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보약이라는 말이 있다. 성인은 물론 자라는 학생들에게 충분한 여가와 잠은 그야말로 보약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학생들은 충분한 잠은커녕 각종 학습 스트레스로 신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12시간 이상 학교에 머물고 과도한 학습량에 시달리는 현실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현행 제도와 성적위주 학교교육을 그대로 뒀다가는 학생들의 정상적인 육체적 정신적 성장은 어렵다.

청소년인권단체 아수나로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고등학생 절반 가까이가 오전 8시 전에 등교해 밤 10시 넘어서 하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등하교 시간을 보면 초등생은 6시간, 중학생은 8시간, 고교생은 12시간, 특성화고는 10시간 이상을 학교에서 보낸다. 일반 직장인 근무시간과 비교해도 월등히 높은 수치다. 여기에 과외와 학원에서 보내는 시간을 합하면 경악할 수준이다. 그럼에도 학생들은 고교 입학 후 4시간 잠자면 합격이고 5시간 잠자면 불합격이라는 소위 4당5락이라는 유행어에 자신을 맞추기 위해 신음하고 있다.

학생들이 잠 부족으로 내몰리는 것은 여러가지 요인이 있다. 성적 지상주의가 먼저 손꼽힌다. 여기에다 학생들이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 공부할 양이 지나치게 많은 것도 문제다. 일류대가 아니면 대학 축에도 못끼는 사회적 시선과 심화된 경쟁에서의 난이도 요구에 맞추기 위해 지나치게 많아진 학습량이 학생들 어깨를 짓누르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교육단체를 비롯한 수많은 이들이 학생들의 성적부담을 줄여주는 방안을 내놓았고 그때마다 약간씩 교육제도가 바뀌기도 했다. 그러나 오히려 경쟁과 그로 인한 학생들의 피로도는 심화됐다. 학생들에게 충분한 잠과 자기 시간을 주어야 하는 책임은 기성세대에게 있다. 이제는 우리 사회 전체가 미래를 내다보고 교육제도의 틀을 새로 짜야 한다. 그리고 그 전제는 간판만 보는 기성세대의 편견을 바꾸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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