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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해체부터 핵 폐기장까지…탈핵 '산 넘어 산'

[에너지 자립으로 가는 길] (9) 출발은 탈핵 탈원전

이일균 기자 iglee@idomin.com 2015년 08월 26일 수요일

결국 이슈 중의 이슈를 만났습니다. 독일의 한 지방대에서 원자력발전소 폐쇄 문제와 맞닥뜨렸습니다.

그에 앞서 우리 이야기부터 하죠. 정부는 지난 6월 12일 국가에너지위원회에서 부산시 기장군 고리원전 1호기 폐쇄 결정을 했습니다. 가동 40년 만인 오는 2017년 6월 영구 정지키로 한 거죠.

첫 원전 폐쇄 결정은 우리나라 핵 정책의 전기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그걸로 끝일 수 없죠. 원전 폐쇄 경험도 기술도 없는 우리는 그야말로 전대미문의 길을 걸어야 합니다. 고리 1호기 폐쇄까지는 어떤 절차와 난관이 남아 있을까요?

고리 1호기폐쇄 결정 그 후

정부, 정확히 산업통상자원부는 2017년 6월 고리 1호기 영구 정지 이후 해체까지 최소 15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합니다. 우선 원전을 운영하는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은 2018년 7월까지 해체 계획서를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에 제출합니다. 원안위가 2022년 6월까지 해체 계획서를 승인하면 그때부터 해체가 시작됩니다.

지난 6월 12일 국가에너지위원회가 폐쇄를 결정한 부산시 기장군 고리원전 1호기. /연합뉴스

해체 계획서 속에 포함될 핵심은 두 가지입니다. 즉시 해체냐 자연 해체냐, 폐기물·사용후핵연료는 어떻게 처리하느냐 등입니다.

원전 해체 경험이 가장 많은 미국은 단일 호기로 건설된 원전은 대부분 즉시 해체를, 복수의 원자로가 밀집된 경우는 자연해체를 한다고 합니다. 한수원은 이를 좇아 고리 1호기를 15년 동안 즉시 해체 방식으로 해체할 계획입니다.

폐기물과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는 더 중요합니다. 방사성 폐기물은 크게 둘로 분류되는데요. 핵발전 과정에서 방사선에 피폭된 장갑 방제복 신발 등 상대적으로 피폭량이 적은 저준위 폐기물과 원자로 내부 고준위 폐기물이 있습니다.

문제는 이 고준위 폐기물과 함께 사용후핵연료는 어디에 보관할지 대책이 없는 상태라는 점입니다.

지난 6월 기준으로 고리 1호기 옆 수조에는 사용후핵연료 288다발이, 고리원전 전체에는 5322다발이 보관돼 있었습니다.

고리 1호기 폐쇄 결정 후 과제에 대해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서균렬 교수는 이런 지적을 했습니다.

"한국의 원전 해체 관련 법령이 아직 미비하다. 축구 경기를 해야 하는데 경기 룰도 만들지 않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또 원전 폐쇄까지 필요한 38가지 핵심 기술 가운데 한국이 확보하지 못한 21개 기술을 이전받으려면 미국의 합작투자를 받거나 연구개발을 공동으로 시행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부산 경성대 환경공학과 김해창 교수는 또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금부터 최소한 7∼8년 뒤에는 사용후핵연료 처리장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정부가 폐로 로드맵을 제시하는 동시에 안전한 폐로가 되도록 시민들이 참여와 감시의 끈을 놓지 않아야 한다."

독일 칼스루에공대원전해체연구소

지역신문발전위가 주최한 신·재생에너지의 세계적 조류 취재 과정에서 마침 원전 해체를 연구하는 독일 칼스루에공대 원전해체연구소를 방문했습니다. 독일은 한국보다 10여 년 앞서 슈타데원전 폐쇄 결정을 내렸고, 올해까지 완전 해체하게 됩니다.

독일 남부 바덴뷔르트베르크주에 있는 칼스루에공대 원전해체연구소 마틴 브란다우어 연구원이 7월 8일 기자들에게 그 경과를 소개했습니다.

독일 칼스루에공대 원전해체연구소의 마틴 브란다우어 연구원이 폐로작업 로봇 실험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1972년 상업가동을 시작한 이곳은 2003년 폐쇄 결정이 난 후 2005년부터 폐로 과정을 밟았다. 먼저 핵심 부품을 들어낸 후 원자로를 빼냈다. 이 과정이 폐로 기술을 갖고 있느냐를 확정하는 핵심이다. 당연히 사람이 할 수 없다. 기계가 대신해야 한다."

"다음으로 방사선에 피폭된 원자로 주변 콘크리트를 밖으로 들어냈다. 이 과정은 콘크리트를 얼마나 잘게 부수고 압축해 밀폐하느냐가 중요하다. 그리고 원자로에 연결됐던 크레인 등 설비를 꺼낸다. 역시 잘게 부수고 압축해야 한다."

마틴 연구원이 한 번 더 강조했죠.

"모든 것은 부피를 최대한 줄여야 한다. 줄이고 또 줄여야 한다. 그리고 밀폐해 패킹해야 한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원전 '폐로'와 '폐쇄' 개념을 엄격히 구분해 사용하는 점이었습니다. 현재 한국 언론에서 혼용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마틴 연구원은 정확히 원자로 폐쇄 시점까지를 '폐로'로, 이후 전체 과정의 종료까지를 '폐쇄'로 구분해 사용했습니다.

그렇게 압축된 폐기물은 배에 실어 임시저장소로 옮겨집니다. 고준위 핵폐기물과 사용후핵연료는 독일 옛 광산이었던 '콘라드'에 임시 저장될 예정이지만 이마저 주민들 반대로 아직 저장시설을 만들지 못했다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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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역시 고준위 폐기물 저장시설은 부지조차 결정하지 못했습니다. 연료봉 해체와 포장, 이전 등 폐로 핵심기술 확보보다 더 어려운 문제라는군요. 방사능 성분이 완전히 없어질 때까지 100만 년 이상 걸리기 때문에 폭발이나 성분 누출 등의 사고를 당하지 않으려면 지하 1000m 이상 거대한 암반 속에 저장고를 만들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런 곳을 찾기도 어렵고, 찾았다 한들 주민들이 원하지 않는답니다. 한국과 사정이 똑같죠.

독일은 '고어레벤'이란 곳에 고준위 폐기물 처리장 설치를 추진했지만 주민들의 30년 반대 끝에 2013년 원점 회귀했습니다. 다만 2031년까지 입지를 정한다는 원칙만 세웠습니다. 한국은 2051년까지 입지를 결정하는 것으로 돼 있죠.

독일 역시 앞으로 겪을 난관이 어느 정도일지 마틴 연구원의 한 마디로 압축됐습니다.

"지난 10년간 부피를 엄청나게 줄였다. 그렇게 줄어든 원자력을 하나하나 풀어헤쳐야 하는 것이다."

*이 기획은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아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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