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댈 곳 없는 세상...그래도 내 편 가족

아버지. 아침저녁으로 날씨가 쌀쌀해졌어요.

아버지 폐렴 걸리지 않고 겨울 나게 하려면 독감주사 미리 맞혀드려야 하고, 환절기에 통풍 재발하지 않도록 술 좀 줄이라고 당부도 드려야 할 때인데….

엊그제 마산 어시장에서 생선 좀 사서 추석 차례 지낼 동생 집에 택배 부치고 돌아서는데, 왜 그리 서글프던지요.

아버지.

먼 길 가시기 사흘 전 병원 침대에서 초췌한 모습으로 저를 슬프게 바라보시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해요. '나 한 번만 안아주고 가거라' 하는 눈빛이었는데, 아버지는 그 말을 가슴 속 깊이 꾹꾹 눌러 담으셨죠. 저는 그 마음도 읽지 못한 채 돌아서버렸고요. 그게 아버지 체온을 느낄 마지막 기회였는데.

곁에 계실 땐 몰랐어요. 아버지가 제게 큰 힘이었다는 사실을. '늘 너한테 부담 줘서 미안하다'고 하셨는데, 아버지가 떠나시고 한참 후에야 그 말이 '널 사랑한다'는 뜻이라는 걸 깨닫게 됐어요.

'서민들 먹고살기 힘든 게 어제오늘 일이야? 정치하는 놈들 아주 형편없어. 언론에서 말야. 정신 똑바로 박혀있지 않은 정치인들 꾸짖고 바로잡지 않고 뭐해?'

정의롭지 못한 세상에 호통 치던 아버지 모습도 그리워요. 그땐 정말 그런 말 지겨워서 건성건성 듣곤 했었는데 말이죠.

식당에 가셔서 '서비스가 엉망이니 손님이 없지. 이런 걸 지적해주는 사람이 있어야 돼!'라며 식당 주인 직접 불러 야단치던 모습도 아련해요. 아버지가 그럴 때마다 전 '그만 좀 하시라'고 짜증을 버럭 냈었죠.

벌써 1년 반이 지났어요. 창원 진동공원묘원 묘비 앞에 꽃 한 다발 꽂아드려도 아버지는 아무런 말도 없네요. 엄마는 잘 만나셨겠죠? 추석이 돼도 찾아갈 친정이 없으니 좀 허전해요. 엄마 안 계셨어도 술 한 잔 따라드릴 아버지가 계셔서 참 좋았었는데.

세상 돌아가는 건 아버지 계실 때나 지금이나 달라진 거 하나 없이 팍팍하기만 해요. 체감 경기가 엉망이니 서민들은 여기저기서 힘들다고 아우성인데, 있는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아요. 점점 더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사람들만 살기 좋은 세상이 돼가는 거 같아요. 좋은 정책인 듯 발표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약한 이들에겐 도움이 안 되는 일투성이고요.

그래도 힘겨울 때마다 대쪽 같았던 아버지를 생각하면 조금씩 기운이 나요. 저도 아버지처럼 애들한테 힘을 주는 엄마가 될 수 있겠죠?

요즘 애들을 일부러 많이 안아주곤 해요. 병원에서 아버지를 못 안아드린 게 너무 후회스러워서요. 죄송했어요 아버지.

그리고 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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