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으로 돌아왔지만 생채기는 남았다…확진자 가족 여전히 스트레스

지난 5∼7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에 온 사회가 마비됐다. 불안·공포 속에서 우리 사회는 숨겨진 민낯을 드러냈다. 메르스 확진자·의심자, 그 가족에 대해 맹목적인 비난을 이어갔다. 당사자들은 마치 죄인이 되어 메르스 자체와의 싸움뿐만 아니라 또 다른 고통에 마음앓이를 해야 했다.

도내 첫 확진자, 그리고 그 가족이 그러했다. 증세가 있음에도 방문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고 전해지면서 비난의 화살을 떠안아야 했다.

메르스가 사람들 기억 속에서 잊힌 지 제법 됐지만, 도내 첫 확진자 가족들은 악몽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닌 듯했다. 가족 중 한 사람은 전화통화에서 여전히 조심스러워 했다.

"메르스 말만 들어도 스트레스입니다. 아직도 주변 시선이 신경 쓰입니다. '도둑이 제 발 저리다'고, 아닐 수도 있는데 불편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 같고 그렇습니다."

메르스 확진자는 70대 할머니였는데, 다행히 격리치료 9일 만에 완치 판정을 받고 퇴원했다.

"저희 할머니는 메르스가 뭔지도 몰랐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지금은 건강히 잘 지내고 계십니다."

가족은 지난 시간을 통해 우리 사회에 이런 말을 전했다.

"그러한 상황에서는 이 사회에 최소한의 울타리가 있어야 하는데 전혀 그러지 못했습니다. 사실과 다른 근거 없는 이야기 속에서 당하는 사람만 바보가 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이제는 흘러간 시간으로 남겨두고 싶습니다."

밀양에 사는 박 씨는 메르스 여파로 직장을 잃었다. 폐가 좋지 않았던 어머니가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했다가 격리 조치를 받았다. 당연히 접촉했던 그를 비롯한 가족도 자가격리 기간을 보냈다. 그는 직장에서 불편한 시선을 감내해야 했다. 누나 또한 좋지 않은 소문에 휩싸이며 신상까지 털렸다. 그리고 어머니를 퇴원시키기 위해 서울에 간 날 회사로부터 휴직 권유를 받았고, 감정이 상한 박 씨는 결국 회사까지 관뒀다.

그때 비하면 지금은 목소리가 밝았다. "사장도 복귀를 바라는 것 같지도 않고, 저도 마음이 떠나서 완전히 퇴사했죠. 이후에 다른 곳에 직장을 얻어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폐가 좋지 않은 어머니는 여전히 약물치료를 받고 있다고 한다. 누나는 직장에서 마음고생이 심했지만, 이제는 이전 일상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박 씨는 지난 시간을 이렇게 정리했다. "어차피 이기주의가 만연해 있는 사회잖아요. 회사는 회사 입장만 생각할 수밖에 없는 거겠죠. 그걸 모르지 않으니까요."

메르스 당시 폐쇄된 창원SK병원에서 격리생활을 했던 정 씨. 교사인 처제는 학부모들로부터 '당분간 학교에 안 나왔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보건소 사람들이 집에 발걸음 하면서 이웃에 소문도 났다. 밖으로 나가지 못한 채 답답한 생활을 해야 했던 정 씨는 이중고까지 겪었다.

그래도 이제는 "종식되면서 차가운 시선도 다 지난 얘기가 됐다"며 홀가분하게 말했다.

정 씨는 다리에 넣은 철심을 다시 빼기 위해 현재도 창원SK병원에 있다고 했다. 메르스 당시 창원SK병원은 자체 폐쇄를 결정하고, 힘든 고비를 이겨내면서 지역사회에서 많은 응원을 받았다.

"이 병원을 찾는 사람이 메르스 이전과 비교했을 때 지금 더 많은 것 같아요. 외래환자도 늘어난 것 같고요. 메르스를 잘 극복하면서 사람들에게 좋은 이미지로 다가간 것 같습니다. 이 병원과 함께 힘든 시간을 보낸 사람으로서, 정말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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