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의 몫으로 '노동자들끼리 나눠라'…노후대비 못한 세대 미래로 폭탄 넘기기

박근혜 정부가 노동개혁을 한다면서 임금피크제를 내세우고 있다. 다 아는 대로 55살이 되는 해 임금을 최고로 삼아 정년이 되는 60살까지 해마다 10%를 줄여서 월급을 주는 방식이다. 이렇게 임금피크제를 하면 먼저 그에 해당되는 노동자들 노후 대비 여력이 줄어든다는 문제가 있다. 이 나이에 해당되는 사람들 대부분은 결혼한 지가 30년 안팎이다. 결혼한 지 30년 안팎이면 그동안 작으나마 집 한 칸 장만하고 자식들 낳아 기르고 공부시키고 출가시키고 하는 데에 자기가 버는 돈 대부분을 썼거나 쓰고 있을 개연성이 높다. 지난 세월 땅이나 주식 투자를 해서 많은 돈을 벌었거나 아니면 부모한테서 물려받은 재산이 넉넉하거나 하지 않으면 자기 자신을 위해 모아놓은 재산은 거의 없기 십상이다.

말하자면 이제 자식들 독립시키고 정년까지 남은 세월 일하면서 버는 돈은 노후 자금으로 삼으려 하는 세대인데, 난데없이 다른 대책 없이 임금피크제를 한다면 참 난감할 수밖에 없겠다. 이 난감함은 개인 문제로 끝나면 좋으련만 그렇게는 되지 않을 것 같다. 개인이 자기 힘으로 자기 노후를 책임지지 못한다면, 그것도 한둘 개인의 잘못이 일탈이 아니라 정부 노동정책 탓에 그렇게 됐다면 결국 그에 대해서는 사회나 국가가 막음을 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비용은 사회적 부담으로 작용하기 마련이다. 현재 제기된 문제를 겉으로는 해결하는 척하면서 실제로는 더 크게 곪아터지도록 해서 미래로 떠넘기는 폭탄 돌리기와 다르지 않다.

중년 노동자한테 임금피크제를 강요해 그 여력으로 청년 고용을 늘리겠다는 발상은 그 자체로도 문제가 작지 않다. 임금정책은 기본이 노동과 자본 사이 소득 분배를 어떻게 할 것이냐에 있다. 생산의 두 주체인 노동과 자본이 협력해 같이 생산한 재화를 얼마나 자기 몫으로 삼느냐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 바로 임금이고 이윤이다. 그런데 지금 임금피크제는 자본의 몫(이윤)은 전혀 손대지 않은 채로(어쩌면 더 큰 자본의 몫을 상정하면서) 지금 주어져 있는 노동의 몫(임금)을 갖고 노동자들끼리 나눠가져라 하는 식이다. 현재 전체 노동자의 임금 수준이 충분히 높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다면 절대로 이렇게 해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청년 고용 문제의 해법은 간단하다. 그것은 임금피크제가 아니다. 규모와 업종에 따라 많고 적은 차이는 분명 있겠지만 크게 전체로 보자면 지금 자본의 곳간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넘쳐나는(특히 재벌이 더 그렇다) 반면, 노동의 지갑은 엄청나게 쪼그라들어(특히 비정규직이 더 그렇다) 있다. 그러므로 자본 특히 재벌의 곳간을 풀어 노동 특히 비정규직의 지갑으로 흘러들어가도록 해야 순리다. 재벌한테서 이윤을 줄이고 그것으로 청년 고용을 늘려야 맞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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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뻔한 해법을 두고도 박근혜 정부는 줄기차게 중년노동자에게 노후 빈곤을 강요하는 임금피크제를 밀어붙이고 있다. 정부가 앞장서 노동자들끼리 세대싸움을 부추기는 셈이다. 이 싸움에 세상 눈길이 온통 쏠리도록 함으로써 문제의 근원을 숨기는 노릇이다. 여태까지 감싸온 자본(특히 재벌)을 더욱 감싸고 돌면서 그 이익만 늘려주려 한다는 비판에 부딪히지 않을 수 없다.

출판국장 소임을 맡고 있습니다. 도서 제작과 관련된 모든 업무를 관장합니다. 학교와 현장을 찾아 진행하는 문화사업(공연··이벤트 제외)도 담당하고 있습니다. 환경전문기자로서 생태·역사 부문 취재도 합니다. 전화는 010-2926-3543입니다. 고맙습니데이~~~
[출판국에서]아무도 안 했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비춰볼 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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