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 따라 내 맘대로 여행] (66) 전북 김제 벽골제

뜨거운 햇살과 살랑이는 가을 바람이 초록의 들판을 황금색으로 바꾸어 놓았다.

풍요로운 가을 정취를 만끽하려고 떠난 길이다.

"그 끝이 하늘과 맞닿아 있는 넓디넓은 들판은 어느 누구나 기를 쓰고 걸어도 언제나 헛제자리 걸음질을 하고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만들었다."

일제치하에서 민족의 수난과 투쟁의 역사를 담은 대하소설 <아리랑>에서 작가 조정래는 그 배경이 된 전북 김제 들녘을 가리켜 이렇게 표현했다.

김제는 부안과 군산, 익산, 완주로 둘러싸인 평야지대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땅 위로 솟아오른 산을 찾기 어렵다.

축조 당시 3.3㎞에 달했던 제방길. 제방길 너머로 사적 제111호 벽골제가 있다.

여물어가는 황금 들녘들이 먼저 우리를 반긴다.

벼 고을 김제는 지금으로부터 1700여 년 전 백제 비류왕 330년에 만들어진 수리시설인 벽골제가 있는 곳이다.

우리나라 도작문화의 발생지이며 농경문화를 꽃피웠던 곳이기도 하다.

백제시대에는 벽골군으로 불리게 되는데, 이는 우리나라에서 벼농사를 처음으로 짓기 시작한 데서 '벽골군', 즉 '벼의 고을'이라는 이름이 붙여지게 되었다고 한다.

너른 들판 곳곳에는 가을 향기가 물씬 풍긴다. 너르고 폭신한 풀밭과 곳곳의 풍성한 볼거리가 걸음을 재촉한다.

입구에서 벽골제 안내책자를 받아 '벽골제 마실지도'를 훑어본 뒤 여행을 시작하는 것이 편하다.

벽골제 농경문화박물관과 농경사주제관 및 체험관 등 김제를 주제로 한 농경문화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박물관을 비롯해 벽골제의 전설과 관련한 각종 조형물 등이 넘쳐난다.

특히 억새가 가을 바람에 몸을 맡기고 한들한들 춤을 추는 둑을 바라보면 벽골제 쌍룡의 위엄과 마주할 수 있다.

벽골제 농경사주제관 및 체험관 전망대에서 바라본 하늘 연못. 수로를 형상화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쌍룡전설은 크게 조연벽 장군설화와 단야낭자 설화가 있다. 조연벽은 고려시대 몽고 침략 때 대장군으로 활약한 뛰어난 무장으로 백룡과 청룡의 싸움에서 백룡을 도와 청룡을 물리쳐 그 보답으로 김제 조씨 가문의 융성을 약속받았다고 한다.

단야낭자 설화는 신라 원성왕 때 김제 태수의 딸인 단야가 스스로 청룡의 제물이 되어 아버지의 살인을 막고 벽골제 보수공사를 무사히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이들 설화는 축조 당시 제방 길이 3.3㎞, 둘레 40㎞에 이르는 거대한 벽골제를 훼손코자 하는 청룡과 이를 보호하고자 하는 백룡이 살았다는 것을 바탕으로 전해 내려오는데 바로 이곳에 '사적 제111호 벽골제'가 있다.

지금 이곳은 내달 7일부터 11일까지 열리는 제17회 김제 지평선 축제 준비로 분주하다.

문화체육관광부 지정 2년 연속 대한민국 대표축제인 '김제지평선축제'는 우리 한민족의 근간인 농경문화의 정체성 계승과 하늘과 땅이 만나는 황금 물결 지평선의 비경을 테마로 1999년부터 매년 이맘때쯤 열린다.

억새가 춤추는 둑 옆에 자리잡은 쌍룡. 청룡과 백룡 전설을 품고 있다.

올해 축제도 벽골제 제사를 비롯해 쌍룡놀이, 풍년 기원 입석 줄다리기, 가마솥에 누룽지 아궁이 쌀밥체험 등 지평선 쌀 주제행사 등을 다양하게 펼쳐놓을 예정이다.

갖가지 체험과 박물관·미술관·농악관 등을 둘러보고 나서 주막에도 들러보자. 직접 만든 두부와 얼큰한 소머리국밥 등을 자연에 둘러싸여 아무렇게 앉아 한 그릇 먹는 재미도 쏠쏠하다.

모쪼록 마음만은 풍요로운 한가위 맞이하길.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