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심 가득 인터뷰] (7) 대학생 화가 장건율

장건율. 24세. 화가(대학생).

건율이는 이런저런 전시나 행사 때마다 심심찮게 마주치던 녀석이었다. 활동이 워낙 다양하기에 '재주가 많은 작가로군'하고 생각했다. 어느 날 건율이가 대학생이란 걸 알고는 깜짝 놀랐다. 대학생이라고 작품 활동 못하라는 법은 없지만 대학 재학생이 이 정도로 폭넓게 활동하는 게 쉽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건율이는 언제나 싱글싱글 개구쟁이처럼 웃고 있다. 하지만 장난기 가득한 표정 속에서 신선한 아이디어들이 끊임없이 솟아나는 것 같다. 불볕더위가 한창이던 어느 날 건율이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 아직 학생인데 왜 이렇게 하는 게 많아?

"제가 워낙 하고잡이라서요."

- 아무리 하고잡이라 해도 대학 학부생 신분으로 그렇게 다 할 수 있나?

"오히려 학부생이라서 할 수 있는 것도 많아요. 조금 위험한 짓도 학생이라는 걸 방패 삼아 많이 해보는 편이에요."

- 다른 학부생들은 일부러 안 하는 건가.

"다들 각자 하는 게 있지 않을까요. 제가 하는 일이 그나마 사람들과 교류가 있어야 하는 거라서 조금 더 두드러져 보이는 거겠죠."

대학생이면서도 폭넓은 활동을 하고 있는 장건율. /강대중

- 요즘 네가 하고 있는 잡지 이야기부터 해볼까.

"학교 내부 대회가 있었어요. 문화예술융합사업단 창작대회라고요. 주제가 세상의 아름다운 것들이었어요. 송송이(24)라고 저랑 얘기가 잘 통하는 친구가 있어요. 그 친구랑 팀을 만들어 기획을 해보자고 했죠. 어떻게 하면 문화적인 것들을 잘 응용할까 하다가. 사람의 생각을 어떤 식으로든 담아보자고 결론을 내렸어요. 작품 활동이란 걸 하는 예술가들 말고 일반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을 표출할까 고민했죠. 모든 사람들의 생각은 소중하고 충분히 남들에게 보여줄 만하다고 생각했죠. 우리가 잡지라는 형식을 통해서 그림, 사진, 영상, 글 가리지 않고 일반사람들이 참여해 표현할 기회를 주자는 게 목적이었어요. 그래서 나온 게 월간잡지 <월간>이에요."(지난 2월 창간호가 나온 후 매달 꾸준히 제작되고 있다.)

- 그걸로 상 받았지?

"그때 창원대 총장상을 받았죠. 상 받고 나서는 이걸 어떻게 이어갈까 고민이 많았어요. 처음에는 웹진 형태로 만들어서 인터넷으로 소통하려 했는데, 기술도 어렵고 생각보다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독립출판 형식으로 하자는 결론이 났어요. 정기간행물, 출판물도 등록돼 있어요. 둘이서 하다가 편집디자인 하는 조현승(27) 형과 국문과 출신 친누나 장참미(27) 누나랑 4명이서 하고 있어요. 누나가 직접 출판사를 내주기도 했고 이름도 예쁘니까 출판사 이름을 '참미출판사'로 했고요.

<월간> 자체는 참여자에 의해 만들어진 책이니까, 우리는 편집하고 홍보하는 것밖에 없어요. 그래서 내년 즈음에는 각자 자신만의 책을 출판하려고 준비하고 있어요."

- 네 작업이 주로 드로잉 아닌가? 전공이 뭐지?

"전공은 서양화예요. 이전까지 주로 한글 텍스트로 페인팅 작업을 했었어요. 조형적으로 예쁘기도 해서 한글 자체에 관심이 많았거든요. 글자 자체를 늘이고 찌그러뜨리고 하는 게 재밌더라고요. 지금은 자화상을 주로 그리고 있어요."

- 미술은 언제부터 하게 됐노?

"만화 그리는 거 좋아했어요. 근데 저는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도 자동차 정비과 진학해서 기술 배워서 먹고살려고 그랬어요. 고등학교도 기계공고를 가려 했거든요. 누나가 말려서 턱걸이로 겨우 인문계 진학했죠.

고등학교 1학년 야간 자율학습 시간에 제 친구 얼굴 그리다가 수학 선생님한테 걸려서 교무실 가서 혼난 적이 있거든요. 그때 교무실에 학생 주임 선생님이 계셨는데, '야, 내 얼굴도 그리 봐라' 그래서 그려드렸죠. 근데 다음날 학교 방송으로 장건율 학생 교무실로 오라는 거예요. 갔더니 미술선생님이 교무실에 제가 그린 학생 주임 얼굴이 걸려 있는 걸 보고 '니 혹시 미술 하고 있느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 아니라고 그랬죠. 그리고 미술 시간에 저를 따로 불러서 '미술 해볼 생각 없느냐'고 물으시더라고요. 그때도 별생각 없었어요. 어차피 하고 싶다고 해도 학원 못 다닌다고 말씀드렸죠.

일주일 뒤에 미술선생님이 다시 부르시더니 자기가 아는 미술학원이 있는데 다녀보라 하시더라고요. 부모님에게는 이미 말씀드렸고, 학원비 절반을 선생님께서 부담하시겠다고. 그래서 고등학교 2학년 때 학원 다니며 미술을 시작했어요."

- 새롭게 구상하는 일은 없나?

"하고 싶은 일은 진짜 많죠. 일단은 제가 그렸던 그림들을 모아서 책을 낼 생각이고요. 제가 가방 만드는 걸 아주 좋아하는데요. 시간 날 때마다 가방 만드는 일을 하고 싶어요.

재밌는 거는 저한테 기회가 자꾸 생기더라고요. 일복이 있다 그래야 하나. 다행히 제 옆에는 친구들이 있으니까, 제가 못 해내면 친구들이 도와주면서 지금까지 잘 해왔어요. 바쁘긴 하지만 재밌게 하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 지금 빨리 졸업하고 싶어요. 졸업작품 전시회 준비 때문에 딴 걸 못해요. 졸업하고 나면 시간 여유도 많고 하고 싶은 것에 집중할 수 있을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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