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 봅시다]사업비 20억 원 전액 국비로…세월호집회·소녀상 갈등 탓에 상권 바라보는 시선 곱지 않아

최근 바닥을 뒤집은 창원시 마산합포구 창동 거리를 바라보는 눈길이 곱지 않다. 멀쩡한 길을 엎어서 공사하는 모양새가 예산을 낭비하는 전형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길 입구에 세워둔 공사 안내판 설명까지 그냥 '도로 포장공사'다. 창동에 그냥 돈을 쏟아붓는다는 비아냥도 심심찮게 흘러나온다. 하지만 이 같은 눈길은 창원시와 창동 상인 모두에게 억울하다.

한국관광공사는 지난 13일부터 창동 거리에 '상상길'을 만드는 사업을 시작했다. 사업 대상 구역은 창원시 마산합포구 불종거리로 25부터 동서북 10길 62까지 155m이다. 불종거리에서 부림시장으로 향하는 창동 밀집 상가 중심 길이다. 공사는 오는 10월 31일 마무리할 예정이다.

먼저 주목할 것은 사업 주체다. '상상길' 조성은 한국관광공사, 즉 국가가 진행하는 사업이다. 그렇다면 '상상길'은 뭘까. 연예인과 외국 인사, 일반인 이름을 새긴 블록 10만 개를 바닥에 까는 사업이다. 한국관광공사가 추진하는 '글로벌 캠페인' 프로젝트인데 관광객 유치를 목표로 지역에 새로운 상징물을 개발하는 게 목적이다. 사업비 20억 원은 모두 국비다. 이 사업을 창동에서 하는 이유는 창원시가 사업을 따내서다. 한국관광공사가 공모한 사업에 창원시가 응모해 다른 지방자치단체와 경쟁을 거쳐 최종 선정됐다. 지역에서 평가는 몰라도 전국적으로 봤을 때 창동예술촌은 구도심 재생사업 가운데 모범사례다. 창원시로서는 공모 사업에 신청해 재정 부담 없는 사업을 따냈으니 오히려 자랑할 일이다. 전액 국비로 추진하는 사업을 탐내지 않는 지방자치단체는 없다. 예산 낭비라는 지적은 당연히 억울하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창동거리에서 한국관광공사 상상길 조성공사를 하고 있다. 공사기간은 지난 13일부터 10월 31일까지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중복 투자라는 지적은 어떨까. 창원시가 창동·오동동 원도심 재생 사업에 투입한 예산이 막대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대상이 '상상길' 조성 지역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창동예술촌 정비, 아고라 광장 조성, 골목 정비 등은 했어도 중심로를 따로 정비한 적은 없다. 이 길에 직접 예산이 투입된 사업은 창원시 통합 전인 2007~2008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즉 창동 '상상길' 사업만 놓고 보면 예산 낭비, 중복 투자를 이유로 마냥 흘겨보기는 어렵다. 국가 예산 낭비 아니냐는 지적도 사업 성과를 확인하고 나서야 할 수 있다. 그래도 이 사업을 보는 따가운 눈길에 아무 이유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 원인은 최근 창동·오동동이 시민에게 남긴 부정적인 인상에서 찾아야 할 듯하다. 당장 지난해 창동 세월호 촛불 집회와 최근 오동동 소녀상 건립 과정에서 불거진 충돌을 꼽을 수 있다.

김경년 창동 골목해설사는 "창동·오동동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면서 전반적으로 상권을 향한 눈길이 곱지 않다는 것을 느낀다"며 "그래도 이번 상상길 사업은 모처럼 창동에 활기를 보탤 좋은 기회인 만큼 많은 사람이 지지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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