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작은 봄, 울 딸!! 울 딸이 독일로 직장을 구해서 간 게 벌써 1년이 후울쩍 넘었네. 세월이 참 빨리도 흘러가는 것 같지? 너에게 편지를 쓰려니 옛날 생각이 많이 나는구나. 네가 전에 '나는 질풍노도의 시기를 너무 길게 지냈어'라고 했지. 그래, 정말 너는 오랜 시간 방황을 했지. 중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그리고 대학도 안가고 일본으로, 공장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얼 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10여 년을 보내고 있을 때 너도 물론 많이 힘들었겠지만 지켜봐야 하는 엄마는 마음이 늘 아팠단다.

하지만 네가 언젠가 제자리로 돌아올 거라는 믿음이 있었기에 그래도 잘 견디었던 것 같아. 친구들이 다 직장에 갈 때, 늦게 서야 대학에 갔지만 거기서 네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 결국 독일로 가서 맡은 일은 잘 해내는 모습을 보며 이제 엄마는 한시름 놓이는구나.

지난 6월 유럽 여행에서 박미희(맨 왼쪽) 씨 부부가 독일에 있는 막내 딸과 함께 찍은 사진.

너 대학 다닐 때 독일에서 잠깐 공부했었잖아. 그때 아빠가 심하게 아프셨지. 오지는 못하고 안타까워하며 아빠 간 이식이라도 하게 되면 아빠랑 맞는 사람이 너밖에 없다고 친구들과 술자리도 전혀 안 하고 몸조심하고 있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우리는 너무 감동이었단다. 지금도 그 생각을 하니 눈물이 나는구나.

그리고 이번에 울 딸도 볼 겸 아빠의 입사 30주년 여행을 유럽으로 가게 되었을 때 딸이 무척이나 반갑게 우릴 맞아 주었고 아빠는 괜찮으신데도 아빠 힘드신다고 여행 내내 딸이 즐겁게 운전대를 잡았지. 이번에 너의 진심 어린 걱정과 사랑을 고스란히 느끼고 왔구나. 친구들도 보고 싶고 한국에 무척이나 나오고 싶었을 텐데, 우리와 유럽여행을 같이해 주느라 집에 오는 건 내년으로 미뤄줘서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했었단다. 너를 보고 온 지가 3개월이 되었어. 그런데 다시 너무 보고 싶다.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 보니 자꾸 더 그리워지나 봐.

작은 봄 울 딸! 추석인데 집에 오고 싶지? 엄마가 해 준 음식 아주 좋아하는데 너무 아쉽구나. 그러고 보니 지난 추석에 독일에서 튀김이랑 이것저것 해먹었다고 사진 보냈었지? 음식이라고는 전혀 못 할 줄 알았는데 딸이 엄마를 깜짝 놀라게 했어. 올 추석에도 맛있는 음식 만들어서 친구들과 나눠 먹을 거야?

딸! 그곳 독일은 이미 제법 쌀쌀해졌지? 여기도 가을이 무르익고는 있지만 작년에 보니 한겨울은 여기보다 덜 추워도 가을의 추위는 빨리오는 것 같더라고. 가을이 되니 좀 걱정이 되는구나. 넌 면역력이 좀 약해서 감기를 자주 하잖아. 힘들겠지만 때 거르지 말고 잘 챙겨 먹고 옷도 따뜻하게 입도록 해. 너무 어린애 취급을 했나? 엄마들은 못 말려. 하하.

딸이 휴가받아 놨다는 내년 3월이 벌써 기다려진다. 한국에 오면 뭐 할까? 뭐가 먹고 싶어? 어디 갈까? 목록 적어놔. 좋아하는 음식 많이 해 줄게. 울 딸, 사랑한다. - 엄마가.

/함안 사는 박미희 씨가 독일에 사는 작은딸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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