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거리·교통난 해소 등 진주시 논리 적극 옹호 〈경남일보〉 긍정적 보도…"난전서 자릿세 뜯는 격"〈단디뉴스〉 비판적 시각

전국적으로 이름난 경남 지역 대표축제, 진주남강유등축제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올해 유등축제에서 가장 큰 변화는 유료화다. 유등축제를 보려면 어른은 1만 원, 학생·군인 등은 5000원을 내야 한다. 다만 진주시민은 1인 1매씩 무료 초대권을 준다. 진주시와 진주문화예술재단은 지난 1일 입장권 예매를 시작했다.

지난달 19일 진주시가 유등축제 유료화 정책을 확정해 발표하자 방송은 당일, 신문은 다음날인 20일 일제히 관련 내용을 보도했다. 이날 언론들은 모두 유료화 확정 발표 기사에서 '세계 5대 축제 진입을 위한 축제 자립화'라는 진주시 논리를 그대로 인용했다. 유료화를 통해 축제 고급화, 기반시설 확충, 유등제작연구소 설립, 인력 육성을 해내고, 고질적인 교통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내용이다. 여기까지는 도내 언론들 사이에 별다른 차이는 없었다. 하지만 이후 유등축제 유료화를 보도 내용에서 차이를 드러냈다.

8월 21일 자 경남일보 1면.

<경남일보>는 첫 보도 이후 진주시 논리를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기사를 연속해서 쏟아냈다. 경남일보는 20일 자 1면 사이드 기사로 유료화 확정 기사를 다른 신문보다 비교적 짧게 실었다. 하지만 21일 자 1면에 '긍정과 부정 사이, 긍정을 택했다'라는 제목의 머리기사로 이를 다시 다뤘다. 구체적으로 유료화를 하면 볼거리가 더욱 풍부해지고 교통 혼잡도 해소되며 친절한 해설도 곁들여져 더욱 알차게 꾸며질 것이라는 내용이다.

그리고 이날 '부담없는 진주남강유등축제 기대한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유료화는 한국 대표를 넘어 세계에 자랑하는 '글로벌 축제'로 비상하고 있는 진주남강유등축제가 힘든 '홀로서기'를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생각된다"며 시민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도록 더욱 철저하게 준비를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경남일보>는 다시 지난 1일 자 머리기사로 유료화 정책에 따라 축제장 외곽에 설치될 '펜스'가 굉장히 예술적으로 만들어질 것이라고 보도하며 유료화 정책에 힘을 실었다. 구체적으로 기사는 "특히 유료화라는 명칭에 맞게 '펜스'에 유등 전문가의 작품이나 손글씨 '캘리그라피' 대가의 작품, 예술가의 설치작품 등을 통해 입장 관광객들의 만족도는 물론 외부 미관의 아름다움도 동시에 누릴 수 있도록 했다"고 적었다.

하지만 <경남일보> 보도에서도 일부 우려를 나타내는 내용도 있었다. 먼저 지난 20일 자 사설에서 "개방된 공간에서 열릴 수밖에 없는 유등축제라 유료화가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의문을 가지는 시민들이 많다"고 한 점과 "외지 관광객이 교통비, 숙식비 등 5만~10만 원에다 입장료까지 부담해가며 과연 얼마나 찾을지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한 점 등이다. 또 지난달 31일 자 10면 문화리포트 기사에서는 1만 원이란 입장료가 부담이 클 수 있다는 우려를 전하고, 과연 얼마큼 수준 높은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내놓을 것이지 묻고 있다.

지난해 10월 열린 진주 유등축제 모습. /경남도민일보 DB

<경남일보>와 대조적으로 진주 지역 신생 인터넷 언론인 <단디뉴스>는 비교적 비판적인 시각을 유지했다. 지난달 20일 게재한 시민기자 칼럼에서 "'유료화'의 진짜 목적은 '재정자립'이 아니라 '유등축제의 미래'에 있어야 한다"며 "미래에 대한 비전이나 정확한 계획이 없다면 난전에서 자릿세 뜯는 조폭과 다를 바 없고, 손님들 길 막고 통행료 삥 뜯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남도민일보>는 유등축제 유료화와 관련해 이창희 진주시장의 지난 행보를 적극적으로 조명했다. 구체적으로 지난달 31일 6면 머리로 쓴 후속 기사에서 유등축제 유료화가 이창희 진주시장의 네 번째 승부수라고 규정한 것이다. '진주 유등축제 전면 유료화 이창희 시장 승부수 통할까'라는 제목의 이 기사는 이 시장이 취임 후 △2010년 마이너스 예산을 선언 △토지주택공사(LH)의 진주혁신도시 일괄유치 △남강유등축제를 모방한 서울등축제 연례화 저지, 이렇게 세 번의 승부수를 던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사는 "남강유등축제는 설명이 필요없는 대한민국 최고 축제고 대한민국 대표축제를 거쳐 글로벌축제로 선정됐으며 재정자립도가 43%나 되면서 다른 축제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며 그럼에도 유료화를 추진한 이면에는 이 시장의 의지가 강하게 작용했다고 봤다. 기사는 이어 "시민 대부분이 주저하는 유료화를 전격적으로 선언하며 또 한 번의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고 분석하며 이번 유료화도 "그동안 공짜로 보던 축제인데 누가 그 돈을 주고 보겠는가, 관광객이 급감할 것이며 입장료 이외의 부가 수입이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했다.

<경남도민일보>는 지난 4월 유등축제 유료화 이야기가 처음 나온 시점부터 유료화에 따른 우려를 보도했었다. 특히 4월 2일 자 '현장에서'라는 칼럼에서 유료화를 위해서는 몇 가지 풀어야 할 숙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칼럼은 먼저 시민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축제 자립도에서 40% 정도로 전국 대부분 축제에 비해 월등히 높은데도 유료화를 진행하는 것은 지나치게 경제적인 논리를 강조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칼럼은 또 유료화를 하려면 유등 축제 수준을 지금보다 월등히 끌어올려야 할 것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유료화를 했을 때 전체 관광객 수가 줄어든다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칼럼은 당부했다.

<경남신문>은 다른 언론들과 비교해 비교적 덤덤한 논조를 보였다. 지난 4월부터 꾸준히 보도를 이어왔지만 주로 공청회를 했다거나 관련 조례가 통과됐다는 사실 보도 위주였다. 지난 19일 유료화 정책이 확정 발표될 때에도 <경남신문>은 다음 날 진주시 발표 내용을 중심으로 기사를 실었다. 이 기사는 "진주남강유등축제가 글로벌 축제로 도약하고 산업화로 발전하려면 축제유료화가 불가피하다, 올해 유등축제를 제2의 도약 원년으로 삼겠다"는 이창희 시장의 말로 끝난다. 그리고 이후 분석기사나 칼럼 등 후속기사는 보이지 않는다.

<KBS 창원>과 <MBC 경남>은 유등축제 유료화 결정과 관련해 꾸준히 보도를 이어왔지만 <경남신문>과 비슷하게 사실 보도가 중심이었다. 분석 기사나 여론 관련 기사는 보이지 않는다.

<MBC 경남>은 지난 4월 이창희 시장이 축제 유료화를 검토하고 있다는 내용으로 보도를 시작해, 시민공청회(4월), 부분 유료화 제안(5월), 유료화 수입금 배분(6월), 전체 유료화 언급(6월), 유등축제 입장료 1만 원 결정(8월) 등 사안이 생길 때마다 사실 위주로 보도를 이어갔다. 지난달 24일 기사에서는 유료화에 따른 교통과 관광객 안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보도를 내보낸 데 이어 같은 달 27일에는 유료화로 20억 원 정도의 수익이 예상되며 이에 따라 유등축제가 국내 최초로 자립도 100%를 달성할 것이라는 진주시 발표 내용을 그대로 보도했다.

<KBS 창원>은 보도 꼭지 수가 <MBC 경남>과 비교해 적었다. 유료화 관련 첫 기사는 지난 6월 남강 유등축제 유료화를 위한 조례가 시의회 상임위에서 심사 보류됐다는 보도다. 이후 전면 유료화 방침 확인(6월), 입장료 1만 원 확정(8월) 보도가 전부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