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 추경 급식비 미편성…'감사 수용 먼저' 입장 고수

학교 무상급식 중단 사태 해결이 감사문제에 묶여 한발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지난 7월 경남도의회 본회의장에서 홍준표 도지사는 '선별이든, 보편이든 상관하지 않겠다. 영남권 자치단체 분담 비율만큼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홍 지사는 도교육청이 감사를 수용해야 한다는 전제를 달았다.

이 때문에 한 달여 동안 도와 교육청 간 협의는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학교급식 파행 논란이 지난해 10월 '감사 없이 지원 없다'며 홍 지사가 '급식 감사카드'를 꺼냈던 원점으로 다시 돌아간 셈이다.

◇도, 추경에 급식비 미편성 = 도는 최근 도의회에 1회 추가경정예산안을 제출했지만 학교급식 지원금은 편성하지 않았다. 이를 놓고 시민사회단체와 야권은 홍 지사가 무상급식 중단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윤인국 정책기획관은 "이번 추경은 집행 가능한 시한이 내년 2월 말에서 올해 12월 말로 앞당겨짐에 따라 국비 변경 등에 따른 사업비를 조정, 정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미 교육청에서 급식비를 반영하지 않은 추경예산을 편성해 도의회에서 승인받았다"며 "주관기관인 도교육청이 예산편성을 하지 않았는데 지원기관인 도청이 예산을 편성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윤 기획관은 이번 추경에 지방교육세 전출금(1080억 원), 지방교육 재정부담금(70억 원), 학교용지 부담금(111억 원) 등 1261억 원을 편성해 교육청에 지원하기로 한 점을 들어 "급식문제는 교육청의 고유권한이자 재량사항이므로 교육청이 자율적으로 처리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추경에 급식비 편성 여부는 단체장 의지가 중요한 문제여서 도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도가 지난 2013년 추경에서 급식비를 추가 확보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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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편성 때마다 논란 = 김두관 전 지사와 고영진 전 교육감은 지난 2010년 8월에 2014년까지 도내 모든 중학생에게 무상급식을 약속했다. 예산분담 비율도 도 30%, 시·군 40%, 교육청 30%로 정했고, 단계적으로 무상급식이 확대됐다.

그러다 임채호 도지사 권한대행 시절 긴축재정을 이유로 2013년도 급식예산을 전년 수준으로 동결 편성하면서 전 지역 초등학생 확대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이에 홍 지사는 2012년 12월 도지사 보궐선거에서 정상 추진을 약속했고, 이듬해 56억 5000만 원을 추경에 편성해 시 지역 전체 초등학생까지 무상급식이 진행됐다.

그러나 예산 편성 때마다 논란은 계속됐다. 2014년도 삭감 편성으로 도시 중학교 확대 계획이 차질을 빚었다. 특히 도는 학교급식 감사를 도교육청이 받아들이지 않자 아예 올해 급식비 지원금을 편성하지 않았다. 도와 시·군은 학교급식비 지원금 643억 원을 서민자녀교육지원사업에 돌렸고, 올 4월 무상급식은 중단됐다.

◇"사태 해결 의지 없다" = 야당은 도가 사태 해결 의지가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여영국(노동당) 도의원은 "모든 예산은 예산편성권 독점권을 가진 단체장의 철학과 의지에 달렸다"며 "7월 도정질문 때 홍 지사가 영남권 수준 급식 지원을 약속해놓고 추경예산 반영은 고사하고 지원할 생각조차 없는 것은 결국 도의회를 우롱하고, 도민을 기만한 것이라 판단된다"고 말했다. 김지수(새정치민주연합) 도의원은 "이번 추경에 신규사업이 있다. 도 논리대로라면 신규사업이 있으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교육청이 처리할 사안이라는 도 입장에 대해 여 의원은 "그동안 학교급식이 자치단체 지원으로 시작됐고, 2014년까지 유지돼왔다. 자치단체 지원 없이는 무상급식을 못한다는 현실을 도가 잘 알고 있다"며 "홍 지사는 급식비 지원 의지와 계획이 없음을 공식적으로 밝히고 급식비 지원 여부를 차라리 18개 시·군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도 "적반하장이다. 도청이 무상급식 파행 원인제공자"라며 "도가 이번 추경에서 교육청에 넘기는 1261억 원은 법령에 근거해 당연히 주는 것인데 그 돈으로 급식문제를 해결하라고 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도는 감사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도는 "학교 무상급식 지원 약속을 어기지 않았다"며 "지금이라도 교육청이 감사를 받겠다는 의사를 밝히면 교육청과 부담비율 등 학교급식 문제를 협의해 나갈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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