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세인형과 제주 사람들

간세인형은 자투리 천으로 조랑말 모양을 만들어 속에 솜을 넣고 끝단을 손바느질로 단단히 꿰매주면 완성된다. 단추와 실로는 조랑말 눈과 꼬리를 표현해주고, 갈기를 나타내는 'JEJU OLLE'(제주 올레)라고 적힌 라벨을 붙인다. 이 라벨이 있어야 '짝퉁 간세'가 아니다. 갈기는 판매용이 갈색, 체험용이 파란색이다.

간세인형 체험 공간은 2곳이다. 제주시 간세라운지(오후 1~8시)와 서귀포시 이중섭문화거리(이중섭로 19)에 있는 카페 '바농'(오후 1~6시). 간세인형 만들기 체험비는 1만 5000원. 간세인형공방조합원들이 돌아가면서 바농과 간세라운지에서 체험을 거들고 있다. 초기 한 달에 30명 정도에 불과했던 체험은 성수기 월평균 200명이 참여할 만큼 수요가 늘었다고 한다.

간세인형은 진화하고 있다. 신랑 신부 간세, 스파이더맨과 배트맨 간세 등으로 작품이 되어 전시회도 열린다. 제주를 대표하는 문화 상품으로 인지도를 쌓고 있는데, 제주뿐 아니라 부산과 전주 등 전국에서 전시와 판매가 이어지고 있다.

안은주 제주올레 사무국장

"주부라도 바느질을 잘하는 게 아니거든요. 근데 하나씩 만들다 보니 숨어있는 끼가 나온 건지 나 자신한테 놀랐어요. 아이만 보살피던 제가 간세인형으로 직업까지 생길 줄은 몰랐죠." 평범한 주부였던 간세인형공방조합 고경순 조합장은 제주올레를 통해 간세인형 봉사자가 됐다. 지금은 모든 상품이 고 조합장 검사를 거쳐 판매된다. "한 땀 한 땀 정성이 담겨 있지만, 핸드메이드라고 무조건 가치를 높이는 것이 아니에요. 모양이 일그러지거나 흠이 있으면 폐기하고 상품 가치가 있는 것만 내놓죠."

제주 수눌음(품앗이의 제주말)과 전국 아름다운가게 등을 통해 자투리 천을 공급받고 있다. 고 조합장은 새로운 간세인형도 준비 중이라고 알려줬다. "간세인형이 처음에는 배낭에 묶는 형태였는데, 집안이나 차 안에도 걸면서 점점 일상으로 들어왔어요. 그래서 열쇠고리도 나왔고, 간세인형의 세 번째 변신을 고민하고 있어요."

최승주 바농 주인장

'바농(바늘의 제주말)' 주인장 최승주 씨 역시 초창기부터 간세인형을 만들어왔다. 인천에서 2010년 제주로 온 최 씨는 제주올레 간세인형 운영팀장을 거쳐 2013년 3월 '바농'으로 독립했다. "젊은 친구들이나 아이들도 체험하러 오는데요. 어느 지역을 여행하든 직접 체험해보는 게 나중에도 기억에 남는다고 해요. 요즘은 여행 방식이 이렇게 변한 거죠. 아무리 비싼 곳을 다녀와도 바느질해보고 감귤을 따본 것이 추억이 되는 것 같아요. 일본이 지역마다 캐릭터 사업이 많은데, 우리도 지역별로 갖가지 체험이 생기면 좋겠어요."

이들은 간세인형이 제주 대표 브랜드가 될 수 있다고 자신한다. 간세라운지나 바농 2호점, 3호점 탄생도 기대하고 있다. 제주올레 안은주 사무국장은 "간세인형이 돌하르방과 삼다수를 능가하는 브랜드가 될 것이라고 본다. 지역에서 만든 브랜드 중에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1만 5000원짜리 인형이 살아남은 데 대해 의아해하는 반응도 있지만, 자투리 천을 쓰니까 항상 새로운 간세인형이 탄생한다. 또 자기 스스로 체험해보고 만든 면에서 특별하다"고 말했다.

고경순 간세인형공방조합장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지원을 받아 이뤄졌습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