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녹조 전문가 다카하시 도오루, 낙동강 구간 찾아…"보 만들어 악화시켜 놓고 정수에 돈 들여, 어리석다"

"독소를 가진 녹조가 인간과 동·식물 등 생태계 전반에 고루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브라질에서는 남조류에 포함된 독소를 실수로 인공투석에 이용해 70여 명이 사망한 사례도 있습니다. 대형 보로 물 흐름을 막아 독성 강한 녹조 번식을 쉽게 해놓고 이를 정수한다고 어마어마한 비용을 들이는 건 참 어리석은 일이지요."

일본 녹조 전문가 다카하시 도오루 구마모토환경보건대학 교수. 그는 일찍이 녹조 피해 특히 농작물, 인체에 미치는 영향 등 건강과 안전에 맞닿은 환경보건 측면에서 연구해 왔다.

그는 녹조 독성이 농작물에 축적돼 잔류한다는 사실을 밝혀냈으며 현재 하천 바닥 녹조 퇴적층에서 생성된 독성이 물속 생태계와 인근 지역 농작물 그리고 인간에게까지 미치는 순환적 영향을 지속 연구하고 있다.

27일 환경운동연합과 대한하천학회가 마련한 4대 강 낙동강 구간 녹조 조사에 참여한 다카하시 교수는 김해 대동면 일대 어민 피해 현황을 살펴보고 창녕함안보와 합천창녕보, 달성보를 찾아 녹조 문제를 들여다봤다. 이날 현장 조사에는 박호동 일본 신슈대학 교수, 다나카 한일환경정보센터 대표, 환경운동연합 활동가 등이 함께했다.

27일 오후 박호동(맨 왼쪽) 신슈대 교수와 다카하시 도오루(왼쪽 둘째) 구마모토환경보건대 교수 등 조사단이 창녕함안보 선착장에서 녹조를 채취하고 있다. /김두천 기자

이날 창녕함안보 주변 강물은 연녹색을 띠고 있었다. 태풍 영향인지 조사단 방문 탓인지 창녕함안보는 수문을 열어 하류로 많은 양의 물을 흘려보내고 있었다. 한국수자원공사 관계자는 수문을 약 50㎝ 열어 방류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녹색 물빛에 대한 작은 우려도 잠시 창녕함안보 상류 200여m 지점 우안 선착장에는 진녹색 녹조 띠가 큰 걱정을 안겼다.

이들은 현재 낙동강 녹조 문제가 심각하다는 점을 함께 인식했다. 다카하시 교수는 "이렇게 심한 녹조가 강바닥에 퇴적하면서 발생하는 각종 독소와 유해물질이 낙동강 수생태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일본 새만금이라 불리는 이사하야만에서처럼 농작물이 녹조 독소에 오염되고 어류 폐사가 빈번했던 사례가 낙동강에도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을 것 같다"고 의견을 밝혔다.

박호동 교수는 이날 창녕함안보 선착장에서 채취한 녹조를 바로 현미경으로 관찰한 형태학적 분석 결과를 내놨다. 분석 결과 이 녹조는 일명 '마이크로시스티스 에르기노사'(Microcystis Aeruginosa)로 강한 독성을 가진 종류임이 밝혀졌다.

박 교수는 "녹조는 독성이 생기면 그 정도가 매우 심하다"면서 "오늘 발견된 녹조는 만성적인 간질환, 간암, 소화기 계통 질병을 유발하고 심하면 급성 사망을 일으킬 수 있는 매우 위험한 독소"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이날 채취한 낙동강 녹조를 비롯해 한강, 낙동강, 금강에 창궐한 녹조 시료를 일본으로 가져가 DNA조사, 화학적·면역학적 조사 등으로 독소 포함 등 유해성 여부와 농작물, 어류,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할 예정이다.

한편 이들은 오는 29일까지 영산강, 금강, 한강을 차례로 돌며 4대 강 녹조 조사를 계속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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