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 따라 내 맘대로 여행] (65) 백제문화단지

"알면 보이고 보인 만큼 느낀다. 알면 사랑하게 되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이미 예전과 같지 아니하리라."

지금으로부터 약 20년 전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저자 유홍준 교수가 서문에 썼던 말이다.

조금만 알고 나면 그전에 스쳐갔던 것들이 새로운 의미로 다가온다.

충남 부여 백제역사유적지구가 지난 7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면서 새삼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 가운데 발길이 닿은 곳은 백제문화단지(충남 부여군 규암면 백제문로 374).

찬란했던 백제역사문화의 우수성을 알리고자 1994년부터 2010년까지 총 17년에 걸쳐 건립된 한국 최대 역사테마파크다.

사비궁과 능사, 생활문화마을 등을 조성하려고 5개 분야 중요 무형문화재(대목장, 단청장, 번와장, 각자장, 칠장)가 참여했다.

능사와 오층석탑.

청명한 가을 하늘과 참으로 잘 어울리는 풍경이다. 너르고 탁 트인 문화단지는 계절을 즐기기도, 역사를 공부하기에도 그만이다.

처음 들른 곳은 백제역사문화관(요금 어른 4000원, 어린이 2000원)이다. 전국 유일 백제사 전문 박물관으로 지난 2006년 개관했다. 백제 역사와 문화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대략적인 백제 역사를 들여다봤다면 이제 백제 속으로 직접 들어가보자.

정양문 앞에 섰다. 해가 가장 높이 떠 온 세상을 밝고 환하게 비추는 때로서 모든 기운이 가장 왕성한 때를 가리키는 정양을 이르는 말에서 따왔다.

정양문을 지나면 중앙광장이 펼쳐지고, 그 뒤로 사비궁과 능사가 한눈에 들어온다.

얼핏 보기에도 상당히 너르다. 선선한 바람과 따사로운 햇살을 친구 삼아 부지런히 돌아다닐 채비를 해야 한다.

백제역사문화관 내부.

백제 왕궁을 재현한 사비궁 안에는 왕의 즉위 의례를 비롯해 각종 국가의식이 거행됐던 천정전이 있고, 천정전을 중심으로 서궁과 동궁이 자리하고 있다. 서궁과 동궁은 왕의 집무 공간인데 서궁에선 무신, 동궁에선 문신에 관련된 업무를 처리했다고 한다.

이곳에서는 백제시대 복식을 체험해볼 수 있고, 성왕이 웅진(공주)에서 사비(부여)로 천도를 선포하는 장면을 홀로그램으로 만나볼 수 있다.

사비궁에서 오른쪽을 바라보면 시선을 사로잡는 목탑이 우뚝 솟아 있다.

능사 안에 자리 잡은 오층석탑이 그것인데, 능사는 성왕의 명복을 빌고자 백제 위덕왕 14년에 창건한 사찰이다.

이곳 능사는 부여군 부여읍 능산리 절터에서 발굴된 유구를 토대로 복원했다.

'능 옆에 지어진 절'을 가리키는 능사에는 대웅전과 오층목탑을 비롯해 향로각, 부용각, 결업각, 자효당, 숙세각 등 부속 전각까지 고스란히 복원됐다.

백제문화단지에는 1400년 전 백제인들의 삶을 살펴볼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

사비궁 서쪽 뒤편으로 가면 생활문화마을과 위례성에 닿는데 생활문화마을에는 백제시대 귀족과 서민들의 가옥을 재현해놓았다.

귀족 주택은 장수 계백의 집과 백제 말기 대좌평을 역임한 사택지적의 집이 자리해 있다.

뒤편으로 재현된 서민들의 주택도 흥미롭게 구성돼 있다.

직조기술자 서소의 집에서는 직물과 천연염색 체험을, 도공 신한고귀의 집에서는 도예 체험을 진행하는 식이다. 염색과 도예 체험 외에도 목공예, 주조, 금속공예 등 체험의 종류만도 10여 가지에 이른다.

곳곳에서 펼쳐지는 크고 작은 공연과 행사들로 생기가 돈다. 1400년 전 백제의 숨결에 새삼 관심을 두고 찾아온 관광객들은 문화해설사의 설명에 귀를 기울인다.

백제문화단지에는 이처럼 백제 왕궁을 재현한 사비궁과 대표적 사찰인 능사, 생활문화마을, 위례성, 고분공원, 백제역사문화관을 비롯해 인근에 롯데부여리조트, 테마아울렛, 백제의 숲 등이 모여 있어 다양한 선택이 가능하다.

생활문화마을.

△1 코스 : 단축형(1시간) = 백제역사문화관(3D관람) - 정양문 - 천정전 - 능사 - 생활문화마을 - 정양문

△2 코스 : 기본형(2시간) = 정양문 - 천정전 - 능사 - 생활문화마을 - 위례성 - 정양문 - 백제역사문화관

△3 코스 : 체험형(3시간) = 정양문 - 천정전 - 능사 - 고분공원 - 제향루 - 생활문화마을 - 위례성 - 정양문 - 백제역사문화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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