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진단]KAI 우주탐사 R&D센터 설치 둘러싼 갈등…불씨 안은 채 수면 아래로

우주탐사 R&D센터 진주 설치를 놓고 사천시와 한국항공우주산업(이하 KAI)이 빚었던 첨예한 갈등은 경남도가 진화에 나서면서 일단 봉합하는 모양새를 갖추었다.

KAI가 우주탐사 R&D센터를 진주에 추진하려 하자 사천시가 지난 10일 항공MRO사업 등 협력 중단을 전격 선언했고, 급기야 KAI는 16일 본사 이전을 검토하겠다는 초강경 입장을 밝히면서 일촉즉발의 위기감이 감돌았다. 다행히도 경남도의 중재로 17일 양 측이 갈등을 풀었다고 하지만 항공국가산단, 항공MRO 등 굳건히 협력해야 하는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라 도민에게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

◇갈등 배경은 = 사건 발단은 국회의원 관행인 '쪽지 예산'에서 비롯됐다. 미래창조과학부가 대전 유성구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지역에 우주탐사 R&D센터를 설치하려고 예산 100억 원을 편성했지만 기획재정부에서 전액 삭감했다.

이에 진주 출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인 새누리당 김재경(진주 을) 의원이 '진주 설치' 조건으로 100억 원을 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김재경 의원실은 지난 8일 KAI에 진주시와 '우주탐사 R&D센터 설치를 위한 협약(MOU) 체결'을 요청했고, KAI와 진주시는 14일 협약을 체결하기로 했다. 그리고 KAI는 지난 8일 항공산업 발전을 위한 상생협약식에서 이런 협약 관련 사실을 알렸다.

◇사천시 입장 = 하지만 사천지역이 발칵 뒤집혔다. 이는 배신감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혔다. 또한 불통도 이번 사태의 하나의 원인이 됐다. '우주탐사 R&D센터 진주 설치' 문제는 '국회의원이 자신의 지역구에 예산을 가져갈 수 있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사천시는 우주탐사 R&D센터를 가까운 지역인 진주에 설치하는 것에는 반대하지 않는다는 게 기본적인 생각이었다. 문제는 그동안 KAI에 각종 편의를 제공했는데 아무런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주시와 우주탐사 R&D센터 MOU 체결을 추진한 것은 물론 구두로 통보한 것은 시를 무시한 처사로 이해했다.

더구나 사천시는 KAI 관계자가 우주탐사 R&D센터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자 심한 불쾌감을 느꼈다. 특히 100평 규모라는 애초 정보와 다르게 최대 5000평 규모이고, 위성이나 발사체 조립시설이 들어갈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배신감은 더욱 커졌다. 급기야 사천시는 'KAI와 업무협의 중단'이라는 강수를 날리게 됐다.

◇KAI 입장 = KAI는 '우주탐사 R&D센터 입지 문제는 미래부와 항공우주연구원의 결정사항이다. KAI와는 무관하다'라는 게 기본 생각이다. 그래서 사천시의 강경한 태도에 한동안 침묵을 지켰다. 또한 진주시와 MOU 체결을 연기하는 등 사천시 눈치를 살폈고, 대화 노력을 했다.

하지만 시가 일방적인 대화단절로 해결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러자 KAI도 '본사 이전', '경남항공산업협동조합 이사장 사퇴' 등 초강경 카드를 꺼내 들었다. 결국 비도덕적·비윤리적인 기업으로 비치는 것을 경계한 것으로 마지막 배수진을 친 셈이었다.

KAI는 지난 16일 '입장 자료'를 통해 "회사 경쟁력을 저하하는 사천시의 경영간섭이 계속된다면 경쟁력 약화와 국내 항공산업 발전에도 이롭지 않다고 판단해 본사 이전을 검토하겠다. 그리고 사천시가 지역이기주의를 조장하는 한 국가항공산단 균형발전과 활성화를 모색하는 책임을 가진 '경남항공산업협동조합' 이사장직도 사퇴하겠다"라고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항공 MRO사업의 향방은 = 17일 경남도 중재가 있기 전부터 양측은 예정된 행사들을 정상적으로 진행했다. 특히 사천시와 KAI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항공 MRO 사업 유치도 정상적으로 추진돼 왔다. 송도근 사천시장이 지난 15일 항공 MRO사업 계획서에 최종 서명했으며, 특히 송 시장이 항공산업 정책에는 변화가 없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이날 경남도가 적극적인 중재에 나섬으로써 우주탐사 R&D센터 진주 설치를 둔 양측의 파열음은 가라앉게 됐으며, 다시 MRO 유치에도 한목소리를 내게 됐다. 이와 관련, 경남도·사천시·KAI는 공동으로 다음 주에 국토교통부를 방문해 MRO 사업계획서를 제출한다는 방침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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