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643억 원 → 305억 원…"올해 급식예산 복구없다" 무상급식 수준 대폭 후퇴

경남도와 시·군이 지원을 끊으면서 중단된 학교 무상급식이 올해는 회복되기 어려워졌다. 또한, 경남도와 도교육청이 분담 비율을 조정해 급식예산을 확보하더라도 이전까지 확대한 무상급식이 대폭 후퇴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박종훈 교육감이 무상급식 회복을 위해 도의 급식감사를 수용하겠다고 했지만 경남도는 올해는 예산을 복구할 뜻이 없다고 했다. 특히 도는 자치단체 학교급식비 분담 비율을 이전보다 대폭 줄이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8일 도는 교육감의 감사 수용 회견에 대해 △급식감사 명문화한 학교급식 조례 개정안 도의회 통과, 교육청이 급식 비리 재발 방지에 대한 조치를 한 후에 급식비 분담 비율 협의 △도와 시·군은 올해 영남권 부산·울산·대구·경북 평균 자치단체 분담비율 31.3%(식품비 중 국가 지원 저소득층 급식비 제외) 내에서 지원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경남도 윤인국 정책기획관이 8일 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교육감의 감사 수용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표세호 기자

윤인국 정책기획관은 교육감 회견에 대해 "급식조례 개정안이 통과되면 반드시 감사받는 것인데 수용과 불수용의 문제가 아니다"며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그러면서 이미 밝힌 대로 "교육청이 급식비를 반영하지 않은 추경예산을 제출해 도의회로부터 승인받았는데 지원기관인 도청이 예산을 편성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올해 급식예산 추가 편성은 없다고 밝혔다.

따라서 지난 4월부터 중단된 무상급식이 올해 회복되지는 못한다. 무상급식 중단에 반발한 학부모와 시민단체는 2014년도 수준으로 무상급식 원상회복을 요구하고 있어 급식 파행에 따른 논란은 계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더구나 자치단체와 교육청 급식예산 분담 비율 재조정 문제가 남아있어 급식 중단 사태 해결이 쉽지 않다. 도는 이날 입장을 발표하면서 학교급식 문제에서 교육청에 '통 큰 양보'를 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도는 '양보'한 것이 아니라 지난 2014년까지 논란 속에서도 꾸준하게 확대된 무상급식이 후퇴할 수밖에 없는 기준을 제시한 것이다. 올해 도와 시·군이 지원을 중단하면서 저소득층과 100명 이하 소규모 학교 학생 6만 8300여 명만 무상급식을 하고 있다.

도가 자치단체 분담 비율 '최대치'라고 제시한 31.3%는 지난해 분담 비율 62.5%(도 25%, 시·군 37.5%, 교육청 37.5%)에서 급격하게 떨어진 것이다. 또한, 영남권 분담 비율이 전국 평균보다 낮고, 홍준표 도지사가 최대치를 40%라고 언급했던 것에서도 후퇴한 것이다.

올해 교육청이 예산을 짰던 식품비 1285억 원(저소득층 급식비 310억 원 포함)을 기준으로 계산했을 때 31.3%는 305억 원 정도다. 이는 올해 삭감된 도와 시·군 지원금(643억 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특히 교육청이 자체 재원을 학교급식에 추가 부담하지 않으면 무상급식 대상이 많이 줄어들게 된다. 도와 교육청은 지난 2011년부터 꾸준히 급식예산을 늘려 지난해(1315억 원) 모든 초등학생, 군 단위 중·고교생, 시 단위 읍·면 중학생까지 28만 3300여 명에게 무상급식을 했었다.

윤 기획관은 "교육청 고유사무이고 교육정책이니 교육청에서 확보해야 한다"면서 "이번 추경에 지방교육세 전출금, 지방교육 재정분담금 등 1261억 원을 교육청에 지원한다"고 말했다.

도가 교육청에 분담 비율 협의 전제 조건으로 제시한 '급식 비리 재발 방지 조치'에 대한 정리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윤 기획관은 "누구나 공감하는 투명화하는 방안이다. 교육청이 판단할 문제"라며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후퇴하든 일부라도 자치단체 학교급식 지원금을 확보하려면 늦어도 10월 말까지 도와 교육청 간 협의가 마무리돼야 도의회에 내년도 예산안을 제출할 수 있다.

이날 홍 지사는 도의회 본회의장에서 1회 추가경정예산안 제안설명을 하면서 급식예산을 어떻게 하겠다는 언급은 하지 않았다. 다만 "내년부터 학교급식 예산이 편성되고, 투명한 학교급식 체계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급식감사권을 명문화한 급식조례 개정안을 원안대로 통과시켜 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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