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곡의 꿈 접고 삶의 터전으로

페이스북 창원시그룹을 통해 2011년 입소문 나기 시작한 '호호국수'. 이 식당을 운영하는 송미영(46) 씨는 지난해 9월 마산 가곡전수관 '목요풍류' 무대에 올랐다. 어릴 때 가야금을 다루었지만 모진 현실 속에서 그 꿈을 놓았다가, 어릴 적 스승 조순자 가곡전수관장을 다시 만나며 응어리를 푼 것이다. 당시 공연 후 만난 미영 씨는 "이제 가곡은 제 삶에서 뗄 수 없는 존재가 됐어요. 여전히 먹고사는 문제 때문에 가게를 버릴 수 없습니다만, 여유만 된다면 주저 없이 가곡을 택할 겁니다."

그런데 얼마 전 '호호국수 식당이 없어졌다'는 말이 들려왔다. 혹시 식당을 접고 가곡에 전념하기로 한 걸까? 다시 미영 씨 이야기를 들어봐야 했다. 여전히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식당 공간을 넓히기 위해 창원시 진해구 용원동으로 옮겼어요. 8개월 정도 됐는데, 이미 입소문 나서 손님들이 많이 찾아요. 하루 100명도 넘어요. 하하하."

30평(99㎡)가량 되는 식당 이름은 '호호돼지국밥'이다. '호호국수' 때와 큰 차이 없이 돼지국밥·국수·김치찌개·두루치기·라면 같은 메뉴를 내놓고 있다.

송미영 사장.

삶의 일부분이 됐던 가곡은 계속 이어가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못 가진 사람의 아픔이라고나 할까요. 내 꿈만 좇을 수 있는 현실이 아니었죠. 지금 식당을 남편·남동생과 함께하고 있는데요, 내 인생을 봤을 때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것이 도리라 생각했어요. 지난해 9월 무대에 오른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습니다. 다시 오르고 싶은 마음이 컸죠. 이수도 하고 싶었지만, 그러러면 6~7년이라는 시간이 걸리는데, 그 사이 제가 돌봐야 할 가정은 무너질 수밖에 없죠. 더 이상 탐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가곡을 놓기로 했습니다."

남편은 반대했지만 미영 씨 마음은 확고했다고 한다. 조 관장에게도 그러한 뜻을 전했다고 한다. '다음 생에서는 당신 딸로 태어나고 싶다'는 말과 함께 말이다. 미영 씨는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가곡은 너무 고귀하고 고급스러운 것이라 취미로 할 수 있는 게 아니죠. 그래도 마음속에 있던 한은 풀었어요. 나중에 다시 여유가 되면 그때는 판소리·장구·민요와 같은 서민음악을 마음 편히 하고 싶어요. 이수해야 한다는 강박관념도 없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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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곡전수관 '목요풍류' 정기공연에서 조순자(오른쪽) 관장과 함께 무대에 오른 송미영(왼쪽) 씨 ./경남도민일보DB

이제 미영 씨는 아침부터 밤 11시까지 내내 식당에만 파묻혀 있다. 제대로 한번 승부 보겠다는 마음이다.

"호호국수는 공간이 좁아서 언젠가는 이전해야겠다는 계획을 하고 있었죠. 이곳 '호호돼지국밥'을 제대로 키우고 싶어요. 식당을 운영하는 사업가 측면에서 보면 이제 번데기에서 벗어난 단계인 것 같아요. 남편·남동생에게 음식 노하우를 전해주고 있는데요, 좀 더 자리 잡으면 창원 쪽에 가게를 하나 더 낼 계획입니다. 1~2년 안에는 가능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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