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맛집]창원시 동마산시장 '철이식당'

대형마트가 곳곳에 들어섰지만 시장은 여전히 건재하다. 발걸음이 예전만 못해도 다양한 물건을 구경하며 상인들과 가격 흥정도 벌이는 시장의 매력은 크다. 시장에서 먹을거리는 핵심이다. 장보다 허기를 달랠 수도 있고, 싸고 푸짐하게 먹을 수 있어서 일부러 찾아가는 이도 적지 않다.

창원시 마산회원구 동마산시장의 '철이식당'을 찾았다. 시장 식당골목에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강정선(64) 씨가 철이식당을 운영한 지는 15년, 동마산시장에서 장사를 시작한 것은 38년이나 됐다. 이곳은 직장인들이 점심때 든든한 한 끼 식사를 하러 찾는 곳이기도 하다. 밖에서 얼핏 보면 테이블만 보이는데, 자세히 보면 방안에서 식사를 할 수 있게 돼 있다. 단체 손님들이 옹기종기 앉아서 식사하기도 한다.

메뉴판에 정식, 국수, 비빔밥, 떡국, 냉면, 칼국수, 김밥, 수제비, 두루치기, 명태전, 잡채가 적혀 있다. '백화점식'으로 종합적이다. 강 씨는 "원하는 게 있으면 다 만들어준다. 시장에 있으니까 사다가 할 수 있는 것은 다 만든다. 다 자신있다"고 말했다. 칼국수를 원하면 금방 칼국수 면을 자르는 기계에 반죽을 넣어서 뽑아낼 수 있게 준비돼 있다. 국수는 준비한 멸치 육수와 함께 뚝딱 만들어낸다. 새벽에 일어나 오전 8시부터 밤 8시까지 영업을 하니, 만반의 준비를 해 두는 듯했다. 새벽에 시장에서 식사 준비를 위한 장을 봐서 일찌감치 반찬을 만들고 준비를 한다고 했다.

철이식당 정식. 제철 반찬이 가득하다.

정식을 주문했다. 공깃밥에 반찬가짓수가 12가지다. 두부, 갈치, 오이, 어묵, 감자, 콩나물, 계란말이, 열무, 파김치, 전 등이 상에 올랐다. 여기에 두부, 양파, 파 등이 든 된장찌개가 나왔다. 정식 메뉴에서 국은 매번 다르다. 된장찌개가 나오기도 하고, 김치찌개, 생선찌개가 나오기도 한다. 손님이 원하는 것을 내기도 한다. 정식은 다양한 반찬을 골고루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철 따라 나오는 재료로 만들어서 제철 반찬을 맛볼 수 있다. 반찬과 국은 간이 좀 센 편이었다. "나이 든 사람은 너무 싱겁게 해도 안 되고, 요즘처럼 닝닝하게(밍밍하게)는 못한다"고 했다.

생선을 판매하는 분이 이곳에서 강 씨를 돕고 있었다. 바쁜 시간대에 손을 보탠다고 했다. 강 씨는 갈치를 사다 반찬으로 쓰고, 생선 파는 분은 손님에게 음식 내는 일을 도우면서 '상생'을 꾀한다고.

강 씨는 "시장에서 과일, 쌀장사를 오래했는데, 무겁고 힘이 들어서 식당을 열었다. 식당은 혼자 해도 돼서 좋았다. 단골이 많다. 먹어보고 다시 들를 때는 다른 사람 데려오는 손님도 늘었다. 동사무소, 경찰서 등 관공서에서도 자주 찾는다. 여기서 자식들 다 키웠다. 철이가 아들 이름 끝 자"라며 웃었다.

철이식당 입구 모습.

인터뷰 도중 손님이 오면 민첩하게 음식을 해냈다. 식당 입구에 페트병에 든 단술(식혜)도 눈에 띈다. 빨간 고무통에 가득 들었다. 새벽 일찍부터 나와서 팔려고 만들었다고 했다.

그는 "시장은 좀 안된다고 장사를 그만두고 나가고 그런 게 없다. 이웃한 가게들도 다 십 년 넘게 한곳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집도 시장 코앞이고, 힘닿는 데까지 음식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말을 끝내자마자 단골손님이 강 씨를 반갑게 찾아왔다.

철이식당 강정선 사장.

<메뉴와 위치> 

◇메뉴 △정식 6000원 △칼국수 4000원 △국수 4000원 △수제비 4000원 △비빔밥 5000원 △두루치기 1만 원, 2만 원.

◇위치 창원시 마산회원구 합성남8길 76 가동(동마산시장).

◇전화 055-297-3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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