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관리 파고에 직원들 단합…본사-협력업체도 더 끈끈하게, 물량·임금 문제없이 가동 '활기'

지난해 세월호 사고 이후 '유병언', 그리고 '구원파'에 사람들 이목이 향했다. 그런데 고성에 있는 조선업체 (주)천해지도 사람들 입에 올랐다. 1979년 만들어진 이 업체는 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STX 등으로부터 물량을 받아 주로 컨테이너 블록을 생산하는 업체다. 직원은 130명가량이며 20개 넘는 협력업체까지 하면 1300명이다. 2013년 매출은 1100억 원, 영업이익 54억 2900만 원이었다.

그런데 유병언과 연결되는 청해진해운 최대 주주가 바로 천해지였다. 나라는 세월호 사고 진짜 핵심과는 거리 먼 유병언에게 국민 눈·귀를 돌리기 위해 해당 기업들을 옥죄기 시작했다. 천해지 역시 그 직격탄을 맞았다. 부동산 압류, 대출금 상환 압박 속에 결국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고성중공업 전경. /경남도민일보 DB

13년간 천해지 협력업체 일을 한 신장균 신원산업 대표(협력업체협의회장)는 당시 답답한 마음을 이렇게 전한 바 있다.

"사람들이 천해지 마크만 봐도 '당신 구원파 아니냐'라고 했습니다. 유병언이 누군지도, 구원파가 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저희는 지금과 같이 계속 일하고 싶습니다. 탄탄한 제3자가 나타나 하루빨리 인수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고성중공업 임재협 관리인. /경남도민일보 DB

그로부터 1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어려움 속에서도 꿋꿋이 희망의 시간을 만들어 가고 있었다. 불편한 시선이 존재했던 사명을 지난해 10월 '(주)고성중공업'으로 바꿨다. 그리고 인수합병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됐다. 고성중공업 협력업체들도 참여한 금강레미콘 컨소시엄이다.

고성중공업 회생을 이끌고 있는 임재협(63) 관리인은 이렇게 전했다.

"조선 경기가 워낙 어렵다 보니 인수 희망자가 많지는 않았습니다. 다행히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됐고, 지금은 최종 조율 중에 있습니다. 자금 조달 부분 때문에 9월 중순 즈음에 최종 결론 날 것 같습니다."

사명 변경 이후 과거 좋지 않았던 이미지도 바뀌었다고 한다. 물량 수주에도 숨통이 트였다고 한다. 무엇보다 내부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한다.

"지난해 관리인으로 왔을 때와 비교하면 정말 많이 변했죠. 사내식당 잔반 줄이기 등 비용절감운동을 피눈물 나게 하고 있습니다. 직원들이 어려움 속에서 동요 없이 잘 해주고 있고, 현장에도 활기가 넘칩니다."

임 관리인은 내년이면 경영 정상화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올해 물량을 확보했습니다. 대우·삼성 부족분을 STX 등 다른 곳에서 채웠습니다. 조선경기 어려움 속에서도 물량을 배정해 주며 상생하고 있는 겁니다. 저희들은 기술력을 유지하고 있기에 물량확보만 잘 이뤄진다면 내년에는 경영 정상화가 될 것으로 봅니다."

협력업체 신장균(64) 대표 목소리는 좀 더 밝고 힘이 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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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성중공업 협력업체 신장균 신원산업 대표. /경남도민일보 DB

"많은 조선업체가 휘청했잖아요. 그런데 또 다른 시련까지 겪었던 저희들은 오히려 봉급 한 번 밀린 적 없습니다. 본사에서 필요하면 가불까지 해줄 정도였으니까요. 개인 사정으로 퇴직한 경우는 있어도 불안한 현실 때문에 떠난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본사와 협력업체가 회사를 살리기 위해 똘똘 뭉치는 모습이 제가 봐도 대단한 것 같습니다."

이번 인수합병이 잘 마무리되면 협력업체들은 좀 더 주인의식을 둘 수 있게 된다.

"저희들도 1억에서 5억 원까지 투자했으니, 주주로서 더 열심히 일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거죠. 인수합병 결론 나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잘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지역사회에서 많이 도와주신 것에 대해 정말 감사한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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