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 씨 혼자 창업해 거리 나서, 고전 면치 못하자 은정 씨 합류…밤낮으로 일에 매진 고객 급증

산 속 절 주차장, 아파트 지하 주차장, 공장 주차장, 골목길 공터 등 그와 아내는 하늘 아래 자동차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간다. 자동차가 주차된 곳은 삶의 현장이요 일터다. 1년 365일 비와 눈이 오는 부부의 공식 휴무일을 제외하고 그들은 거리에 서 있다.

김상호(37·창원시 문화동)·김은정(36) 부부는 스팀출장세차업을 한다. 남편 상호 씨는 8년 전부터 세차업에 종사했고 2012년 2월 '푸른하늘'이란 상호로 창업했다. 말이 창업이지 소형승합차에 스팀청소기와 세차용품을 싣고 거리로 나선 것이다. 매출은 신통치 않았다. 출장세차라는 낯선 업종에 고객들은 고개를 돌렸다. 차는 세차장에서 물 뿌리며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의 벽은 컸다.

또한 고객들은 월 계약을 맺고 차를 정기적으로 세차한다는 것에도 신뢰를 보내지 않았다. 창업 당시 이것이 마지막 도전이라며 아내를 설득했던 그는 두 손을 걷어붙였다. 밤낮으로 홍보 전단과 스티커를 만들고 뿌리며 고객을 확보해 나갔다.

"초창기에는 세차 비용을 후불로 받았어요. 한 달 동안 열심히 세차를 해 드리고 돈을 받으러 가면 주차장에 차가 없는 거예요. 고객이 휴대폰전화번호도 바꾸고 이사도 가고 돈 몇 푼에 이럴 수 있나 실망도 많이 했죠."

아내 은정(왼쪽) 씨와 함께 스팀출장세차를 하면서 사업에 탄력을 받았다는 상호 씨. 그는 아내 은정 씨와 함께라면 삼각김밥에 컵라면을 먹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단다. /박민국 기자

창업 후 1년 동안 안정된 소득이 발생하지 않았다. 개점휴업 상태로 3개월을 보낸 적도 있다. 가족에 대한 책임감은 커져만 갔고 일용직으로 생계를 꾸렸다. 창업 2년 차, 사업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구세주처럼 나타난 이가 이었다. 바로 그의 아내 김은정 씨였다.

"당시 큰 아이가 4살, 작은 아이가 2살로 아내가 육아에만 전념했는데 어느날 힘든 일을 나누자며 따라나서는 거예요.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내고 아내와 거리로 나섰죠. 천군만마였습니다. 그때부터 사업은 탄력을 받기 시작했어요. 하루 종일을 함께 있으니 '척하면 착이었죠'. 또 같은 일을 하고 집에 돌아오면 서로 부족했던 부분을 지적하며 공부가 됐죠. 잠자리에 누워서도 같이 이야기하고 온통 출장세차에 전념을 했죠."

아내 은정 씨와 협업하며 사업은 안정적인 궤도에 올랐다. 세차 기술을 향상시키고 고객관리에 힘을 쏟았다. 월 1~2대 계약으로 출발한 사업은 3년 6개월 만에 100여 대로 늘었다.

"저는 돈보다 일 욕심이 많아요. 세차할 때마다 '이 차가 또 나에게 일거리를 준다'라고 확신을 합니다. 거리에서 영업하면서 오직 믿을 수 있는 건 입에서 입으로 전달되기를 바라는 거죠. 차 한 대마다 최선을 다하면 고객이 저절로 늘어나더라고요."

김 씨는 하루 13시간 정도 일을 한다. 출근 전 세차를 원하는 고객을 위해서는 새벽에 나가 일을 하고 퇴근 후 시간대 고객을 위해서는 야밤에 출동한다. 올해부터는 고객의 양해를 얻어 일요일은 휴일로 정했다. 원래 비와 눈이 오는 날이 공식 휴일이지만 아내가 일에 파묻힌 남편을 위해 얼마 전 결정한 일이다.

"요즘 일기예보가 거의 정확하잖아요. 그래서 고객님들에게도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내일 비가 오는데 오늘 예약날짜라고 세차를 해버리면 고객님 기분이 상하죠. 이럴 때 미리 전화 드리면 고객이 너무 좋아하시더라고요. 이런 것이 고객관리죠. 그리고 세차업은 비와는 뗄 수 없는 상극관계 잖아요. 세차를 다 했다고 고객께 통보하고 난 직후에 비가 오면 다시 해 드리죠. 당장은 제가 손해를 보는 것 같지만 비 맞고 다시 세차 해드린 고객이 오래 계약을 맺으시더라고요. 뭐든지 소통이 정답이에요."

'지금 6살, 4살 아이들이 대학 갈 때까지 스팀출장세차를 할 겁니다.' 선불로 월 세차계약을 맺는 고객에게 김 씨가 전하는 말이다. 그리고 이 말은 김 씨 부부의 목표가 됐었다. 김 씨는 창업 초기 매출이 없어 아이들 기저귀 값을 친구들에게 빌린 적도 있었다.

사업하며 여러번 고민과 방황이 있었지만 지금은 출장 세차를 천직으로 알고 차만 보고 달려간다. 옆에 아내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김 씨에겐 세차업으로 아이들 대학 졸업을 시킨다는 목표와 한 가지 더 바람이 있다고 귀띔한다.

"아내와 같이 일한다는 것은 정말 고마운 일이에요. 우선 점심 메뉴 고르는 것부터 고민이 필요 없죠. 거리에서 일하고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에 컵라면을 먹어도 행복하죠. 이런 든든한 아내를 위해서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결혼식을 할 거예요. 아직 식도 못 올리고 살고 있어서 늘 미안한 마음뿐이지만 애들 크면 결혼식장에 아이들이 꽃을 들고 입장하고 우리 부부가 따라 들어가는 멋진 결혼식을 꼭 아내에게 선물할 거예요."

그때 아내 은정씨가 세차가 끝났다는 손짓과 함께 상호 씨를 호출했다. 옥상주차장에서 진행한 인터뷰는 40분 세차 시간과 함께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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