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 '감사 수용'교육청에 급식비리 대책 마련 요구…진전국면 '착시'불과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놓은 '프레임(frame: 틀)'에서 학교 무상급식 파행이 한 치 진전도 없이 맴돌고 있다.

최근 박종훈 교육감은 학교급식 감사 수용 입장을 밝히며, 홍 지사에게 '일괄 타결'을 제안했다. 이에 경남도는 급식감사를 명문화한 급식 조례 개정안이 도의회를 통과하고, 교육청이 급식비리 재발방지 조치를 한 후 급식비 분담비율을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급식비 분담비율에 대해서는 국비로 지원되는 저소득층 급식비를 빼고, 영남권 4개 시·도 평균 분담비율 31.3% 내에서 지원하겠다고 제시했다.

홍 지사는 지난 7월 도의회 본회의장에서도 '선별이든 보편이든 관여하지 않겠다'며 감사받는 전제 조건이 해결되면 영남권 평균 등 분담비율을 협의해 예산을 편성하겠다고 밝혔다.

무상급식 파행을 촉발한 학교급식 감사 문제에서 진전 국면, 해결 국면으로 접어든 것처럼 보이지만 '착시'일 뿐이다. 급식 사태에서 걸림돌이던 감사 문제가 정리됐지만 급식 정상화는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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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준표 지사./경남도민일보DB

도가 '급식비리 재발방지 대책' 전제 조건을 또 달았고, 분담비율 가이드라인으로 선을 그어놓았기 때문이다. 박 교육감은 '올해 지원과 비율 등 폭넓은 논의'로 일괄 타결을 원하지만 홍 지사 생각은 다르다.

도의회에서도 협상이 어려운 판을 내놓은 도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지난 농해양수산위 급식 조례 개정안 심사 때 박춘식(새누리당·남해) 의원은 "지금까지 감사 수용만 하면 된다고 했는데, 교육감이 감사 수용하겠다니까 도는 교육청이 '급식비리 재발방지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조건을 또 달았다"며 도가 급식문제 해결 의지가 있는지 의문스럽다고 했다. 그러자 도는 조건을 붙이지 않고 협상하겠다는 뜻을 의원에게 전했다.

또한 지난 4월부터 중단된 무상급식의 올해 회복은 불투명하다. 도가 영남권 평균 분담비율로 지원예산 규모를 정하겠다는 것은 내년도 예산 편성이다. 더구나 도가 제시한 분담비율로는 지난해까지 꾸준하게 확대된 무상급식이 대폭 후퇴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모든 시·군 초교생, 군 단위 중·고교생, 시 단위 읍·면 중학생까지 무상급식을 했었다.

일련의 흐름을 살펴보면 홍 지사는 급식감사를 하겠다는 뜻을 관철하고, 무상급식을 '좌파 무상 포퓰리즘'이라며 선별급식으로 바꾸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도의회가 급식감사를 명문화한 조례 개정안을 처리하면 칼을 빼들 수 있는데다 교육감도 수용하겠다고 밝혔으니 감사 강행에 대한 부담도 덜었다.

홍 지사는 지난해 10월 '감사카드'를 꺼낸 것은 무상급식 체계를 선별급식 체계로 전환하려는 것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지난 3월 기자간담회에서 "감사카드를 꺼낸 것은 급식 체계, 대한민국 복지 체계를 바꾸려고 시작한 프로세스"라고 했다. 또 교육청이 감사를 수용했더라도 "감사 결과가 이러니 복지 체계 바꾸자고 하려 했다"고 말했다.

이런 발언에 비춰보면 학교급식 문제는 현재 사태 해결을 위한 진전 국면으로 접어들기보다 홍 지사 '프레임'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한 셈이다.

어쨌든 오는 15일 도의회에서 급식 조례 개정안이 통과되면 도와 교육청 간 분담비율 등 급식문제 협의가 진행될 전망이다.

교육청 김희곤 교육복지과장은 "난감하지만 협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급식비리 재발방지 대책을 제시하라는데, 급식이 비리의 온상인 것처럼 보는 것은 맞지 않다. 진행 중인 도의회 행정사무조사 결과에 따라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는 지난 9일 도의회 농해양수산위에서 밝혔듯이 급식비리 재발방지 대책 전제 조건을 철회한 것이 아니라고 했다.

김종환 농산물유통과장은 "철회한다고 한 것은 아니다. 급식비리가 만연하니까 조건을 단 것"이라며 "15일 도의회에서 조례 통과되고 나면 9월 중에 교육청과 협의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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