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비춤]전문가 '특혜', 공무원 '필요'…실효성엔 모두 의문

9월 경남도의회 임시회(8일 개회)에 상정된 조례안 하나가 개회 전부터 설왕설래하고 있다. 진주 출신 강민국(새누리당·진주3) 도의원을 대표로 35명 의원이 발의한 '경남도 공무원 이주지원비 지원 조례안'이 그것이다. 이 조례안 핵심은 도청 서부청사로 발령받아 일할 공무원 중 거주지를 진주시 등 서부 경남으로 옮기면 월 20만 원씩 3년간 이주지원비를 지원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조례안은 다른 기관 파견 공무원과 형평성 문제로, 지역사회에서는 학교 무상급식 중단으로 학부모 호주머니에서 급식비를 내는 이 시점에, 더구나 채무 제로를 달성하고자 도가 재정 다이어트를 하는 마당에 일부 공무원에게 특혜가 될 지원 정책을 마련하는 게 뜬금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래서 도내 지방자치·조례 전문가 두 명(송광태 창원대 행정학과 교수, 조유묵 마창진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과 도청 공무원을 대변하는 노조에 이 조례안의 적합성과 적절성을 검증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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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조례안은 지난달 20일 발의해 3일 현재 도의회 기획행정위원회 전문위원실에서 검토 중이다. 조례안은 근거 법률로 지방공무원법 77조와 지방자치법 9조를 내세운다.

강 의원은 제안 이유를 "서부권 개발과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서부청사에 근무하고자 이주하는 경남도 소속 공무원에게 이주비를 지원해 조기 정착과 생활 안정을 꾀하고 서부청사의 안정적·효율적 운영을 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조례안에서는 도지사가 서부청사로 발령받고서 거주지를 서부 경남으로 이주하는 경남도 공무원에게 이주지원비를 지급할 수 있도록 해놨다. 이주지원비 지급 대상은 서부청사에 근무하면서 서부권으로 이주한 공무원·청원경찰·무기계약직이다. 이주 여부는 주민등록등(초)본·등기부등본·임대차 계약서 등을 기준으로 확인한다. 지급액은 1인당 월 20만 원으로 부부가 함께 지급 대상이면 한 명은 전액, 다른 한 명은 10만 원을 지급한다. 조례는 2016년 1월 1일부터 2018년 12월 31일까지 3년간 한시적으로 효력이 있다. 즉 내년부터 3년간 1인당 720만 원의 지원비를 월별로 지급한다.

두 전문가는 조례가 갖춰야 할 우선 요건인 상위 법령 위반 혹은 법령의 범위를 벗어난 점은 발견할 수 없었다고 했다. 조례로서 최소 요건은 갖춘 셈이다. 하지만 조례 내용을 놓고는 특혜적 요소가 많고, 의견 수렴 절차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송광태 교수는 공무원 내부 지원 형평성 문제가 당장 나올 만하다고 했다. 송 교수는 형평성이 맞지 않는 부분을 크게 세 가지로 짚었다. 첫째는 경남도청 공무원 중 서부권역 도청 소속 사업소나 출장소, 직속기관으로 발령받아도 이런 지원을 하지 않는데 유독 서부청사 근무자에게만 주는 점은 맞지 않다고 했다. 둘째로 이 조례가 3년 한시 조례이기에 서부청사에 근무하고 거주지를 진주 등 서부권으로 옮긴 동일 조건 공무원이 2019년부터는 이주지원비를 받을 수 없는 점도 들었다. 세 번째로 경남도가 지난해 10월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 특정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1인당 88만∼128만 원을 주던 경제자유구역청 파견 도청 공무원 수당을 전액 삭감한 사례와도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했다. 당시 경남도는 경자청 파견 공무원이 도청 소속 다른 공무원보다 과도한 특혜를 받아왔다는 점을 수당 삭감 이유로 들었다.

송 교수는 "경남도 재정 상태가 녹록지 않은데 굳이 이런 조례를 만들어 지원하는 이유가 뭔지 궁금하다. 공직사회 내 갈등을 조장할 만한 내용이라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촌평했다.

조유묵 사무처장도 다른 형태의 형평성 문제를 들고 실효성에도 의문을 나타냈다. 조 처장은 "도청 소속 공무원이 타 기관 근무 혹은 파견 시 별도 수당이 없는 것은 논외로 하더라도 창원·김해에 거주지를 두고 서부청사로 출·퇴근할 공무원이 더 많을 텐데 이들 지원 대책은 전혀 없는 상황에서 이주하는 공무원만 지원하는 것은 명백한 특혜다. 특혜 논란이 일면서도 그 실효성은 떨어진다. 월 20만 원 보고 거주지 옮길 이가 얼마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사전 여론 수렴 과정이 부족한 점도 아쉽다고 했다. 조 처장은 "서부청사 논란이 아직 그치지 않은 상황인데 관련 공무원 지원 조례를 너무 졸속으로 만든 게 아닌가 싶다. 의원 입법 발의라도 필요성에 대해 간담회나 공청회가 필요했는데, 이런 절차가 없어 상당히 아쉽다"고 했다.

두 전문가와 달리 도청 공무원은 지원하지 않는 것보다 하는 게 낫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일부는 지원금이 적어 서부권 인구 유치라는 조례안에 숨겨진 목적 달성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신동근 경남도청공무원노조 위원장은 "이주 지원비는 필요하다. 진주의료원 폐업, 학교 무상급식 중단, 도 재정 절감이라는 정치적·외적 요인을 빼고 삶의 터전이 창원·김해권역이던 이들이 진주권역으로 가면 자연스럽게 추가비용이 든다. 경기도 북부청사, 경북도청 신청사 이전에도 이와 비슷한 지원이 있는 것으로 안다. 공무원연금 개악으로 사기가 떨어진 직원 사기 진작 차원에서도 필요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렇듯 도청 공직사회와 전문가들이 이 조례안을 보는 견해는 상당히 달랐다. 이 조례안은 오는 8일 도의회 기획행정위에서 심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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