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중부권 채용박람회 현장…구직자 5000여 명 몰려 '북적'

"형님 여기 천천히 함 보시고 맘에 드는 업체가 있으면 몇 군데 골라서 이력서 함 넣어 보이소. 자자 이리오이소."

번번이 취업문 앞에서 미끄러져 의기소침한 나날을 보내던 백문홍(가명·28) 씨. 곁에서 그를 쭉 지켜보던 동네 아는 동생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쭈뼛쭈뼛 뒤에 서서 망설이던 백 씨가 용기를 내 참가업체 소개 게시판으로 다가선다. "니 저기 가서 이력서 좀 들고 온나." 동생 하나가 잽싸게 비치해 둔 이력서 몇 장을 가져와 백 씨 손에 건넨다. "형님. 둘러보이소." 겸연쩍어 하던 백 씨 이리저리 게시판을 살피면서 혼잣말을 한다.

"아시아중공업 지나다니면서 봐와서 익숙한데….", "센트랄 전공에도 맞고 잘나가는 기업이긴 한데…. 너무 머네." 생기가 없던 백 씨 눈에 점차 총기가 어리기 시작했다.

이력서 작성대. 남편 김성수(52) 씨 곁에 아내 문희정(49) 씨가 찰싹 달라붙어 코치를 한다.

"여기다 경력 쓰고. 전에 일한 데 이름이 뭐였지?", "○○산업.", "거기 한 2년 다녔잖아. 그것도 쓰고. 아! 정말 여기는 좀 되면 좋겠구만." 정성들여 풀 발라 사진을 붙인 이력서에는 재취업을 하겠다는 굳은 의지가 엿보였다.

8일 경남중부권 채용박람회를 찾은 시민이 직접 참가 업체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김두천 기자

한 공작기계 부품 회사 채용 부스 앞. 한 무리 고등학생들이 채용담당자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일하는 시간은 8시 반부터 6시까진데 납품 기일이 돌아올 때가 되면 일을 좀 더 하게 될 수도 있어. 초반에는 월급이 좀 적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휴식 시간 최대로 보장하고 남들보다 생산 물량을 더 가져가면 많이 받을 수 있는 구조니까 젊을 때 일한 만큼 보람도 느낄 수 있고…." 자리에 앉아 상담을 받는 친구는 한 사람이지만 곁에서 지켜보던 친구들 눈빛도 상담 학생 못지않게 빛이 나고 있었다.

8일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경남중부권 채용박람회는 도내 각 지역에서 일자리를 찾으러 온 사람들로 온종일 북적였다. 면접을 대비해 정장을 잘 갖춰 입은 청춘 남녀들이 내뿜는 구직을 향한 열기가 가득했다. 이에 질세라 중장년층도 자신의 경험과 경륜을 인정해 줄 업체를 찾느라 이리저리 동분서주했다. 내년 초 졸업을 앞두고 곧바로 취업 전선에 뛰어들 전문계 고등학교 학생들의 패기도 열기를 더했다.

이날 채용박람회는 창원과 통영, 거제, 의령, 함안, 창녕 등에서 213개 기업이 1912명을 직접 채용하는 장으로 꾸며졌다. 여기에 구직자 5000여 명(주최 측 추산)이 몰려 높은 취업난을 반영했다. 각 지자체 취업관련 기관과 단체들도 함께 참여해 이들의 구직 활동을 도왔다.

이날 특히 인기를 끈 곳은 역시 공기업과 대기업, 중견기업이었다. 한국항공우주산업 부스에는 구직자 평균 20명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창녕에 공장을 둔 넥센타이어 부스, 창원과 진주에 각각 본사와 공장을 둔 종합군수지원업체 한성ILS에는 평균 15명이 줄을 지었다. 센트랄과 셰플러코리아에도 사람이 몰렸다.

특히 육군본부 부스에도 남녀를 불문하고 방문객이 꾸준히 찾는 모습이 이채로웠다.

한 30대 구직자는 "이번이 마지막 기회다 생각하고 두 곳에서 면접을 보고 3곳에 이력서를 써 넣었다"며 "부모님께 부끄럽지 않은 아들이 되고자 이번에 꼭 좋은 성과가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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