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지인으로부터 책 선물을 받았습니다. 읽기 위한 책이 아니라 써나가야 할 책이었습니다. 제목은 <Never Ending Story>, '아름다운 기록, 나의 엔딩노트'라는 부제가 붙어 있었습니다. 프롤로그의 한 대목을 소개하면 이렇습니다.

"사람이 태어난 날은 곧 죽음이 시작되는 날이기도 합니다. 많은 세상사 가운데에서 죽음만큼 확실한 것도 없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죽음을 준비하는 일을 소홀히 합니다. 해마다 겨우살이 준비는 하면서 말입니다. (…중략…) 지나온 인생을 차분히 돌아보고 남은 삶을 충실히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돕는 일! 그 도우미 역할을 '엔딩노트'가 감당할 것입니다."

책의 내용은 '다시 써 보는 이력서', '나의 보금자리들', '나의 가족', '나만의 연표', '나의 좌우명', '나를 움직인 한마디', '내 삶을 이끈 격언', '바로 그 책', '바로 그 영화', '바로 그 사람', '바로 그 사건', '내 생애 최고의 장면 Top10', '남은 인생에서 꼭 해보고 싶은 일들', '나의 건강 상태-앓았거나 치료 중인 질병', '나의 치료와 개호는 이렇게', '미리 써두는 장례 의향서', '내 부음을 알릴 곳', '미리 써 두는 유언장', '나눔과 부탁', '나의 재산 목록', '가족과 친구에게 남기는 편지'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렇잖아도 저는 요즘 들어 제 자신을 좀 더 깊이 들여다봐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던 참이었습니다. 굳이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는 말이 아니더라도 나를 알아야 나를 더 사랑할 수 있고, 내 부족함을 메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를 설립한 고 구본형은 자신의 직업을 '조직과 사람들이 진정한 자기를 발견하고 가장 자기다운 길을 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로 정의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을 가장 중요한 연구 대상으로 삼았다고 합니다.(홍승완, 변화경영전문가 구본형의 자기분석 방법, https://brunch.co.kr/@seungwanhon/14)

이번호 경제인으로 소개되는 박병훈 개집컴퍼니 대표도 자기 자신을 탐구하기 시작하면서 자신의 길을 찾았다고 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게 뭐지, 나는 어떤 사람이지 고민을 하다 보니 정말 많은 것을 알게 되더라고요. 뭘 해야 할지, 내가 좋아하는 일은 뭔지 이런 고민을 정말 깊게 했고 그 과정 덕분에 내가 원하는 것을 정확히 알고 행동으로 옮길 줄 아는 사람이 됐습니다."

그는 직장을 고민하는 학생들에게도 이렇게 조언했습니다. '뭘 좋아하고, 뭘 해야 하지'라는 고민은 고난도 문제이기 때문에 기초부터, 좋아하는 색깔, 음식, 음악 등을 먼저 목록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공교롭게도 거제 외포초등학교 김용규 교장 또한 자신의 고향에 대한 탐구를 통해 자신을 찾은 분이었습니다. 인터뷰어인 기자는 그에 대한 인상을 이렇게 정리합니다. "그는 자신을 남과 비교하지 않고 나의 장점을 먼저 찾고, 다음으로 내 집의 장점을 찾고, 내 고향의 장점을 찾아간 사람이었다."

이처럼 저희 <피플파워>와 인터뷰를 통해 지나온 삶을 되돌아보고 미래를 그려보는 것도 그래서 의미가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아름다운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 유진종 사천 우리수산 대표는 제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찢어지게 가난한 환경에서 갖은 고생을 하며 어렵게 자수성가한 분이더군요. 그런 만큼 그의 나눔이 더욱 위대하게 느껴졌습니다.

60이 다가오는 나이에 역사정의를 실천하기 위해 교도소행을 마다하지 않았던 박노정 선생, 고 제정구 의원의 친형으로 동생의 이름에 누가 되지 않으려 살아왔다는 제정호 재경 고성군 향우회장, 탄광 경비원의 딸로 자라나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재능을 늦게나마 살리게 된 가수 박경하, 부조리한 세상에 저항하기 위해 노래를 불렀고 지금은 부부가 함께 '노래나무'를 심고 있는 우창수·김은희 부부의 삶도 흥미롭습니다.

마산창원여성노동자회의 기획은 옛 수출자유지역 한국스타에서 노동운동을 하다 역시 삼미금속에서 노동운동을 하던 박희근(작고) 씨를 만나 부부가 됐고, 지금은 혼자 남아 지역사회를 위해 할 일을 찾고 있는 손성란 씨를 끝으로 마무리함을 알려드립니다.

편집책임 김주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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