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강 지킴이 청소년 기자단] (1) 현장에서 본 낙동강·섬진강 모래톱·수질 등 차이 또렷 4대 강 사업 악영향 실감해

경남도민일보가 주관하고 갱상도문화공동체 해딴에가 진행한 '우리 강 지킴이 청소년 기자단' 활동이 지난 7월과 8월 두 달 동안 모두 여섯 차례에 걸쳐 펼쳐졌다. 첫날은 낙동강과 섬진강을 찾아가 취재하고 이튿날은 취재한 내용을 가지고 몸소 신문을 만들었다. 한국언론재단이 지원한 이번 프로그램에는 창원 창덕중학교(7월 2~3일) 진주 개양중학교(7월 9~10일) 창원문성고등학교(7월 15~16일) 김해여자중학교(7월 22~23일) 양산여자고등학교(8월 11~12일) 합천 삼가고등학교(8월 13~14일) 학생들이 함께했다.

갱상도문화공동체 해딴에는 2012년 경남도민일보가 만든 사회적 기업으로 경남도에서 '경남형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돼 있다. 역사·문화·생태·교육·사회 등에서 세상에 도움이 되고 보탬이 되도록 공익을 실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말하자면 경남도민일보가 보도를 통해 우리 사회에 요청이 된다고 말해온 가치들을 단지 주장만으로 그치도록 내버려두지 않고 현실에서 작으나마 한 번 실천을 해보자는 취지다.

'우리 강 지킴이 청소년 기자단'은 먼저 의령군 지정면 창녕함안보 북쪽 낙동강 호국의병의 숲 공원과 하동군 하동읍 섬진강 송림공원·모래밭을 둘러보고 그 차이점과 공통점을 알아봤다. 공통점은 간단했다. 이 강이든 저 강이든 모두 오랜 옛날부터 사람들 손을 탔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자연 그대로인 강은 없었다. 당연한 이치다. 사람이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이상은 사람이 자기들 삶에 이롭도록 자연을 이리저리 바꿀 수밖에 없는 노릇이니까. 하지만 손대는 방법과 태도는 크게 달랐다. 하나는 이른바 4대 강 사업으로 자연성을 잃었고 다른 하나는 자연성을 간직하고 있었다.

우리 강 지킴이 청소년 기자단 프로그램에 참여한 창원문성고등학교 학생들.

먼저 찾은 낙동강 호국의병의 숲 공원에서 학생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저었다. 4대 강 사업의 결과로 들어선 호국의병의 숲 공원은 자본이 많이 투자되기는 했지만 찾는 사람이 없었다. 가까운 이웃에 사는 사람조차 거의 보이지 않았고 이따금 자전거가 지나칠 뿐이었다. 4대 강 사업에 쓰였을 준설선과 굴착기가 녹슬고 있었고 길은 우레탄이 깔려 있는 데는 걸을만했지만 나머지는 우묵하게 자란 잡초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일대가 원래는 수면과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한편으로 굴곡이 있는 땅이었지만 지금은 수면보다 제법 높은 상태에서 평탄해져 있었다. 4대 강 사업으로 생겨난 준설토를 들이붓고 고른 때문이다. 그래도 관리하는 사람이 있어서 한 번씩 들르는 모양인지 육각 모양 정자는 때때로 깔끔해져 있기는 했다.

호국의병의 숲 공원은 남강이 낙동강과 합해지는 자리에 놓여 있다. 두 물이 만나는 어귀에는 그래도 자연 그대로 자라난 왕버들이 몇 그루 남아 있었지만 나머지는 새로 심은 나무들이었다. 의자를 놓고 천막을 치고 무대를 만들고 한 자리에는 잡초가 억새와 더불어 무성했다. 옛날 건너편 창녕 남지로 배를 타고 건너는 나루였던 자리에는 나무 덱이 깔려 있었다. 강물 흐르는 데로 사진을 찍으러 갔던 학생 몇몇은 깜짝 놀란 표정을 하고 돌아왔다. "물이 깊어서 조금도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위험해 보여요." 당연한 노릇이었다. 2010년부터 이태 동안 4대 강 사업을 하면서 강물에서 바닥까지 6m가 되도록 파낸 결과였다. 돌아나오는 길에 들른 화장실은 또다른 놀라움이었다. 겉보기는 그럴듯했지만 내부는 완전 파리와 굼벵이 천지였다. 특히 여학생들은 무심결에 들어갔다가 "으앗!" 비명을 지르며 뛰쳐나오기 일쑤였다. 학생들은 그래도 취재를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다시 들어가 사진을 찍곤 했다.

양산여고 학생들이 의령 호국의병의 숲 공원 화장실을 찍고 있다.

개양중학교 학생들이 하동 송림공원을 둘러보고 있다.

현장에 가기 앞서 취재하는 데 쓰일 지표를 세 가지 일러줬다. △사람이 찾아오기 쉽겠는지 △관리하는 데 돈이 많이 들겠는지 △다른 생명도 함께 살아갈 수 있겠는지를 기준으로 삼아 현장을 둘러보면서 그런 것을 가늠해 볼 수 있는 모습을 찾아 메모를 하고 사진을 찍으면 되겠다는 얘기였다. 현장도 단순했고 학생도 단순했다. 학생들은 왜 이렇게 사람이 찾아오지도 않는 데다가 굳이 돈까지 들여가면서 공원을 만들었는지 알 수 없다고 했다. 이런 공원을 학생들은 무더위도 아랑곳않고 땀을 뻘뻘 흘리며 취재했다.

점심을 먹고 찾아간 섬진강 모래밭과 송림공원은 학생들한테 "우와!" 감탄을 안겼다. 학생들이 버스에서 내리면서 가장 반가워한 것은 솔숲 시원한 그늘이었다. 의령 낙동강 호국의병의 숲 공원에는 그늘이 없었던 것이다. 잘 자란 소나무가 늘어선 송림공원에서는 사람들이 곳곳에서 느긋하게 한 때를 즐기고 있었다. 앞서 들른 호국의병의 숲 공원에도 하동 섬진강 송림공원과 마찬가지로 운동기구가 있었지만 거기 매달려 운동하는 사람은 없었다. 한 바퀴 돌아보면서 거기 사람과 나무와 바닥과 시설들을 취재했다.

모래밭은 또다른 느낌을 선물했다. 강물에 잠긴 땅과 이 쪽 언덕배기를 부드럽게 이어주고 있었다. 낙동강 호국의병의 숲 공원에서 본 '단절', '차단'이 아니었다. 학생들은 신발을 벗고 들어가 모래가 가진 느낌을 몸소 누려보기도 했다. 햇볕을 받아 뜨거웠으며 고슬고슬 작은 모래는 부드러웠고 함께 박혀 있는 자갈은 좀 아팠는데, 전체적으로 보면 살짝 따가우면서 간지러웠다. 강가에까지 뛰어간 학생들은 이렇게 말했다. "낙동강 어디예요? 호국의병의 숲은 물이 흐렸는데, 여기는 너무 맑아요. 물 속에 사는 것들이 많을 것 같아요."

강물에 첨벙첨벙 들어가 모래를 휘젓고 뒤집으며 재첩을 잡기도 했다. 물이 주는 즐거움과 시원함을 온몸으로 취재한 셈이었다. 다섯 또는 여섯씩 모둠을 이룬 학생들은 잡은 재첩을 한 군데로 모았다. 죽 늘어놓고는 가장 많이 재첩을 잡은 팀에 과자를 선물로 안겼다. 작은 즐거움인데도 내지르는 환성은 컸다. 이렇게 잡은 재첩을 사진으로 담은 뒤에는 함께 뒤섞여 재첩을 잡던 할머니들한테 넘겨주고 돌아나왔다. "적선 잘~ 했다." 뿌듯해진 학생들이 우스갯소리를 하면서 또 한 번 웃음보를 터뜨린다. 지금 이 학생들이 태어나기 전에는 19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재첩 으뜸 산지는 섬진강이 아니고 낙동강이었었지.

김해여중 학생들이 하동 섬진강에서 재첩을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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