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이장님] 거창군 남상면 임불마을 김상봉 이장

"여기가 재실인데 나무 밑이라 여름에 아주 시원하고 좋아! 여기를 손 좀 봐서 뭘 좀 하고 싶은데 어떨까? 여기가 예전에 우물가, 빨래터로 쓰던 곳인데 지금은 안 쓰니까 이래 더러워지네! 이번에 마을사업이 들어오면 복지 공간으로 새로 지었으면 하는데 이 자리가 어때? 저기는 옛날 마을회관인데 지붕만 새로 고쳐뒀어. 손님들 오면 밥하는 공간으로도 괜찮을 것 같아."

거창군 남상면 임불마을 김상봉(73) 이장은 오늘도 끊임없이 살기 좋은 임불마을 만들기를 고민하고 있다.

김 이장은 7년 전 귀향해 농사를 지으면서 지난해 1월부터 이장을 맡고 있다. 임불마을이 고향인 김 이장은 결혼 후 젊은 시절엔 북태평양 명태잡이 어선을 타기도 하고, 거창읍 공설시장에서 신발가게도 운영하는 등 먹고살려고 바쁘게 뛰어다녔다. 하지만 경험 부족 등으로 실패를 거듭했다. 시행착오 끝에 1980년 부산에서 대리석 건축 분야 일을 하면서 경제적 어려움을 이겨냈다.

1990년부터 6년간 구포3동 통장으로 활동했던 김 이장은 집안 장손으로서 역할을 다하고자 부인을 설득한 끝에 2007년 고향으로 돌아왔다. 우선 1만 3223㎡(4000평) 논농사와 한우를 사육하는 초보 농사꾼 생활을 4년 정도 하면서 기반을 다졌다. 지금은 2645㎡(800여 평) 밭농사까지 곁들였다.

거창군 남상면 임불마을 김상봉 이장.

임불마을은 초고령화, 노동력 부족, 정주환경과 문화복지 혜택 취약점을 고스란히 안은 평범한 농촌마을이다. 이런 마을에 때마침 행정 지원 속에서 지난해부터 마을 만들기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농촌현장포럼, 마을 꽃동산 조성, 임불마을 고품 전시관 개관, 공동급식을 위한 벼·무·배추 공동 재배 등은 김 이장이 이장이 된 후 지금까지 마을 주민과 힘을 모아 벌여온 일들이다.

그 결과 지난해 10월에는 거창군 '함께하는 마을 만들기 시범사업'에 응모해 최우수상을 받았다. 마을 입구 낡은 창고는 마을기금으로 매입한 후 고쳐 '번듯한 볼거리(古品)'로 만들어놓았다. 임불마을 고품 전시관은 주민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참여해 만들었다. 주민들이 농작업에 사용해온 농기구, 주민들의 정겨운 손때와 시간의 더께가 내려앉은 각종 생활용품 등 버려지고 사라져가던 소중한 유산들을 다음 세대에게 전해주는 공간이다. 농촌마을의 귀중한 역사가 가지런히 정리돼 있다.

김 이장의 객지생활 경험과 지도력은 공동체 형성을 통한 살기 좋은 임불마을 만들기를 추진하는 원동력이 됐다. 마을의 유·무형 자원을 찾고 발전 계획을 수립하는 농촌현장포럼을 귀찮아하던 마을 주민들이 선진지 견학을 다녀와서는 무엇이든 해보자는 의욕을 보였고, 조금씩 생각이 바뀌었다. 거창한마당잔치에 썼던 국화꽃을 마을 만들기과를 통해 지원받아 칡넝쿨과 잡초가 무성하던 마을 입구 버스정류장 주변도 말끔히 정리했다. '임불'이라는 글자를 큼지막하게 박아 멋들어진 꽃동산으로 바꾼 것이다. 임불마을이 이제는 전국의 마을 만들기 선진지 모델이 됐다.

올해에는 마을기금을 마련하려고 마가목 1200그루를 심는다. 연중 전 주민 공동급식을 위해 2314㎡(700평)에 벼농사, 661㎡(200평)에 무·배추를 심어 가을부터 주민이 함께 생활하는 새로운 농촌문화를 만들고 있다.

임불마을 사업 추진 과정은 각종 언론매체에 주민주도 마을 만들기 사업 우수 사례로 소개됐고, 농촌현장포럼 우수마을 경진대회에 경남 대표로 출전해 중앙무대에서 '임불마을 만들기' 사례를 홍보하기도 했다.

김 이장은 "젊은 사람들이 없어서 걱정이긴 하지만 그래도 노인들이 협조를 잘하니까 뭣이 잘 안 되겠어! 일하다가 삐걱삐걱하면 언제라도 주민들이 모여 고민하고 의논하면서 행정의 측면 지원으로 풀어갈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임불마을은 현재 2016년도 일반 농산어촌 개발사업 중 창조적 마을 만들기 문화복지 분야의 5억 원 공모사업에 응모해 결과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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