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사람]신양범 창원소방본부 구조대 소방위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영상 하나. SUV와 부딪힌 오토바이 운전자가 차량 밑에 깔린 위급한 상황. 사고 현장에 모인 시민들은 사태를 지켜보고 섰다. 잠시 후 119구조대원들이 현장에 도착했다. 구조대원들은 차량 밑에 에어백을 설치해 공간을 확보할 예정이다. 아주 천천히. 이를 보는 구경꾼들은 답답하기만 하다. "일부러 사람 죽을 때까지 기다리는 거야, 뭐야?" "차를 들어서 옮겨야지, 아이고…." 하지만 날 선 비난을 듣는 구조대원들 얼굴엔 미동조차 없다. "솔직히 (차량을) 들 수는 있어요. 그런데 위험하거든요. (구조대원들은) 자기 마음을 잘 다스려야죠. 냉정하게, 냉정하게…."

창원소방본부 구조대 3팀 신양범(47) 소방위에게 이 얘길 들려줬다. 그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인파에 묻혀 사고 현장에서 구조 활동을 벌일 때가 잦다고 했다. 사고를 당한 사람은 대부분 1차 손상을 입은 상황이다. 구조 과정에서 2차 손상을 입게 되면 피해는 더욱 커진다. 이를 너무나도 잘 알기에 신 소방위는 사고 현장에서만큼은 흔들릴 수 없다.

"조급한 마음 모르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일반인들은 일반인 시각으로 사고 현장을 바라보죠. 우린 가장 먼저 사고를 당한 사람이 2차 손상을 입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한 번은 비 오는 날 사고 다발 구역으로 악명 높은 곳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요구조자는 한 병원 임상병리사였다. 곧바로 현장에 출동한 신 소방위는 완벽하게 응급처치를 마치고 환자를 병원으로 이송했다.

완쾌한 후 신 소방위를 찾아온 요구조자는 덕분에 2차 손상을 입지 않아 피해가 적었다며 고맙다는 인사를 남겼다.

창원소방본부 구조대 3팀 대원들이 바쁜 시간을 쪼개 구조대 차량 앞에 섰다. 사진 맨 오른쪽에 있는 사람이 신양범 소방위다. /최환석 기자

이렇듯 신 소방위를 포함해 모든 119구조대원들은 전문지식을 갖춘 정예요원들이다. 환자가 의사 손에 닿기 전까진 구조대원만큼 전문가가 따로 없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시민은 119구조대원을 단지 병원에 빨리 옮겨주는 역할로만 여긴다.

"요구조자가 당뇨환자면 혈압을 확인하는 등 현재 상태를 1차 판단한 후 이송해야 합니다. 병원 응급실에 환자를 인계할 때 상태를 정확히 알려줘야 신속한 치료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막무가내로 빨리 병원이나 가자는 식으로 대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희는 단순히 환자를 병원으로 옮기는 역할을 하는 게 아닙니다."

올해로 소방에 몸담은 지 23년. 신 소방위는 군 제대 후 옛 포항제철에 입사했다. 단지 보람된 일이 하고 싶어서였다는, 교과서에나 나올 법한 동기 때문에 일을 그만두고 곧장 소방관이 됐다.

타인을 돕는 일이 하고 싶었다던 신 소방위는 2013년 여름에 있었던 일을 들려줬다. "마산소방서 있을 때였습니다. 비번인 날에 가족동반 피서를 갔었습니다. 마침 같은 장소에 대구에서 개인택시 조합원들이 휴가를 즐기러 왔습니다. 그중 50대 남성 한 명이 물에 빠져 맥박과 호흡이 없는 상태로 구조됐습니다. 제가 마침 사고를 목격했고 그 자리에 있었던 까닭에 곧장 CPR(심폐소생술)을 시도했습니다. 처음엔 저를 일반인으로 여기고 소생술을 맡길 것인지에 대해 의견이 나뉘는 분위기였습니다. 신분을 밝히자 자리를 터주시더군요. 다행히 그를 소생시킬 수 있었습니다. 한 달 후 이분이 소방서를 찾아와 고맙다고 인사하더군요."

신 소방위는 그를 살린 것은 단순히 한 생명을 구한 게 아니라고 했다. "이 남성은 한 가족의 가장이었습니다. 나는 개인을 살린 게 아니라 한 가정을 지켰다는 것에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신 소방위도 고등학교 1학년, 중학교 2학년, 초등학교 6학년 자녀를 둔 한 가정의 아버지다. 하지만 가족을 위해 봉사하는 시간은 타인 생명을 구하는 것에 반비례한다. 주간 이틀, 야간 이틀, 그리고 비번 이틀. 교대 근무를 하다 보면 주말에 쉴 수 있는 게 한 달에 한 번 있을까 말까다. 신 소방위는 "주말에 쉬는 날이 자주 없어 아이들 불만이 많다. 미안할 뿐"이라고 쑥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바쁜 업무 때문에 첫째 딸 출산을 지키지 못한 것도 아직 마음에 걸린다.

"집사람 진통이 와서 혼자 택시 태워 병원으로 보냈습니다. 저는 출근 후 휴가 결재를 맡고 급히 달려갔죠. 하지만 이미 출산한 후였습니다." 다행히 셋째 출산 때는 직접 탯줄을 잘랐다.

현장에선 누구보다 뜨거운 사람이지만 가족에게 마음을 표현하는 것은 서툰 그다. 신 소방위는 이 자리를 빌려 어렵게 가족에게 고맙다는 말을 꺼냈다.

"둘째는 애교가 많아 문자를 자주 하는데요. 솔직히 참 힘이 납니다. 아내에겐 미안한 게 많습니다. 휴가만 되면 제 고향인 함양으로 갑니다. 그런 부분에 대해 집사람이 불만 표현하지 않고 따라 주는 게 참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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