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지사 주민소환을 관철하고자 서명 활동을 벌이고 있던 지역 주민들이 낭패를 당하는 사태가 일어나 충격을 준다. 서명을 받고자 임시로 설치한 천막을 공무원들이 강제 철거한 것이다. 그 같은 행정대집행의 근거로 허가받지 않은 시설임을 들었다.

거창군청 앞 광장은 엄밀하게 말하면 관의 것이 아닌 주민 모두의 것이다. 필요하면 주민들은 언제든지 그곳에 모여 공의를 논할 수 있고 군정에 대한 시시비비를 자유롭게 얘기할 수 있다. 원래 광장의 기능이 그런 것이다. 민의가 모이는 곳이자 민권의 소재를 확인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 바로 광장이다.

도지사 주민소환을 위한 서명작업은 법원이 그 정당성을 인정했고 도선거관리위원회가 대표성을 부여한 공적 영역이다. 그 목적과 소임을 다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가 광장이다. 거창군이 지체하지 않고 즉각 천막을 철거한 기세로 보면 사전 허가를 내줄 것 같지도 않지만 그게 꼭 허가를 얻어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법과 규정을 준수하는 취지에서 나온 조치라면 단체장 주민소환 역시 법이 보장한 것이고 당연히 서명활동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 게 아니겠는가. 광장에서의 활동마저 제지당한다면 주민 권익은 위축될 게 뻔하다. 거창군이 왜 그렇게 예민하게 반응하는지는 어느 정도 짐작이 되지만 그렇다고 공공연하게 주민권을 압박한다면 민관 갈등만 더 커질 뿐이다.

거창군은 도내서 학교 무상급식이 제일 먼저 시행된 지역이다. 군도 그렇고 군의회가 함께 주민 권익과 복리 증진에 관한한 선진적 우수사례를 기록하고 있지만 급식 관련 소환 정국을 맞아 가장 먼저, 그리고 강력하게 물리력을 동원한 것은 자가당착의 모순이 아닐 수 없다. 만일 그것이 거창군의 독자적인 원칙론이라해도 문제는 그대로 남는다. 그러나 행정망을 통해 폭넓게 그런 정서가 교감되기라도 했다면 그건 더 큰 일이다. 당초 우려됐던 관권 개입이 기우가 아닌 현실로 번지고 있다는 징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거창군의 천막 철거는 하나의 예에 불과하다고 할지 모르나 이를 과소평가할 수 없는 것은 그 탓이다. 제2 제3의 병폐가 없으란 법이 없다. 경남도를 비롯 각 시·군은 홍 지사 주민소환을 위한 서명활동을 보장하는 확실한 신호를 보냄으로써 떳떳하게 심판받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해야 한다. 그러자면 관권을 의심할만한 작위적인 행정 강제를 일절 행사해서는 안된다. 주민들이 안심하고 서명을 받거나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으로 출발점을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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