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늦깎이 학생 황옥수 할머니 전국 시화전 특별상 수상…전쟁·생계 탓 못 다한 공부 시작하는 기쁨 담아 감동

"나에게도 봄이 와서 꽃이 핍니다. 늙음이 단풍처럼 물든 나에게 한글이란 꽃이 피었습니다."

황옥수(73·창원시 진해구) 할머니는 뒤늦게 한글을 깨치는 즐거움을 '꽃이 핀다'고 표현했다.

할머니는 통영 학림도가 고향이다. 5남매 가운데 넷째인 할머니는 초등학교도 마치지 못했다. 할머니는 "초등학교 2학년 때 전쟁이 나서 학교가 피난소가 됐는데 그 길로 학교를 다니지 못했다"고 했다. 스무 살에 고향을 떠나 스물셋에 결혼했는데 이후 삶도 순탄치 못했다. 나이 서른에 홀몸으로 아들을 키웠다. 할머니는 "식당도 하고 이것저것 장사를 해서 살림을 꾸려왔지. 밥 몇 그릇 이렇게 내만 알아볼 수 있는 장부는 있었지만 제대로 글을 쓰지 못했다"고 했다. 여러 번 공부를 해보려고 시도를 했는데 몸도 아프고, 벌어먹고 사느라 이루지 못했다.

황옥수 할머니. /경남도여성능력개발센터

그러다 올해 경남도여성능력개발센터와 상담을 했고, 학교를 다시 다니기 시작했다. 할머니는 "한글학교에 가고 싶어도 부끄럽더라고, 선생님이 용기를 주셨다"고 했다.

지난 3월부터 매주 화요일, 목요일엔 버스를 한번 갈아타고 다시 학교(여성능력개발센터 여명반)에 다니기 시작했다. 늦깎이 학생이 된 할머니는 이번에 큰 상을 받는다.

교육부가 주최하는 '2015 전국 성인문해교육 시화전'에 작품을 내 특별상에 뽑혔다. 황 할머니 수상작 '꽃피는 나'는 한글을 배우고 학우들과 만나니 기쁘다는 내용을 진솔하게 담았다는 심사위원들의 호평을 받았다.

할머니는 늦깎이 배움에 대해 '나에게도 봄이 와서 / 꽃이 핍니다 // 한글을 배우니 물에 노는 / 기분같이 재미있습니다 // 늙음이 단풍처럼 물든 나에게 / 한글이란 꽃이 피었습니다 // 하얀 눈이 내리는 내 머리에 / 한글이 들어옵니다'고 썼다.

전국 시화전에서 특별상을 받은 '꽃피는 나'. /경남도여성능력개발센터

할머니는 "소 뒷걸음치다 쥐 잡은 것 같다. 기분이 억수로 좋지, 밤에 잠도 안 오고 붕 떠있다"고 했다. 몸만 아프지 않으면 대학도 가고 싶다고 했다.

문자해득 교육의 사회적 인식과 학습 성과를 높이고자 마련된 올해 '성인 문해교육 시화전'에 5658점이 출품됐다. 이번 시화전에서 노종희(여·79·양산시청 문해반) 씨의 '어둡고 어두운 세상'과 서순선(여·66·삼계초교 문해반) 씨의 '서창한글학교'도 장려상을 받았다.

도여성능력개발센터는 교육 기회를 놓친 어르신들이 초등학력 인정을 받을 수 있도록 지난 3월부터 문자해득교실 여명반(화·목 오전 10~12시)을 운영하고 있다. 여명반에는 황 할머니를 비롯해 14명이 함께 공부하고 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