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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생에너지 포기·원전 증설' 거꾸로 가는 한국

[에너지 자립으로 가는 길] (10) 한국과 독일 에너지 정책

이일균 기자 iglee@idomin.com 2015년 08월 27일 목요일

지난 21일 열린 경남도 에너지정책 세미나는 정책의 한계와 함께 이 부분에서 열정적 리더가 도내에 있음을 확인하는 자리였습니다. 경남햇빛발전협동조합 전점석 이사장이 행사 막판 이야기를 쏟아냈습니다.

"오늘 경남도 5차 지역에너지 계획 잘 들었다. 많은 사업이 제시됐다. 그런데 그 사업이 방향과 기조를 가진 정책에 근거하지 못한다. 도청 내 에너지정책 부서도 일원화돼야 한다. 기후변화, 에너지정책, 신·재생에너지가 각각 다른 과에 속해 있다. 일관된 정책이 나올 수 없다."

그의 지적대로 서울과 경기도 등은 녹색에너지과에서 에너지정책을 총괄하고 있습니다. 경남 역시 홍준표 지사 재임 전에는 친환경에너지과에서 그렇게 했습니다. 패널로 초청받지 못한 탈핵경남시민행동 박종권 대표도 끝까지 참다 마이크를 잡았습니다.

전점석 경남햇빛발전협동조합 이사장

박종권 탈핵경남시민행동 대표

"제가 경남에너지위원회 위원이다. 그런데 1년 동안 회의 한 번 안 했다. 이래서 되겠나. 그리고 재생에너지에 대해 정부는 포기했지만 경남이라도 서울처럼 발전차액지원제도(FIT)를 시행해야 한다."

경남도 에너지정책

이날 경남발전연구원 박진호 위원이 제5차 경남도 지역에너지 계획을 소개했습니다. 우선 2020년까지 에너지정책 목표가 제시됐고, 세부 추진사업이 소개됐습니다.

남해군 석유액화가스화 발전소 건설 지원, 진주·사천·남해·하동 등 에너지 취약지역 대체자원 공급, 도내 200개 마을 신·재생에너지 자립마을 추진, 창원·통영 등에 에너지 자립 섬 2개 추진, 산업단지 신·재생에너지 보급, 창원·김해·양산·진주·거제 등에 수소연료전지 발전소 건립….

사업 소개가 이어질 때 궁금해진 게 있었습니다. 이 자리에 경남도 에너지 정책 담당자들이 있을까? 에너지 정책을 입안하고 실행할 주역들이기 때문에 든 생각이었죠.

일반 참석자들과 함께 행사를 주최한 경남도람사르환경재단 관계자들만 자리를 지켰을 뿐 경남도 경제정책과 자원관리계, 환경정책과 기후변화계, 기계융합산업과 신·재생에너지계 담당 공무원들은 없었습니다. 이어진 전 이사장 질타는 그래서 오히려 점잖게 느껴졌습니다.

독일의 태양광발전 현재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징엔솔라콤플렉스 건물 벽면 태양광패널. /공동취재단

"몇 년 전까지 도나 시·군이 경쟁적으로 태양광 MOU를 체결했다. 진행된 건 거의 없다. 사업 대부분이 민간투자가 90% 이상이었고, 지금은 보조금이 거의 없으니 이행이 안 된다. 정책이 뒷받침되지 않는 사업은 이렇게 된다. 지금 소형 태양광 업체들 다 문 닫는다. 시·도에서는 소형사업 자체를 받으려 하지 않는다. 이건 신·재생에너지 정책 포기다."

"지금 신·재생에너지는 정부에 배신당하고, 지자체에서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신·재생에너지 보급 이용 및 촉진법에 근거하는데, 이건 촉진이 아니라 억제다. 일례로 상업용 태양광 시설을 입찰시장에서 판매하고 있다. 경쟁률이 평균 10대1이다. 9개 업체는 사업도 못한다. 가격도 2년 전보다 50% 이하로 추락했다."

부산 경성대 김해창 교수도 이날 행사에 참석해 부산·울산·경남지역과 한국의 에너지정책에 대해 꼬집고 제안했습니다.

"에너지 지역분권이라는 확고한 개념을 가져야 한다. 지금 정부가 외면한 태양광·풍력·바이오매스 발전 등에 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서울과 경기도처럼 발전차액지원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도농복합지역에는 에너지 자립이라는 관점에서 '에너지 영농'을 적극 장려해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증가율은 2010년부터 2035년 사이에 연평균 1.2%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는 2035년까지 에너지 증가 폭을 80%로 잡고 있다. 이를 근거로 현재 가동 중인 원전 23기에 18기를 더 지어 모두 41기의 원전을 가동하겠다고 한다. 원전을 폐기하는 세계적 추세와는 반대다."

"한국 신·재생에너지 대체 비율은 2∼3%로 세계 최하위권이다. 그것도 폐열 에너지를 빼면 1%밖에 안 된다. 그 원인은 2012년부터 시행 중인 '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화 제도(RPS)'다. 그전에 시행하던 '발전차액지원제도'보다 후퇴했다."

독일과 한국 정책 비교

독일·오스트리아 현지에서 이번 지역신문발전위 취재를 안내한 염광희 연구원은 자신의 저서 <잘가라, 원자력>에서 독일 발전차액지원제도의 강점을 설명했습니다.

염광희 베를린자유대학 환경정책연구소 연구원

"독일 재생가능 에너지 산업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까닭은 2004년 개정된 '재생가능 에너지법(EEG)'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핵심은 발전차액지원제도다. 기준가격매입제도이다. 전력 회사는 2024년까지 태양에너지, 풍력, 바이오매스, 소수력 등 화석연료가 아닌 재생가능 에너지로 생산된 전기를 사들일 때 의무적으로 고정된 가격을 쳐준다. 이렇게 재생가능 에너지를 생산할 때 드는 비용을 발전차액지원제도로 보전한다."

"한국은 2002년부터 기준가격매입제도를 시행했으나, 2012년부터 의무할당제로 바꿨다. 의무할당제는 정부가 기존 발전회사에 재생가능 에너지 의무 비율을 할당하는 개념이다. 예를 들어 A발전회사에 2015년까지 전체 생산 전력의 10%를 재생가능 에너지로 만들라는 의무를 줄 수 있다. 만약 이를 지키지 못하면 규정에 따라 범칙금을 내야 한다."

의무할당제를 시행하는 나라가 미국과 영국이라는군요. 특히 영국은 풍부한 풍력자원에도 의무할당제가 실패한 사례입니다. 2002년 제도 시행 이래 단 한 차례도 목표가 달성되지 못했고, 발전회사 눈치를 보던 정부에서 범칙금 수준을 대폭 낮추면서 있으나 마나 한 제도로 전락했다는군요.

독일 에너지 정책의 강점에 대한 염 연구원의 결론은 이랬습니다.

"독일 에너지 정책은 정부가 확실한 목표와 비전을 제시한다는 점이다. 이는 집권 정당이 바뀌는 정치적 변화에도 기조가 유지된다. 과거 녹색당 집권 당시 토대를 닦은 정책 방향이 현 보수 정부인 기민당 정부에서도 그대로 유지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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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획은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아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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