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오빠·동생으로 첫 만남, 성호 씨 적극 구애 '4년 연애'…단골 카페서 파티 같은 결혼

김해시 내동 연지공원 인근 한 골목. '재미난 쌀롱'이라는 카페, '재미난 사진관'이라는 스튜디오, '돈까스 공업사'라는 음식점, '게스트 아파트 303'이라는 게스트하우스가 자리하고 있다. 각각이 운영하지만, '재미난 골목길'이라는 이름을 붙여 하나의 문화공간을 만들어 놓고 있다.

지난 5일 오후 '재미난 골목길'이 시끌벅적했다. 인근에 사는 신성호(42)·박선자(35) 씨 결혼식이 열린 것이다. 카페가 결혼식장으로, 사진관이 신부대기실로 이용됐다. 나비넥타이를 한 성호 씨, 드레스 입은 선자 씨가 골목길에서 행진하자 늘어선 사람들은 방울풍선을 불며 환호했다. 외국인 하객이 'CNN 기자'인 척하며 카메라로 이 광경을 담았다. 행인들도 무슨 일인지 싶어 발걸음을 멈춰 함께 즐겼다. 파티 같은 결혼식은 그렇게 2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신성호·박선자 부부는 '재미난 골목길'을 우연히 찾았다가 단골, 아니 '이웃'이 되었다고 한다. 결혼을 앞둔 즈음에는 이곳에서 식을 올려야겠다는 계획으로까지 이어졌다. 성호 씨 말이다.

"결혼식 갈 때마다 느낀 건데요, 밥 먹으러 간다는 느낌밖에 안 들어요. 하객들은 식에 집중하지 않고 스마트폰 보거나 잡담만 하고…. 결혼하는 그들만의 식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반 장난으로 '우리는 여기서 해볼까' 한 것이 진짜 그렇게 된 거죠."

지난 5일 김해 문화예술공동체 '재미난 쌀롱'에서 '재미난 결혼식'을 올린 신성호·박선자 부부. /남석형 기자

결혼식장을 이곳으로 정한 것에 대해 집안 어른들도 어렵지 않게 받아들였다고 한다. 성호 씨 아버지는 이날 결혼식에서 "재미난 쌀롱이라는 카페에서 하겠다고 하길래 처음에는 '뭐 그런데서 하나' 싶었는데, 오늘 보니 아주 잘한 것 같습니다"라며 "시간에 쫓겨 천편일률적으로 하는 결혼식이 아니라 이렇게 즐기면서 하는 게 맞죠"라고 했다.

성호·선자 씨는 4년 연애 끝에 이날 부부가 되었다. 흔히 말하는 '교회 오빠·동생'으로 만났고, 오빠가 아주 적극적인 쪽이었다.

"같은 교회 청년부 활동을 하면서 처음 대화를 나눴습니다. 잠시였는데, 너무 예쁜 느낌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래서 바로 수작을 걸었죠."

성호 씨는 교회 청년부 사람들을 챙기는 역할이었는데, 공을 가장한 사적 만남으로 연결했다.

"밖에서 만나니 또 다른 느낌이더군요. 내가 주로 말을 했는데, 이 친구는 아주 잘 들어줬어요. 교회이야기 뿐만 아니라 정치·사회·문화·철학 등 온갖 대화를 다 했죠. 밖에서 만난 첫날, 지겨울 만하면 자리를 옮겨가며 11시간을 같이 보냈죠. 이후에는 집이 근처라서 '산책이나 하자'며 또 보고 그랬죠."

성호 씨는 시간을 끌면 '그냥 아는 교회 오빠'로만 남을 것 같아 속전속결로 밀어붙였다. 10여 일 만에 사귀자고 했고, 구렁이 담 넘어 가듯 자연스럽게 뜻을 이루었다.

그렇게 시작한 연애는 4년간 이어졌다. 결혼 평균 나이와 비교하면 두 사람은 이른 편이 아니었다.

"때가 따로 있나요? 늦었다고 생각한 적은 없습니다. 우리가 하겠다고 마음먹으면 그게 곧 결혼할 때죠. 그게 지금이고요."

성호 씨는 프러포즈 이벤트 또한 '재미난 쌀롱' 카페에서 했다. 마침 여수MBC에서 촬영 중이었고, 프러포즈 장면은 방송 전파까지 탔다. 성호 씨는 "이젠 헤어지지도 못한다"며 너스레를 떤다.

자신들만의 독특한 결혼식을 올린 두 사람은 이렇게 말했다.

"결혼식 문화가 본래 목적을 잃어버리고, 빨리빨리 20분 만에 해결해야 하는 현실이잖아요. 조금만 눈 돌리면 얼마든지 재미있고 원래 취지에 맞게 할 수 있습니다. 돈이 좀 없더라도 절대 어렵지 않습니다. 많은 분이 자신들만의 의미 있는 결혼식을 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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