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 어디가?]

○…'비 온 뒤 땅이 더 단단해진다'는 말이 있죠.

사실 스포츠계에서는 한 번 위기를 겪은 팀의 전력이 급상승하기는 어려운데요. 최근 해체 직전까지 갔던 팀들이 어려움을 딛고 정상급 기량을 선보여 눈길을 끕니다.

바로 경남 연고의 남자실업 핸드볼팀 코로사와 내셔널리그 창원시청인데요.

두 팀은 올 시즌 직전 나란히 가까스로 해체 위기를 면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코로사는 지난해 11월 해체설로 위기를 맞은 데 이어 선수단의 결별 선언까지 더해지며 좌초 직전에 놓였습니다. 하지만, 경남체육회가 운영비를 지원하며 겨우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코로사는 '2015 핸드볼 코리안리그'에서는 비록 결승 진출이 좌절됐지만, 최근 사전경기로 열린 전국체전에서 국군체육부대를 꺾고 금메달을 따내는 저력을 발휘했습니다.

'좌절' 속에서 '희망'을 발견한 팀은 또 있는데요.

바로 내셔널리그 창원시청입니다. 창원시청도 지난해 시의 직장운동부 슬림화 정책에 따라 해체 위기에 내몰렸는데요. 그래서 선수보강은 고사하고 코칭스태프 일부가 팀을 떠나는 아픔을 겪었습니다.

창원시청은 자신보다 팀을 먼저 생각하는 헌신적인 플레이를 바탕으로 승승장구해 17일 현재 경주한수원에 승점 1점 뒤진 리그 2위를 기록 중입니다. 창원시청 박말봉 감독은 "우리 팀은 원클럽맨이 많아 팀의 어려운 사정을 선수들이 누구보다 잘 안다"면서 "선수들 스스로 이를 극복해내려는 의지가 강했기 때문에 기대 이상의 결과가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팀 해체라는 극단적인 상황에서도 절대 포기하지 않은 두 팀을 보면서 비 온 뒤 활짝 갠 대지만큼이나 싱그러움을 느껴봅니다.

NC 다이노스만의 특별한 작별인사

○… 얼마 전 NC의 치어리더 팀장의 특별한 은퇴식 소식을 전해드렸는데요. 최근 이직으로 팀을 떠나게 된 한 프런트도 이와 비슷한 작별인사를 구단으로부터 받았다고 합니다.

지난 13일은 올 시즌 최고의 경기로 꼽아도 손색이 없는 NC와 SK의 경기가 열렸는데요. 이날 NC는 3-11로 뒤지던 경기를 차곡차곡 추격해 9회 말 터진 지석훈의 스리런 홈런으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습니다.

승리의 여운이 가득했던 이날을 지석훈만큼이나 잊지 못할 또 한 명이 있는데요. 바로 마케팅팀에서 근무했던 우지현 차장입니다.

우 차장은 다른 회사로 이직하게 돼 이날 그동안 함께했던 동료에게 작별인사를 고했는데요.

프로야구단답게 마지막 인사도 남달랐습니다.

관중이 모두 빠져나가고서 구단 직원들이 하나 둘 그라운드에 모여들었는데요.

이들은 함께 사진을 찍고 우 차장은 마운드에서 직접 공을 던지며 떠나는 아쉬움을 달랬다고 합니다.

특히 이날 송별회는 스코어보드와 전광판도 꺼지지 않아 극적인 승부의 짜릿함과 작별이라는 아쉬움이 뒤섞였다는 후문입니다.

야구장 내에서 특별한 시간을 보낸 우 차장과 동료는 별도의 송별회로 정들었던 지난 시간을 추억하는 소주 한 잔도 곁들였다고 합니다. 우 차장은 "이제 NC 다이노스의 일원은 아니지만 평생 다이노스의 팬으로 살아가겠다"고 인사했는데요.

투수가 마운드에 올라 공을 던지면서 경기가 시작되는 야구처럼 우 차장이 새롭게 시작하는 인생 2막을 응원해 봅니다.

태극마크 무게감만큼 일정도 빠듯해

○… 마산용마고 김성훈 감독이 국가대표팀의 코치로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 나섰다 돌아온 지 1주일이 흘렀습니다.

최근 만난 김 감독은 빠듯한 일정 탓인지 얼굴이 핼쑥해진 모습이었는데요. 그는 "대표팀이라 일정이 빡빡할 줄은 예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혀를 내둘렀습니다.

한국 청소년대표팀은 매번 12시 경기 배정을 받았는데요. 경기를 치르기 4시간 전에는 야구장에 반드시 도착해야 해 아침 6시에 일어나서 호텔에서 간단하게 조식을 먹고 야구장으로 향하는 일정을 반복했다고 합니다.

국내와는 다른 규정 때문에 훈련 시간과 그 공백이 너무 컸다고 김 감독은 전했는데요. 선공을 하는 팀이 먼저 공격 훈련을 40분, 이후 후공팀의 공격 훈련 40분이 진행됐고 이어 선공팀과 후공팀의 펑고훈련 등 핑퐁 스케줄이 짜였다고 합니다.

그렇다 보니 경기가 끝나는 시점까지 많게는 하루 8시간 이상을 야구장에서 보내야 하는 강행군이 이어졌다고 하네요.

또, 국내에서 하듯 숙소에 있는 주차장에서 선수들이 훈련을 하다 호텔 관계자의 주의를 받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래도 우승을 간절히 바라는 선수들은 주차장 내 가장 가장자리에서 훈련을 했다고 하니 우리 선수들의 끈기 하나는 세계 정상급이 아닐까 싶네요.

이번 대회에 코치로 참가했던 김 감독은 다음 대회에는 감독으로 한번 나서고 싶다는 당찬(?) 포부도 밝혔는데요.

2년 뒤 열리는 대회에서 과연 김 감독이 태극마크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을지 한 번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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