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 따라 내 맘대로 여행] (64) 경북 청도 와인터널

아침저녁으로 부는 선선한 바람이 가을의 기억을 깨운다. 뜨겁기만 했던 햇살은 여전히 강렬하지만 이젠 따사로움을 머금었다.

도종환 시인은 '가을 사랑'이라는 작품에서 "당신을 사랑할 때의 내 마음은/가을 햇살을 사랑할 때와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피하고만 싶던 햇살을 온몸으로 마주해도 좋을 계절,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가을은 입으로 즐기기도 좋은 계절이다. 이제 곧 들판은 황금색으로 물들 것이고, 제철을 맞이할 알이 굵은 과일들은 긴 시간을 기다려 이제 곧 얼굴을 붉힐 것이다.

예로부터 감나무만 무려 30만 그루에 달하는 경북 청도는 상주와 함께 국내 최대 감마을로 유명하다. 특히 청도의 감은 단감도 많지만 반시가 역사가 깊고 유명하단다. 반시란 씨 없는 감으로 임금님 진상품이었다.

청도와인㈜에서는 이 반시를 이용해 와인까지 만들었다. 그리고 이 와인은 감와인 터널로 유명한 '청도 와인터널'에서 무르익고 있다.

대한제국 말기 경부선 터널이 와인 창고가 됐다. 와인터널은 본래 1896년 일제가 착공해 1904년 완공한 구 남성현 철도터널. 1905년부터 경부선의 증기 기관차를 운행했으나 경사가 급하고 운행거리가 멀어 1937년 현 남성현 상행선 터널이 개통되면서 사용이 중지됐다.

대한제국 말기 경부선 철도터널을 와인 창고로 바꾼 경북 청도 와인터널 입구.

당일치기 여행으로도 손색없을 거리다. 가을의 문턱에서 입안에 가득 퍼질 감 향기를 기대하며 떠난 여행이다. 일찍부터 사람들로 북적인다. 기찻길을 따라 터널 앞에 도착했다. 잠시 가을 햇살을 잊을 정도의 시원함이 온몸을 감싼다.

이 터널은 직육면체 화강암과 붉은 벽돌로 3겹의 아치형으로 만들어졌다. 덕분에 110년 세월이 흘렀음에도 내부상태가 잘 보존돼 있다. 와인터널은 관람보다는 먹고 즐기기에 적당한 공간이다. 와인병들이 벽과 천장을 빼곡히 채웠다.

살짝 달콤하면서도 입안에 가볍게 맴도는 감와인을 음미한다. 아이스 와인은 서리 맞은 감을 이용해 만든 것으로 가장 달콤하다. 감 와인뿐만 아니라 감말랭이 반건시, 아이스 홍시, 홍시 주스 등 감을 활용한 다양한 식품이 눈길을 끈다.

벽과 천장을 빼곡히 채운 와인병들.

터널 중 200m 정도만 시음공간과 와인 저장고로 활용해 오다가 지난해부터 유료 관람공간을 더 만들었다. 입장료 2000원을 더 내면 좀 더 깊이 터널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터널 전체를 100∼200m 단위로 나눠 역사기행박물관, 빛이 없는 어둠의 공간 등에 다양한 작품과 볼거리를 만들어 놓았다.

입안에 한껏 가을을 머금었다면 이젠 배를 채워보자. 청도여행에서 추어탕 거리를 빼놓을 수는 없다. 청도역 주변으로 자리한 가을 보양식 추어탕은 그 맛이 시원하면서도 담백한 것이 특징이다.

와인터널 안에 설치된 와인병 조형물.

<주변 가볼 만한 곳>

-5분 거리 개구리박물관…개구리와 함께 다과를

청도와인터널에서 5분 거리에 있는 개구리박물관(경북 청도군 화양읍 송금리)은 차와 다과를 즐기며 다양한 모습의 혹은 다양한 재질의 개구리 모형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춤추는 개구리부터 연주도 하고 나무도 타는 각양각색의 개구리를 만날 수 있다.

뿐만 아니다. 폭신폭신한 솜털이 들어간 개구리, 뜨개질실, 도자기 등 다양한 재질의 개구리들이 기상천외한 표정으로 우리를 맞이한다.

차를 시키면 간단한 다과가 함께 나오는데 컵은 물론 접시, 쟁반, 의자, 탁자 등 모든 곳에 개구리가 숨어 있다.

개구리박물관 내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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