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전 박종훈 교육감은 급식 문제 해결 위해서라면 무조건 감사를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래는 기자회견문 전문.

<기자회견문>

지난해, 경상남도교육청과 경상남도는 급식비 분담률을 놓고 협상을 진행했습니다.

협상 도중, 경남도는 기존 비율에서 하향조정하여 50%만 지원하겠다는 일방적인 통보를 한 바 있습니다. 이어 경남도교육청 소속의 90개 학교에 대해 특정감사를 실시하겠다는 발표를 하였습니다.

경상남도의 감사 계획 발표는 도교육청으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었습니다. 경남도는 우리교육청을 감사할 권한이 없습니다. 교육감으로서 이를 수용하는 것은 법과 규정을 어기는 것입니다. 또 전국적으로 전례가 없는 일을 만들게 되어 다른 시․도의 균형적 행정체계를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많았습니다.

경상남도의 입장이 급식의 투명성 확보를 위한 것이라면 법과 원칙에 맞는 감사원 감사를 받겠다는 것이 당시 도교육청의 주장이었습니다. 또한, 경상남도와 우리교육청이 공동감사를 하자는 전향적 제안도 하였습니다. 이는 감사의 무조건적 거부가 아니라 명분도 지키며, 두 기관의 자치권도 보장하여야 한다는 신념에서 나온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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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훈 경상남도교육감.

지난 1년은 설득을 위한 인고의 시간이었습니다.

‘급식비 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으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과 학부모가 짊어져야 했습니다. 지난 1년은 교육감으로서는 고난과 인내의 시간이었습니다.

‘급식은 교육이다’는 본질적 가치와 시민적 권리 확보를 위해 그동안 경남의 학부모님이 보여준 자발적 행동은 갈수록 많은 여론의 지지를 받았습니다.

여야,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시행되고 있는 복지제도를 되돌리는 데 대해서는 비판적 인식을 가지고 있음을 각종 여론조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원칙을 지키며 신뢰를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해 보고자 최선을 다해 왔습니다. 공식․비공식 면담을 제의하여 급식 문제를 합의를 통해 해결해 보려고 노력하였습니다. 공문을 보내 실무협의를 제안하기도 했고, 홍지사께도 수차례에 걸쳐 공식 비공식 면담을 제안하였습니다. 최근까지도 국회 등을 방문하여 여러 국회의원들을 만나 도민들의 뜻을 존중하는 결론을 만들어 내도록 동분서주하였습니다.

지난 7월 15일 328차 도의회 정례회에서 선별․보편 구분 없이 영남권 평균 수준의 무상급식을 하겠다는 홍지사의 발언에 우리교육청이 즉각 환영 논평을 낸 것도 이러한 바람을 반영한 것입니다.

감사를 해서 무상급식이 회복된다면 열 번이라도 감사를 받겠습니다.

무상급식 중단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계기가 여러 차례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때마다 발목을 잡은 것은 ‘감사’문제였습니다. ‘감사’가 무상급식의 본질이 될 수 없지만, 언제나 지원 중단의 명분이 되어 왔습니다.

광역단체가 시․도교육청을 감사한 전례가 없고, 도단위 기관의 위상과 법 규정에도 맞지 않는다는 것은 지금도 변함없는 저의 소신입니다.

어떤 것도 도민의 바람과 뜻을 넘어설 수 없습니다.

어떤 정치적 논리도 학부모와 학생들의 고통을 대신할 수 없습니다. 우리 학생들이 끼니때마다 받아야 할 상처와 학부모님들의 현실적 아픔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습니다. 2학기에 접어든 지금 제가 가진 원칙만을 고집하며 교육 가족들의 고통을 바라보기에는 우리 앞에 주어진 시간이 너무 부족합니다.

2014학년도 수준의 무상급식 회복이 이루어질 수 있다면 저의 신념을 접고 도청의 감사를 받겠습니다.

홍준표지사와의 일괄 타결을 제안합니다.

저는 오늘 입장을 발표하기까지 타 시․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전례를 만들게 된다는 점, 우리 교육청 공무원들이 받을 자존감의 훼손을 생각하며 고통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결단을 미룰 수 없었습니다. ‘감사’라는 장애물을 걷어내고 무상급식이 원상회복될 수 있도록 저와 홍지사가 만나 문제를 일괄 타결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그 자리에서 올해의 지원 부분을 포함하여 영남권 평균 비율에 이르기까지 무상급식 문제 해결을 위한 폭넓은 논의가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경남교육 발전을 위해 더욱 매진하겠습니다.

저는 취임 1주년을 맞으며 학교현장으로 눈을 돌리겠다고 약속하였습니다. 학생을 중심에 두는 교육, 방향과 철학이 바른 교육 실현을 위해 더욱 매진하겠습니다.

경남도민의 깊은 이해와 적극적인 성원을 당부 드립니다.

그동안 무상급식 원상회복을 위한 길에 함께 해 주신 경남도민과 교육가족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2015. 9. 8.

경상남도교육감 박 종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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