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송전탑 반대주민, 유죄 판결에 즉각 항소…"국가 앞에 눈 감아버린 반쪽짜리 정의"반발

15일 오후 창원지법 밀양지원 앞에서 열린 밀양 765㎸ 송전탑 반대대책위 기자회견에서 법률자문단 배영근 변호사가 울음을 터뜨렸다. 대책위 소속 주민 18명에 대한 선고공판이 막 끝난 뒤였다.

"지렁이도 밟히면 꿈틀한다고요? 생쥐도 고양이한테 몰리면 물어버린다고요? 아닙니다. 지렁이는 밟혀도 꼼짝해서는 안 되고, 고양이한테 몰린 생쥐는 그대로 눈 감아버리라는 게 오늘 판결의 의미입니다. 사회적 약자의 손발을 꽁꽁 묶어버린 판결입니다."

"전기가 남아돌아도 더 필요하다며 발전소를 짓고 송전탑을 세우는 국가 앞에 사법부의 진실과 정의는 없었습니다. 외눈박이, 반쪽짜리 정의입니다. 즉각 항소하겠습니다."

이날 공판을 받은 주민 18명 중 9명이 집행유예 형을, 6명이 벌금형을, 3명이 선고유예 형을 받는 등 모두 유죄 판결을 받은 데 대한 평가였다.

15일 재판 뒤 밀양송전탑 반대대책위 기자회견 중 법률자문단 배영근(맨 앞) 변호사가 끝내 울분을 토하고 있다. /이일균 기자

판결 의미를 '밀양 송전탑 69기가 모두 들어선 만큼 지금부터는 저항하지 말고 가만히 있어라'는 것으로 읽은 것이다.

이날 징역 10월·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주민 한옥순(여·67) 씨의 분노도 같은 맥락이었다.

"우리가 무슨 죄를 지었노? 우리가 왜 범죄잔데? 총을 들었나 칼을 들었나? 우리 안 죽을라꼬 저항한 거뿐인데 징역 몇 년, 집행유예 몇 년, 벌금 몇 백만 원이 도대체 뭐꼬?"

2005년 밀양 765㎸ 송전탑 건설 주민설명회 이후 지난 10년간 사법처리 됐거나, 예정인 밀양 주민과 연대자 수는 모두 69명.

이날 재판에서 9명이 집행유예 형을 받으면서 지금까지 집유 형을 받은 주민과 연대자는 모두 14명이 됐다.

이날 각 200만 원씩 벌금형이 선고된 6명을 포함해 지금까지 모두 57명이 벌금형을 받았다.

선고공판이 남아 있는 8명을 포함해 벌금·변호인 선임비·민사재판비·소송비 등을 합하면 앞으로 2억 원 이상 소요될 것으로 대책위는 예상했다.

무죄는 단 1명, 선고유예가 이날 3명을 포함해 모두 7명이었다.

대책위는 이날 판결에 이르기까지 검찰과 경찰은 무리한 입건과 기소, 공권력 남용 등을 했다고 주장했다.

삶의 터전을 위협하는 765㎸ 송전탑 건설은 안 된다며 저항한 80대 3명과 70대 11명, 60대 14명 등의 노인들을 기소하고 사법처리한 것이 대표적 사례라고 했다.

기자회견 직후 대책위 법률자문단 변호인들은 창원지법 밀양지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