람의 성장과정인데 도시적인 삶은 그것을 다 차단해 버렸어요. 끊임없는 경쟁 속에서 사람들을 불안하게 하는 무언가가 우리 삶에 해적질을 하고 있단 말이죠. 이것을 우리가 빨리 깨야 하는데, 그렇다면 이런 이야기를 떠들고만 다녀서는 안 되고 내가 스스로 시골에 들어와서 그렇게 살아야 해요. 여기 남해 상주에서 제가 하는 게 이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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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후 기자

    • 이서후 기자
  • 문화체육부에서 문학/영화/연극/출판 등을 맡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