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비춤] 지역서점 대표 3인에게 듣다

사라져가는 지역서점과 지역 출판업계를 살리고자 도서정가제가 시행된 지 10개월이 지났지만 지역서점은 아직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고 했다. 특히 '무늬만 지역서점'인 도매업체들이 공공도서관이나 학교도서관 납품에 끼어들면서 지역 중소서점들이 설 자리를 좁게 만들고 있다.

◇창원시 팔룡동 '노다지 서점' 여충렬(59) 대표 = "이달에도 창원에서 지역서점 한 곳이 없어집니다. 30평쯤 되는 중간규모 서점이었는데 (경영 어려움) 도저히 못 견뎌서…."

여 대표는 지역서점 현실을 폐업 소식으로 대신했다. 20년 넘게 지역에서 서점을 운영해오면서 많이 지켜봐 왔지만 폐업 소식이 들릴 때마다 안타깝다고 했다.

여충렬 노다지서점 대표

여 대표는 최근 '학교장터'에서 1인 수의계약 입찰에 참가해 지역 공공도서관에 도서를 납품하게 됐다. 여 대표는 '로또' 맞았다고 했다.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 도서 공개입찰에서 지역 중소서점들에 기회가 늘 것으로 기대했으나 실제로 입찰을 따내기가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무늬만 서점인 도매업체들이 입찰에 참여하면서 지역서점이 기회를 뺏기고 있다.

여 대표는 "서점 이름만 걸친 도매상이 얼토당토않게 입찰받아 인터파크 등 온라인서점에 물어다주는 방식이 되고 있다"며 "지역서점만 참여한다면 숫자가 적으니까 확률이 높아지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자체나 학교 등 도서를 구매하는 주체가 실사를 하면 충분히 막을 수 있다. 얼마 전부터 창원시가 이런 문제를 막으려는 움직임이 있는데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줬으면 한다"고 했다.

여 대표는 "어차피 책이 안 팔리는 이유는 도서관이 많이 생긴 데서도 찾을 수 있다"며 "우리의 잠정적 소비자였는데 공공도서관에서 빌려보는 쪽으로 가고 있기 때문에 공공도서관과 지역서점이 상생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창원시 합성동 '대신서점' 이강래(54) 대표 = 이 대표는 공공도서관 지역서점 우선 구매 방침에 동의하면서도 현장 중심의 세부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지역서점에서 우선 구매하라고 하니 군 단위 공공·학교도서관들이 해당 지역을 벗어나면 안 되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며 "군 지역에는 서점 수가 적고 영세하기 때문에 대부분 온라인서점이나 대기업 출판사를 끼는 경우가 많은데 결국 수익은 서울에 쏠리는 식"이라고 꼬집었다. 이 대표는 "지역 특성이나 형편에 맞게 지역서점 범위를 동·서·남·중부권으로 넓히거나 경남권까지 제한한다든지 현실적인 방안을 제시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강래 대신서점 대표

그는 "최근 마산 한 초등학교에서 교보문고에 도서를 주문한 것으로 아는데, 대형유통매장 내 서점이나 교보문고 등은 지역서점이라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입찰에서 제외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기업 출판업체가 지역서점을 포섭해 유통망을 키우는 구조를 바꾸어야 한다"면서 "점포 없이 고객을 받지 않고 운영하는 지역서점들은 철저하게 검증해서 걸러내야 한다"고 말했다.

◇김해시 '오복당서점' 김석규(67) 대표 = 김 대표는 도서정가제가 시행 이후에도 온라인서점 때문에 지장이 많다고 했다.

김 대표는 최근 한국출판저작권연구소가 발표한 연구보고서 결과를 소개했다. 올 상반기 출판산업 지표 분석을 보면 온라인서점 이익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소는 지난해 11월 도서정가제가 시행되고서 온라인 서점의 도서 판매량은 줄었지만, 도서 공급률(전체 책값 중 출판사가 서점에 공급하는 가격 비중)은 변화가 없는 상태에서 책값 할인이 줄어들면서 권당 판매 단가가 올라갔기 때문에 전체 도서 매출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했다.

김석규 오복당서점 대표

김 대표는 "관공서에서 그 지역서점에 적극적으로 판매하는 게 목적인데 아직은 미흡하다"며 "일선 동네서점만 참여하는 게 아니라 총판이라든가 도매상에서 사업자등록을 몇 개씩 내서 참여해 입찰에서 유리하도록 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서점은 신고제이기 때문에 어떤 분야의 업체라도 취급 품목에 도서 항목만 추가하면 입찰에 응할 수 있는 허점을 노린 것이다. 김 대표는 "도서정가제를 시행하면서 지역서점들의 기대가 컸는데 온라인서점만 좋은 처지가 돼버렸다"고 꼬집었다.

한편 공공도서관 도서 구매 입찰 시 지역서점이 아닌 업체들이 낙찰받는 사례가 늘어나자 한국서점조합연합회는 지역서점 인증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는 한국교직원공제회와 업무협약을 하고, 실제 매장을 갖고 영업을 하는 서점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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