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관리 허술…"어느 지역에서나 먹을 수 있는 음식"지적

창원시청 모바일 홈페이지를 보다가 '뜨악'했다. 창원시 명품음식점 목록에 프랜차이즈 업체인 '놀부 부대찌개'가 떡하니 올라 있는 거다.

확인 결과 놀부 부대찌개는 명품음식점이 아닌 모범음식점이었다. PC용 홈페이지는 명품과 모범을 따로 구분해놓았으나 모바일은 명품으로 한데 묶여 있었다.

창원시 환경위생과 관계자는 "프랜차이즈 업체는 명품음식점에서 배제하고 있다"고 했지만, 타지역 시민이 모바일 홈페이지를 보고 "얼마나 먹을 게 없으면…" 오해하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지난 2011년 관광객 편의 등을 위해 시작한 창원시 명품음식점 지정 사업. 현재까지 총 91개 음식점이 명품 배지를 달았고 오는 9·10월 심사를 거쳐 9곳을 새로 뽑을 방침이다. 자진 폐업 등으로 음식점이 사라지면 그 수만큼 매년 추가로 지정해 100곳을 맞추는 구조다.

창원시 성산구 한 명품음식점에 부착된 표지판. /고동우 기자

명품음식점이 되면 표지판 부착과 창원시청 홈페이지 소개, 위생물품 지원 등 각종 혜택을 입게 된다.

가장 궁금한 건 역시 선정 기준이다. 시청 측은 "창원시 특색과 전통을 살린 맛, 위생·서비스가 우수한 일반음식점"이라고 명시했다.

특색과 전통. 근데 과연 그게 뭘까? '놀부 해프닝'은 그렇다 치고 명품음식점 상호를 보니 의아하다. 낙지·대게·주꾸미 전문점, 한우·돼지갈비·삼계탕집, 보쌈·순댓집 등 창원과 무관해 보이는 곳이 수두룩하다. 창원에서 많이 잡히거나 사육되는 식재료도 아니고, 조리법에 지역색이 있는 것도 아니다.

시청 담당자는 한계를 인정했다. "사실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창원시 고유음식 하면 아귀찜, 장어구이, 복국 정도가 떠오르는데, 이것만으론 부족해서 메뉴를 가리지 않고 관광객이 편하게, 맛있게 먹을 만한 음식점을 지정하고 있다."

"맛집 선정과 뭐가 다르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옥선(무소속) 창원시의원은 "지역 특산물, 로컬푸드에 대한 종합적인 발전 방안과 문제의식이 없다는 방증 아니겠느냐"며 "다른 지역은 가공센터 설립, 지역 특산물 레스토랑과 1인 창조기업 지원, 요리 교육 등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는데 창원시는 너무 미미하다. 홍합, 미더덕, 대구 등 좋은 특산물을 놔두고, 어느 지역에 가도 먹을 수 있는 음식점에 '명품' 딱지를 달아주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말했다.

100곳 모두를 특산물 음식점으로 채우긴 어렵겠지만 최소한 균형을 맞추려는 노력은 필요한 듯하다. 창원만의 독특한 특징이 있는 음식점은 극히 일부고, 평범하기 그지없는 고깃집·횟집 등이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홈페이지 관리도 시급하다. 마산회원구 삼호로에 있던 상하이 중국관 등 폐업한 음식점이 버젓이 명품음식점 리스트에 올라 있다.

창원시 담당자는 "혼자서 관리하다 보니 그때그때 업데이트를 못하고 있다. 곧바로 수정하겠다"고 했으나 상하이가 문 닫은 건 지난 2013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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